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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현실적인 선물 #3
나라면+104-14 09:07 | HIT : 112
'미안한데 이 주소로 빨리 와줘.' 그리고 연이어 주소지를 보내왔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 라고 지체없이 답문을 보냈다. 주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집에서 20분정도 떨어진 삼림욕장이 딸린 유원지의 입구였다. 그곳은 선영이와 첫키스를 한 장소였다. 여하튼 우리라는 관계가 시작한 첫 추억의 장소였다. 왜 하필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는걸까? 무슨 뚱딴지 같은 수수께끼를 풀어야하는 걸까? 하지만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여하튼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다. 재빨리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선 집 밖으로 나왔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그녀가 어디론가 증발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듯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 때까지 이상하리만큼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아내에게서 온 문자 속의 주소를 확인하고 내비에 입력했다. 20 여분 정도 걸림을 확인했다. 시동을 켜고 헤드라이트 불빛을 확인하는 순간, Linda Perhacs의 Chimacum Rain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이모와 엄마가 좋아했던 음악이었다. 그 상황이 분명히 현실적이지 않았다. 내 USB엔 그 음악이 없었다. 강력하게 내게 다가오는, 필연적인 흐름의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음악이 들리는 순간, 나는 선영과 이모의 아직은 알 수 없는 거대한 일에 개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긴장감보다는 여전히 아내와 내가 강력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최근에 느껴보지 못한 호기심을 느꼈다. 지하주차장에서 벗어나는 순간, 낯선 어둠이 수채화 물감처럼 짙어지고 있었다. 이내 불 빛에 의존해야할 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안개비가 내렸다. 그렇게 존재감이 옅은 빗줄기가 닿을듯 말듯 유리창을 적시고 있었다. 마치 시마쿰에선 이렇게 비가 내릴 것처럼. 아파트 주차장에서 골목길을 따라 대로에 이르러, 휴일 오후치고 거리에 차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탓인지, 안개같은 무채색같은 어둠이 시간감을 잃게 만들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분주하게 우회전, 좌회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그 목소리에 충실하면서 평상시보다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 이내 그렇게 길을 따라 선영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시가지를 벗어나 헤드라이트 불빛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이 보이는 좁은 도로를 따라 내 차는 쉼없이 엔진을 가열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음악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미묘한 엔진소리와 타이어가 도로 위를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이윽고 입구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니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고 입구는 이미 문이 닫혀 있는 듯했다. 휴일임에도 입구 주위의 상가의 불빛은 꺼져있었다. 아마 새벽 시간대에나 가능할법한 풍경이었다.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조바심이 나면서 기다리고 있을 때, 입구 쪽에서 긴 그림자가 보이면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 선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쪽 방향으로 천천히 차를 돌렸다. 하지만 저 멀리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왠지 선영이 홀로 기둥에 등을 기대어 서서 신발을 툭툭 건드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라도 한 탓일까. 미지의 커플이 사이좋게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김이 빠져버렸다. 하지만 의도적이지 않게, 헤드라이트 불빛이 그들을 덮었다. 허걱, 숨이 막혀버렸다. 그들은 과거의 나와 선영이었다. 선영에게 호감을 갖고 몇 번 만남을 가졌었고,  그녀는 내게 해가 뜨기 전, 이곳에서 하이킹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해가 막 뜨기 전의 가벼운 어둠을 안고 우리는 이곳에서 만났고, 서서히 밝아지는 배경을 두고 유원지의 산책길을 두어 시간 배회했었다. 작은 연못이 있던 벤치에 앉아, 연못에 있던 오리와 웨딩 사진을 찍고 있던 커플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전부터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그때 생각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툭 나와버리고 말았다. 선영은 한참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선물같은 미소를 짓고서는 "오늘도 그냥 가면 끝내려고 했어."라고 말했었다. 선영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녀의 긍정적으로 보이는 미소와 목소리를 좋아했다. 하루종일 그녀의 수다를 듣고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커플이 되었고 저녁에 헤어질 때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새롭게 시작한 그들이 내 앞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내 차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그들은 평행세계의 저편에 놓여 있는 듯 했다. 입구의 문을 막 빠져나와 우리는 첫키스를 했었다. 그렇듯 그들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키스를 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벅차오름을 느꼈다. 얼마나 아름다운 날이었던가. 설렘을 가슴 가득 담아놓고서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어둡지 않았었다.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하늘이 있었다. 마치 해변가에 깔려있는 모래 알갱처럼 세밀하고 짙은 구름이 하늘을 낮게 막아들어섰고, 명확하지 않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태양이 실루엣이 간간히 드러낸 그날이었다. 그렇듯 그건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하루였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이건 꿈이다. 선영이 보여주고 싶었을, 아니면 그 이전에 존재했었던 나이스드림인 것이다. 그들이 오랫동안 입을 맞추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들의 포개진 입술 사이로, 마치 일출의 빛처럼 그 훤한 빛덩어리가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면서 그들의 모습을 삼켜버리고,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나를 향해 공격하듯 다가온다.  그리고 이내 내 차의 앞유리창를 뚫고 엄청난 열기와 더불어 산산조각난 유리창 조각이 내 얼굴을 덮혀버렸다. 유리 조각이 얼굴에 박히고 살갗을 베어냄과 동시에 열기의 뜨거운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때 선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수씨, 앞으로 모든 길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집중해서 나를 찾아와야해." 반복적으로 들렸다. 혹은 점점 에코 효과가 더해진 것처럼 목소리는 울리고, 굵어졌고, 더불어 고통이 잦아지고 있었다. 이건 이전에 익숙했던 것처럼, 꿈이었을 뿐이었다. 비록 현실처럼 살갗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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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4 두번째 방문     신외숙 2020·04·25 120
1683 가장 비현실적인 선물 #에필로그 -끝     나라면+1 2020·04·14 119
가장 비현실적인 선물 #3     나라면+1 2020·04·14 112
1681 가장 비현실적인 선물 #2     나라면+1 2020·04·06 92
1680 가장 비현실적인 선물 #1     나라면+1 2020·03·29 94
1679 (단편) 로즈호텔 613호 (끝)     mount 2020·01·27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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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7 (단편)로즈호텔 613호 1     mount 2020·01·27 130
1676 (단편) 춘천에서     신외숙 2019·09·11 257
1675 (단편소설)손뼉 소리3(끝)     mount 2019·08·25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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