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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엔 아름다운 날(16)
소피스트04-30 08:55 | HIT : 118

16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상훈의 예상대로 두 사람한테 쏟아지는 비난도 조용해 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현규 기자가 이 달의 소리에 실린 한 기사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버렸다.

  은수는 출근을 해서 상훈은 집에서 혼자 곧 출판할 소설의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상훈은 글을 쓸 때 누군가 방해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서 무시했는데 계속해서 초인종이 울려서 어쩔 수 없이 작업을 멈추고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집을 찾아온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상훈의 아버지였다. 상훈의 아버지는 한현규 기자가 쓴 기사를 읽고 상훈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의 손에는 이 달의 소리라는 잡지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가 여긴 어떻게?”
상훈은 놀란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게 니가 바라던 거야?”
상훈의 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상훈의 얼굴로 내던져 버렸다. 잡지는 상훈의 얼굴을 강타한 후 바닥에 떨어졌다. 상훈은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도대체 왜 그러세요?”
“왜 그러냐고? 거기 실린 글이나 읽어 봐.”
상훈은 아버지 말대로 땅바닥에 떨어진 잡지를 주워 펼쳤다. 거기에는 한현규 기자가 쓴 이름없는 작가 최상훈의 실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어부의 아들’의 저자인 이름 없는 작가로 사람들한테 잘 알려진 최상훈 작가는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는 작가라도 유명합니다. 그는 작가는 작품으로만 이야기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서 일절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의 그의 행동을 보면 그가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어부의 아들’을 비롯해 최상훈 작가가 그 동안 쓴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아름다운 글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가 쓴 작품과는 달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제자를 구하다가 자신의 두 다리를 잃어버린 신유선 선생님과 약혼을 한 상태였지만 신유선 선생님이 재활 훈련을 하는 지금 누구보다 약혼자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일방적으로 신유선 선생님과의 약혼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그가 지금 동거를 같이 하고 있는 사람은 신유선 선생님의 양친을 살해한 살인범의 딸입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잡지를 들고 있던 상훈의 손이 떨렸다. 은수의 아버지가 살해한 사람이 유선의 양친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을 모질게 먹고 유선한테 헤어지자고 할 때 유선이 한 말이 기억났다.
‘왜 하필 그 여자에요?’ 라고 한 말이. 유선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내색하지를 않았다. 도대체 자신이 유선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자신이 너무나 싫어졌다.
“이.....이건 보복이에요. 이 기자는 내가 자신의 인터뷰에 계속해서 응해주질 않으니까 이런 글을 쓴 거라고요.”
상훈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쳤다.
“그래서 거기 적힌 글이 사실이 아니라는 거야? 너 때문에 가게도 엉망이 되어 버렸어. 매상이 평소보다 반이나 줄었다고.”
상훈의 아버지는 소리를 치고 나서는 집을 나가 버렸다.  아버지가 나간 후에도 상훈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한참 후 조금 정신이 든 상훈은 유선을 만나기 위해 유선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다.

유선은 열심히 재활훈련을 받고 있었다. 다시는 못 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찾아와 너무나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유선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된 꿈을 꾸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넌 다 알고 있었지?”
“뭘요?”
“은수 아버지가 너희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라는 거. 다 알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그 때 그런 말을 한 거지? 왜 하필 그 여자냐고?”
“.......”
유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행동만으로도 상훈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유선이 진작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왜 사실 대로 말하지 않은 거지?”
“말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대로 말하면 당신이 너무 아파할 테니까. 그 사람은 당신이 당신 목숨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고 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니까.”
“뭐? 그래서 다 알면서도, 속에서 가슴이 썩어 들어가도 내가 그녀랑 같이 있을 수 있도록 모른 척 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거야? 도대체 사람이 왜 그렇게 바보 같애? 왜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거지?”
상훈은 유선한테 화를 내는 건지 자신한테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고는 병원을 나왔다.

저녁이 되어 일을 끝마친 은수가 상훈이랑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왔다. 은수는 상훈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는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무....무슨 일 있어요?”
은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훈은 말 없이 낮에 아버지가 보여 준 그 잡지의 기사를 은수한테 보여 주었다. 기사를 읽은 은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제야 겨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아버지가 발목을 잡았다.
“당분간 난 호텔에 가 있을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상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짐을 싼 후 집을 나갔다. 은수는 그를 잡을 수가 없어 그저 그 자리에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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