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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댁네 가정은 안녕하신가 19
four진07-27 18:58 | HIT : 77
19.  조장

  경찰에 가긴 갔지만 접근 금지 신청이라니, 이혼한 부부라 해도 참으로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아직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며 부추기는 행동들이 전부 과했다. 시설은 뭐며, 접근 금지 신청은 뭐란 말인가. 재근은 알고나 있을까? 그를 성폭행범으로 몰고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레발치는 이들이 아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본인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자책하느라 더 그랬다.  
  다행히 접근 금지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사건 접수부터 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아직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는 당직 경찰의 말이었다. 현수는 한시름을 놓았고, 그냥 돌아오려고 했다. 그런데 은제는 달랐다. 아빠가 언제 자신을 잡으러 올지 모르니 당장에라도 사건 접수를 해야 한다고 우겼다. 아빠를 성폭행범으로 만들거냐, 고 아무리 그녀가 만류해도 아이는 듣지 않았다. 마치 종교에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은제는 자신의 아버지를 의심하고, 사지로 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당직 경찰 앞에서 은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너를 위해서야. 나중에 이게 얼마나 네 아버지에게 가혹한 일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 올 거야. 그때 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몰라. 여기서 멈춰야 해, 은제야.”

  하다못해 당직 경찰에게까지 의견을 물었다.

“경찰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의 설명을 들은 당직 경찰은 신중한 모습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도 딸이 있습니다만, 감히 다 큰 딸의 엉덩이를 만진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우리 딸이 가만있지도 않겠지만 해서도 안 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아이 아버님께서 다른 뜻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아기 때부터 그렇게까지 예뻐하셨다니 그냥 예뻐서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은제는 마지못해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무거웠다. 은제가 왜 그러는지는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었다. 엄마와 싸우고 속상한 마음에 상담 교사를 찾아가 속내를 털어놨을 테지, 엄마 때문에 속상했지만 말하다보니 아빠에 대한 불만까지 다 토해내 버렸겠지, 그냥 위로 받을 곳이 필요해서 였겠지, 그리고 한참을 잊어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고가 들어왔다며 한꺼번에 몰려온 기관 사람들 앞에서 다시 그 얘기를 꺼내게 된 것에 당황스러웠겠지, 말하라 해서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겠지, 겁이 났겠지, 엄마야 무서울 것도 없지만 아빠가 자신의 말에 상처를 입고 달려와 야단이라도 칠 것만 같아서 무서웠겠지, 도망가고 싶은 거겠지, 되도록 멀리.........  

“하지만 이건 아냐, 은제야.”

  그녀는 이 모든 일의 발단이 자신의 방만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지독한 자괴감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근에 대해서 아직 신고가 들어가지 않았다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거니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재근이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고, 은제가 시설로 도망쳐야 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죄에 대한 대가는 자신 혼자 치르면 되었다. 그러면 되었다.

                                   **

  웃기는 일이었다.
  오전에 전화를 준  K여고 담당 경찰이라는 최 경위의 말에 의하면 지난 밤, 은제와 그녀가 경찰서를 찾아갔던 일은 헛걸음에 불과했다. 이미 사건 접수는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조사가 들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은제를 조사하던 첫 날, 아동보호 기관 뿐 아니라 담당 형사도 배석해 있었다고 했다. 지난 밤 만났던 당직 경찰이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최경위는 황형보라는 담당 형사 전화번호까지 가르쳐주었다. 그녀 혼자 책임지고 끝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이미 그 선을 넘은 상태란 의미였다.
  게다가 한 선생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시설 입소가 허락되었으니 빨리 와 보라고 했다. ‘긴급’으로 일단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들을 이따위로 하는 지 원.
  은제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찾은 K여고 생활 안전부 사무실에는 한 선생 말고도 학년 주임 선생도 함께였다. 주임 선생과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한 선생은 프린터를 하고, 전화를 거는 등 정신없이 바빴다. 은제를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다시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은제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한 선생은 바로 준비한 서류들을 내밀었다. 학교장 추천서와 시설의 위치를 적은 A4 용지를 급하게 챙겨 서류 봉투에 넣어준 한 선생은, 6시까지 가야 입소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그녀와 은제를 급하게 내몰았다.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는 은제를 데리고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은제야, 꼭 가야겠니?”

“내일이면 토요일이잖아. 아빠가 데리러 올 텐데........”

  그녀는 할 수 없이 최 경위에게 받은 황 형사의 번호로 전화를 했다. 재근에게 사건이 접수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휴대폰 번호가 아닌 일반 전화번호인 것으로 보아 담당 부서 전화인 듯 했다. 두 차례 전화에도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최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경위는 학교 담당이기 때문에 사건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가 내일 아빠를 만나는 날이거든요. 만약 아이 아빠가 아직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데리러 올 것 같은데....... 어차피 알아야 할 일이라면 빨리 전해서 오지 않도록 조치를 해주십사....... 아이가 무척 불안해 하고 있어서요.”

“시설에 보내기로 하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예. 지금 가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담당 형사 분께 연락을 취해서 은제 아버님께 전달하라고 하겠습니다.”

  최 경위의 응대에 안심한 그녀는, 은제를 데리고 시설로 향했다. 자차로 40여 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1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이 먼 거리를 전철로 매일 등하교해야 할 은제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반면, 은제는 왠지 한껏 들떠 보이기까지 했다.

“은제야, 거기 서류 봉투 보면 학교장 추천서라고 있을 거야. 그것 좀 읽어볼래?”

  그녀는 한 선생이 바쁘게 내모느라 읽지 못한 학교장 추천서 내용이 궁금했다. 은제는 서류 봉투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5월 28일 서은제 학생이 직접 신고를 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 나 신고 안 했는데 직접 신고했다고 써 있네.”

“너 정말 신고 안 한 것 맞아?”

“맞다니까. 내가 신고를 왜 해? 왜 신고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신고할 거라는 말도 못 들었어?”

“못 들었어. 상담 이 후에 한 번도 상담 선생님 만난 적 없거든. 그런데 갑자기 5월 30일에 상담실 오라고 하기에 가봤더니 경찰이랑 기관에서 잔뜩 와 있더라고. 난 그 때까지 전혀 몰랐어.”

“휴우, 알았어. 그건 그렇다치고. 다음 읽어봐.”

  한숨만 터져 나왔다. 뭔가 조작의 냄새가 났지만 어차피 터진 일, 언제 누가 신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은제는 학교장 추천서의 다음 문장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잦은 음주와 욕설, 폭행 등의 가정 폭력을 당한 학생은 현재 어머니와는 화해를 한 상태지만,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가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폭력을 행한 바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시설 입소를 본인이 희망........”

“그만.”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잦은 음주, 욕설, 폭력, 아버지의 성폭력....... 듣기만 해도 끔찍한 단어들이 학교장 추천서에는 적혀 있었다. 그래서 한 선생은 그녀가 내용을 읽을 사이도 주지 않고 부랴부랴 서류를 봉투에 챙겨 보낸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녀는 자조하는 기분으로 은제에게 물었다.

“엄마가 술을 자주 마셨던 것은 맞아. 엄마가 인정해. 그런데 엄마가 너에게 욕설을 자주 했니?”

“두어 번.”

“엄마가 쌍욕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엄마가 너 때렸어?”

“지난 번에 엄마가 탁자 뒤집으려고 했잖아. 그 말 밖에 한 적 없는데......... 왜 이렇게 씌어 있지? 참.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

  은제조차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추천서를 들고 직접 아이를 입소시키기 위해 시설에 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황당한 일이었다. 명치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 한 극심한 고통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 당장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한 선생의 말이 무섭게 그녀를 짓눌렀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이보다 더 안 좋은 쉼터 같은 곳으로 갈 수도........” 무엇보다도 아이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해보자. 이게 다 그녀가 은제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이라면 달게 받자. 그렇게라도 은제의 마음이 편해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자 싶었다.
  시설은 대로변 뒤 쪽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여덟 집이 모인 빌라 한 동을 전부 가정형 보호 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중 2층의 한 집이 사무실로 열려 있었다.  그녀와 은제가 사무실 입구로 들어서자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친절하게 맞았다. 당직하는 사회복지사라고 했다.
  가정집 구조의 거실에는 업무용 책상이 여러 개 놓여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퇴근한 모양이었다. 세 개의 방 중 상담실이라고 씌어 있는 방으로 두 사람은 안내되었다.
  사회복지사는 먼저 은제를 거실로 내보낸 뒤, 그녀와의 상담을 시작했다. 그녀는 있는 대로 가감 없이 묻는 말에 대답했다. 학교장 추천서의 내용이 전부 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회복지사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머님 말씀 들었으니, 내일은 은제에 대한 상담을 하도록 할 겁니다. 그리고.......이것은 원래 입소 전에 준비해 오셨어야 할 서류들인데 다음에 오실 때 꼭.......”

  사회복지사가 주문한 서류들은 가족관계 증명서와 아이의 건강진단서였다. 특히 건강 진단서는 단체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서류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라도 감염병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거든요.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건강검진서를 비롯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상담을 끝낸 뒤 입소 허가가 나는 게 절차인데요. 이상하게 이번에는 학교에서 ‘긴급’을 강조하면서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사회복지사조차 급박하게 돌아간 이번 입소 과정에 의문이 드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한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긴급........ 누가 긴급한 걸까? 그녀는 아니었다. 은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긴급한 것은 학교인 듯 했다. 무엇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저희가 원하면 언제든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거지요?”

“물론이지요. 오시기 전에 먼저 전화를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자유롭게 퇴소 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고나서야 그녀는 다소나마 안심했다.
  상담을 끝낸 사회복지사는 그녀와 은제에게 시설 내부를 안내해주었다. 애초에 집으로 분양하기 위해 건축된 빌라이다보니 전체적으로 가정집 분위기가 났고 가재도구가 많지 않아 간출하고 깔끔한 편이었다. 한 집 당 방이 세 개씩, 한 방에 두 명씩 배정되는 구조였다. 은제에게 배정된 방은 3층 <카나리아 실>에 있는 세 개의 방 중 가장 작은 방이었다. 2층 침대와 사물함 외에 다른 가구는 없었다. 이미 같은 방에 거하고 있는 중학생이 한 명 있는데 그 아이는 외출을 하고 없었다.
  그 외에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왈, 금요일이면 가정으로 복귀했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남은 아이들은 3명 정도로 4층 휴게실에 모여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도 했다.
  그녀는 사회복지사에게 청해 은제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은제의 옷과 필요한 생필품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근처 쇼핑몰에서 저녁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쇼핑몰 7층 식당가에서 은제가 고른 음식은 쌀국수였다.
  주문한 쌀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은제에게 당부했다.

“엄마는 너 여기 있는 것 원치 않아.”

“알고 있어.”

“네가 마음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단 보내놓는 거야.”

“알아.”

“아프면 바로 선생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집에 오고 싶으면 바로 연락하고. 엄마 전화하면 꼭  받고.......”

“알았어. 걱정 마.”

  쌀국수 두 그릇이 나왔다. 그녀는 뽀얀 육수와 넓적한 면발 위에 올라앉은 고수를 집어 빈 접시 위에 버렸다. 은제도 똑같이 고수를 빼고 면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니?”

그녀가 묻자 은제는 시큰둥하니 대꾸했다.

“별로. 우리 동네만 못하네.”

“그래? 다음에 집에 오면 우리 동네 쌀국수 집에 가서 먹자.”

“응.”

  잠시 은제의 먹는 양을 지켜보고만 있던 그녀도 면발을 집어 들었다. 별로 입맛은 없었지만 은제에게 신경 쓰일까봐 후루룩 소리까지 내며 면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입 속에서 대충 씹어 넘기려는 순간, 명치끝에 걸린 면발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물을 한 컵 가득 넘기고 몇 번을 심호흡하면서 억지로 누르고 급기야 가슴을 몇 차례나 두드려서야 간신히 면발을 넘길 수가 있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묵직하게 명치부분에 걸려서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 왜 그래?”

“체했나봐.”

  은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면은 포기하고 국물만 떠먹었다. 국물을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건더기도 없는 국물이 명치에서 자꾸 걸렸다가 어렵게 넘어갔다. 트림을 몇 번 유도하면서 조금씩 떠넘기려고 하다보니 신물이 역류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할 수 없이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식사를 끝낸 다음에는 옷 매장을 몇 군데 돌았다. 일단 팬티, 브래지어, 티셔츠와 반바지를 각각 두 벌씩 사고, 지하 1층 생활용품 매장으로 가서 폼클렌저와 휴대폰 충전기, 칫솔, 치약 등 당장 필요한 것들만 하나씩 샀다. 나머지는 다음 날 가져다주기로 하고 은제를 보호 시설에 들여보냈다. 입고 있는 교복은 은제가 직접 빨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은제의 뒷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서름했다.
  이미 시각은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밤길을 따라 달리는 차 속에서 그녀는 아픈 명치를 두드렸다.
  은기가 보고 싶었다. 미리 식탁 위에 빵 있으니 먹고 있으라고 전화를 해놓긴 했지만 직접 차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미안했다. 요즘 은제 일로 통 신경을 써주지 못해 더욱 미안했다.
  은기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금방 갈게.”

  은기는 귀여운 음성으로 “응.” 했다.
  이번에는 은제가 보고 싶었다. 이대로 영영 곁을 떠나 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은제에게도 전화했다.

“엄마, 내일 또 갈게.”

  굵은 눈물방울이 바지 허벅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명치 끝이 뒤틀리는 것처럼 죄어왔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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