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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손뼉 소리2
mount ( HOMEPAGE )08-25 17:51 | HIT : 123
  사실 일반적으로 산을 오르는 방법은 농협마트 앞의 길을 이용해서 시멘트 길을 따라서 체육공원 쪽으로 오르는 것인데 그녀는 분명 태산아파트 옆으로 난 좁을 길을 따라서 올라온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여자가 혼자서 새벽길을 걷는 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으나 그녀 같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편을 작년에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고 가끔 그의 자녀들이 방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남편 병수발을 들다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오히려 홀가분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자신이 손해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윗 층에 사는 사람들이 층간소음을 만들자 경비실로 전화를 해서 경비원을 어렵게 만들어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한씨는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으나 그는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그녀는 한 단계를 뛰어넘어 무서움 따위는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지만 한씨는 계속의심을 해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해줘야만 했다.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 그들은 다시 걸으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이 걷혔지만 안개는 여전히 산을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갔고 산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지막 봉우리인 토끼봉에서 잠시 머물면서 휴식을 취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힘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트레킹이라도 하니 몸이 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혈압 때문에 약을 먹는 것 이외는 다른 특별한 약을 복용하거나 그의 행동을 제한하는 증상이 없었지만 가끔 몸이 삐걱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이 뻣뻣해지고 무릎에 통증이 오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것을 그의 아내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늙어가는 증거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대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보약이라면서 그에게 운동을 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들은 함께 출발했던 체육공원으로 되돌아왔을 때 에어로빅이 거의 끝날 때 였고 맨 뒤에서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에어로빅을 하기 보다는 몸으로 비슷한 동작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들은 잠시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에어로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강사의 동작을 보면서 따라서 하는데 동작이 몸에 배인 여성들의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그녀의 동작은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한씨의 등을 치면서 웃지 말라고 했지만 그가 더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은 여지없이 그녀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녀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그 자리를 벗어나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들어갔고 다음 날에도 같은 시간에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그가 1층에서 승강기에 버튼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깜짝 놀랐다. 안에 있던 사람이 그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긴 머리칼을 앞으로 하며 귀신 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는데 귀신 역할을 했던 여자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그 여자였다. 그는 에어로빅을 하던 그녀를 보면서 웃었던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뒤로 돌아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그녀는 다시 한 번 웃으면서 앞으로 한 번만 그렇게 하면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는 얼떨결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고 그녀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그보다 먼저 내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물 한잔을 마셨을 때 그의 아내는 비시시 일어나서 그 때문에 잠을 설쳤다면서 앞으로는 일찍 일어날 일이 있을 때는 그의 서재에서 잠을 자라는 말을 했다. 그는 심각한 척 행동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옆에 아내가 있으면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필요를 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공무원 퇴직을 한 후에 거의 비슷한 식사시간이었고 또 말도 별로 없이 식사를 마쳤다. 그가 말을 하면 그의 아내는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으면 편했다. 가끔 그의 아내는 먼저 말을 했지만 물음에 답만 했을 뿐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한 후에 그는 설거지를 해줬다. 그가 정년퇴임을 하고 일주일 쯤 지났을 때 그의 아내가 그에게 앞으로 가사분담을 나눠서 하자는 말을 했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하기 청소기로 청소해주기 등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 일이 별로 없으니 그것이 소일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식사 후에 그가 원두커피를 내려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그의 아내가 먼저 그에게 산에 다닐 때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새벽에는 가능하면 다니지 말고 밝은 시간에 산에 다니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그의 아내에게 함께 다니자는 말을 했지만 그의 아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그녀는 손뼉소리에 대해서 말을 하였다. 몇 년 전에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이니 언제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는 한씨하고 같이 다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순간적으로 14층 여자가 생각났다. 그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여자 이야기는 잘못하면 본전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아내와 함께 살아온 33년을 통해서 잘 알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빠른 그의 아내는 무엇인가를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커피 잔을 닦고 잠시 TV를 켜고 뉴스를 보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지저분하고 또 정치인들의 썩은 이야기가 가득해서 리모콘을 그의 아내에게 주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찾아보다가 그것도 그만두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미리 개발정보를 빼내서 건물 수십 채를 자신의 친척명의로 사들였는데 그 의원은 절대로 자신의 건물은 하나도 없고 그 정보를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누가 뭐래도 진보 쪽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 놈이 그 놈’이라는 한씨의 이야기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공무원이었지만 정말 정부에서 탁상공론 적으로 내려오는 공문을 보면서 분통을 터트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조금은 다를 것 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오히려 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인터넷 뉴스를 접고 자리에 누었다. 아무래도 한 두 시간 산에서 보내고 왔으니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한 참 잠에 취해있을 때 그의 휴대전화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한씨였다. 그는 다짜고짜로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으니 그도 잘 알고 있는 분홍 칼국수 집으로 나오라고 했다. 시계를 보았더니 12시 10분 전이었다. 피곤했기에 두 세 시간 잠을 잤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아내는 집에 없었기에 오히려 더 편히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한씨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가 의아해하며 한씨를 바라보자 식사 후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칼국수 집이었지만 그들은 들깨수제비를 먹었다. 먼저 보리밥이 나왔고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싹싹 비벼서 먹으니 입맛이 돌았다. 그 다음에 나오는 들깨수제비는 담백한 맛이 좋았다. 그의 지갑에서 나온 카드로 지불을 하고 그들은 그 식당 삼층에 있는 카페로 올라갔다. 카페에는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시 한씨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는 웃으면서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그들의 인기척을 느낀 50대 후반의 여자가 유리컵에 차가운 물을 2/3쯤 담아서 가지고 왔다. 한씨는 그녀를 그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카페의 주인이라고 말을 했고 가끔 찾아달라는 말을 하였다. 한씨가 소개를 해 줄 사람이 바로 카페 주인이었는데 그녀도 가끔 산에 오르는데 박수소리를 들었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동에 살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 유치원 원감을 하다가 학부형하고 싸우고 명예퇴직을 했다는 말을 했다. 그는 웃으면서 성깔이 보통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고등학교 교장을 했는데 정년을 하던 해 등산을 갔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녀가 말 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 자식들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녀가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기만 하면 더 빨리 늙고 자신의 남편 생각이 나서 견딜 수 없어 카페를 차렸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왜 그에게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지도 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분명 한씨가 그녀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한씨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그를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은 새벽에 나는 손뼉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군청 앞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누군가 손뼉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경찰은 웃으면서 특별한 피해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런 일이 없다고 하자 그러면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경찰의 말이 맞다는 말을 하였고 일부에서는 순찰이라도 돌아주었으면 좋을 것 이라는 말을 하자 누군가 어떤 특별한 소견도 없는데 등산길에 순찰을 돌아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그에게 새벽에 함께 산에 가자는 말을 하였다. 그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 동이니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가면 될 것 이라는 말을 하였고 한씨도 동의하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해야만 했지만 그녀가 함께 가자는 말을 한 번 더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만날 시간을 이야기해 주고 그는 먼저 카페를 나왔다. 한씨가 사 준 냉커피가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에게 다가오는 알지 모를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가 새벽부터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산에 같이 다닌 다는 것을 그의 아내가 알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는 그가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는 나이가 먹어가도 뜨거움은 여전하였기에 사실 그는 서서히 식어가는 열정에 비해 반비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가 다음 날도 일찍 나가야 해서 서재에서 잠을 잔다고 했더니 그의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안방 문을 닫았다. 거실은 이미 침묵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어둠이 자리를 하고 있지만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아주 어둡지는 않게 만들어주었다. 그는 물 한 잔 마시고 서재로 들어갔다. 그가 퇴직을 하면서 큰 집을 팔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왔지만 방 하나는 남아서 서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책을 서재에 쌓아놓았다가 책장을 마련에 담아놓았지만 그래도 남아서 일부는 아파트 재활용창고에 가져다 놓아야만 했다. 그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사들인 책이 생각보다 많았다. 제일 답답한 것은 철학시리즈 전집으로 산 것인데 거의 읽어보지 않았는데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자니 애물단지와 같은 것 이었다. 그가 서재를 돌아보았더니 지역신문이며 잡지며 어지럽게 쌓여있는 것을 정리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쓰레기를 버리는 한 쪽에 재활용 센터가 있는데 그는 그곳에 박스채로 놓아두었다. 책 박스를 내려놓고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 책 한권이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제목이 ‘박수소리’였고 두껍지 않은 시집이었다. 시집이라고 하기에도 시집에게 미안할 정도로 조잡하게 인쇄되고 제본을 한 것 이었는데 출판사에서 펴낸 것이 아니고 지역에 있는 인쇄소에서 찍어낸 것 이었다. 하여튼 그는 그 시집을 가지고 와서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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