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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인텔
신외숙 ( HOMEPAGE )07-04 12:15 | HIT : 129
(단편) 무인텔

  

신외숙

  

  

  

언젠가 기차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무인텔이란 상호를 본 적이 있다.

무인텔이라니, 그 상호가 너무 생소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텔은 모텔을 의미하고 무인(無人)은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직원 없이 운영하는 모텔이라는 것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의 인력도 없이 모든 걸 자동화 시스템으로 설계된 모텔이란 것이다.




논밭 한가운데 자리한 무인텔은 보통 5-6층 건물로 외진 곳에 있었다. 상호 자체가 음험하고 약간 범죄적인 냄새가 났다. 호텔도 아니고 일반 숙박업소도 아닌 무인텔이라니? 궁금증에 스마트폰을 열었다. 와이파이를 켜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무인텔: 입실과 퇴실을 관리하는 직원이 없는 모텔. 이용자가 기계를 이용하여 직접 객실을 선택하고 대금을 지불한다. 하룻밤 이용료는 4-6만이기본이고 대실료는 2-4만원 정도이다. 무인텔을 이용한 사람이 쓴 수기도 보였다.

안내자가 없고 3층 건물에 객실마다 출입구가 따로 분리되어 있고 주차장은 스크린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면 객실 옆 무인 카운터가 설치돼 있다. 숙박. 대실. 외출이라는 버튼을 누르고 지폐를 투입하면 딸깍 객실 문이 열린다.

객실로 들어서면 침대 옆에 리모콘이 있는데 기능은 두가지다. 하나는 침대가 상하로 움직여 피스톤 운동기능을 해 성적쾌감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기능은 전신 맛사지 효과를 내주는 것이다. 글자마다 불륜을 암시하는 내용이 내포돼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언젠가 무인텔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친모가 친딸을 무인텔에 버리고 도망쳤다는…….




그러고 보니 무인텔이란 단어에 범죄적인 냄새가 난다. 정상적인 부부라면 굳이 무인텔을 이용할까? 불륜의 남녀들이 가면을 쓰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몰래 다녀가는 순간 정착지. 세상은 범죄를 부추기는 양상이 점점 더 극대화 되고 있다.

이번 시나리오 제목은 무인텔로 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로 무인텔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인텔을 두고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드라마로 일단 설정을 하기로 하고 현장 답사 겸 관광지로 유명한 ○○○시(市)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번에 쓴 시나리오는 일종의 스릴러물로 긴박감과 흥미를 최대한 살릴 것이다.




일단 여행지를 정하고 나니 이상한 흥분과 열기가 느껴졌다. 낯섦에서 오는 호기심과 자유, 그리고 모종의 썸씽도 포함돼 있어 더 가슴이 설레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 나는 직장에 월차까지 냈다. 간단한 일용품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자 어떤 기대감과 설렘이 나를 들뜨게 했다.




내가 탄 1호선 전동차가 청량리역에 닿자 승객들이 썰물 빠지듯 우르르 내렸다. 계단을 내려서니 출구 앞에 대형 거울이 보였다. 사람들이 대형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묘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그중 비교적 젊고 잘생긴 남자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가파른 계단이다. 숨차게 올라 밖으로 나오니 초여름이 땡볕이 앞을 막아섰다. 역 광장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각양 목적을 가지고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이단 종파는 사진 책자를 놓고 차렷 자세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벤트 행사도 펼쳐지고 있었다. 지방에서 온 특산품을 저가로 판매한다며 홍보물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은 오늘이 마지막 세일이라며 상혼(商魂)을 내뿜었다. 가파른 계단을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갔다. 3층 높이는 더 되는 것 같다. 역사(驛舍)에 들어서자 에어컨 바람에 마음마저 시원해졌다.




대형 TV 앞에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고 몰입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가 또 내려오기라도 한 것일까. 사람들은 넋 나간 표정으로 탄성을 지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군중 심리에 떠밀렸을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영상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국내 최고 영화배우들이 붉은 카펫에 오르는 장면을 연신 비추고 있었다. 최고의 인기 절정을 누리는 섹시미를 풍기는 여배우가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터졌다. 조각 같은 몸매에 여유로운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물결처럼 번지게 했다.




그들의 이름 석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알 것이다. 그들은 TV화면에서 영화관에서 인생 드라마를 감동과 교훈으로 알게 한 장본인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국민배우라고 불렀다. 그들이 등장하는 동안 판타스틱한 장면이 계속 레이저로 쏘아대고 있었다.




그건 각광 받는 꿈의 무대이자 찬사와 우아함이 곁들이는 환상의 도가니였다. 단상 좌석에는 역대의 최고의 명작을 남겼던 영화감독들이 근엄하고 우아한 표정으로 카메라의 프레시를 받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또하나의 가십거리가 되어 인터넷 화면을 달굴 것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 관객들 가슴마다 꿈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사람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계속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자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계속 탄성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무대 정 중앙으로 체크무늬 슈트 정장을 입은 남자배우가 나타났다. 사랑스러운 표정과 완벽한 몸매로 그는 시청자들을 향해 멘트를 던졌다.

영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와 자신의 어릴 적 꿈을 매치시킨 가장 절묘한 표현이었다. 그의 멘트 하나 하나가 시나리오 작가인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이상 꿈 기쁨과 슬픔을 비취는 거울이자 거울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제는 그 힘을 모으는 축제이고요. 영화는 소년에게 꿈을 주었고 배우가 되어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행운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영화인으로서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드는 현실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입니다」




영화는 가상 현실이고 다양한 삶의 압축판이다, 영화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영상 화면과 사건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하게 제시한다. 영화는 영상 화면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는 삶의 표현이자 스토리다. 영화는 삶의 길목에서 인생을 헤쳐 가는 노하우와 가치를 알게 한다.

또 영화는 삶의 현실을 일깨우는 최첨단 기계 방식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영화에서 인생의 희노애락과 쾌감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 삶을 떠나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현실이고 상상이고 삶의 현주소를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열차가 터널을 여러번 지나더니 치악역을 통과하고 있었다.

간이역으로 있다 폐역(閉驛)된 치악역은 꽤 높은 정상에서 열차의 통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스산한 느낌이 가슴 속에 머물다 사라졌다. 열차는 터널을 또다시 지났다. 오늘은 그 흔한 홍익 판매원도 지나가지 않는다.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에 심취해 있다.




차창 밖으로 초여름의 녹색 풍광이 계속 지나치고 있었다. 푸른 삼림 속에 지나는 농경지와 인가(人家)가 옛날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다. 내 뒤에 앉은 젊은 커플들이 나누는 대화가 내 귓가에 스치듯 들려왔다. 남자는 첫 휴가를 나온 사병이었다.




한번 흘끗 보았는데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꽤나 미모였다. 대학 새내기인지 계속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보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둘은 스마트폰을 서로 보여주면서 웃다가 부여잡은 두 손을 서로의 얼굴에다 갖다 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나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 나쁜 짓 한적 있었어, 어젯밤 잠자기 전에 기도하는데 갑자기 생각난 거야.”

“초등학교 때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 왕따 시키고 친구들 때려준 거?”

“응 그런 것도 있고 또 거짓 증거한 거 있어.”

“거짓 증거?”

“응 성경에 나오는 거짓 증거.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에 환멸이 느껴져 얼마나 회개했는지 몰라.”

“도대체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그는 여자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어 놓으며 말했다.




“너 혹시 컨닝했니?”

“그거면 차라리 낫게?”

“뭐? 그러면 도대체 뭐야? 어린 꼬마가 어떤 잘못을 얼마나 했다는 거야?”

“차마 내 입으로 말 못하겠어, 나중에 교회 가서 하느님 앞에 조용히 말할래.”

여자는 손으로 입을 막더니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한다는 건 좋은 일이야. 하느님께서 더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거야”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남자는 군종(軍宗) 같았다. 신학대학을 다니다 군대 간 군종이거나 전도사 같았다. 그리고 여자는 애인보다는 성도이거나 어쩌면 친 여동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들은 내 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 설정 되었다.




“그런데 오빠 나 아무래도 꼭 말을 해야 할 같애. 사실은 나 초등학교 때 내 짝이랑 짜고서 시험 채점지 갖고 장난 쳤어.”

“장난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응 그러니까,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는데 짜고서 틀린 것도 맞게 하고 점수를 부풀린 거였어.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종종 있었거든.”

“그래도 넌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게 얼마나 큰 죈데.”

“그때 우리반은 우열반이었어, 점수대로 수우미양가 분단별로 앉혔는데 나는 그게 너무나 창피했어, 친구와 짜고서 점수를 올린 다음 우리는 더 높은 분단으로 옮겨 갔어, 나중에 내 짝이 그걸 폭로하면서 몽땅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야? 니가 짜고 하자고 했잖아, 사실은 지가 먼저 그러자고 해놓고서.”

“이제라도 그걸 깨달았으니 앞으론 정직하게 살아.”

“그런데 어젯밤 기도하다가 왜 갑자기 그게 생각난 거지?”

“성령님의 역사하심이지.”

남자는 꽤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후론 다신 그런 짓 안 했겠지?”
“아니.”

“뭐? 그럼 또 했다는 것야? 누구하고?”

“그냥 혼자. 컨닝했어.”

“뭐 또?”

“신학교에서도 컨닝 페이퍼가 돌아다닌다고 그러던데?”

“그건.”




남자는 말을 하다 멈췄다. 아니라도 딱히 부인할 수 없었다. 컨닝이라는 오래된 역사는 신학교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었다.

“사실은 나도 딱 한번 컨닝한 적이 있었어. 고등학교 다닐 때 컨닝 페이퍼가 막 돌아 다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아! 그때 내 마음 속에도 울림이 있었다. 청소년 시절 친구랑 학교 앞 분식점에 갔다가 손님이 많은 북새통을 틈타 값도 치르지 않는 채 친구와 함께 도망친 것이다. 그날 친구와 나는 공범이었다. 순간적으로 모의되고 치러진 범죄는 오랜 세월 나를 괴롭혔다. 그때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그 어이없는 작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양심이 가장 센시티브한 어린 시절에도 죄의 요소는 마음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기도 곧잘 거짓말을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도 몸집이 작거나 피부색이 조금만 달라도 왕따 현상이 인다.




못생긴 아이는 또래들이 같이 놀아주지도 않는다. 어린 아이 사회에서도 외모지상주의가 판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왕따 폭력이 가장 심한 곳이 초등학교라고 나와 있다. 막말 욕설 수준에는 백약이 무효라고 한다. 잔인한 게임과 심각한 동영상이 동심을 파괴하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동심천국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초등학교 5-6학년만 되어도 의식수준이 성인 못지 않다. 몸집이 커지다보니 2차 성징도 빨라져 청소년에 준하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 소개팅도 유행하는데 중매 역할을 친구에게 다가가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으니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단다.

외모가 뛰어난 아이는 이성 친구가 보통 서넛은 된다고 해 웃은 적이 있다. 가끔 예쁜 이성 친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단다. 사귀던 여친 남친을 빼앗기면 동심 세계에서도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고 한다.




인터넷의 폐해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져 이젠 거의 중독현상마저 비일비재해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악을 부추기고 잔혹한 동영상이 모방범죄로 이어지는 데도 표현의 자유만을 외쳐대고 있으니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악성 댓글과 명예훼손의 차이를 두고 소송이 벌어져도 그때뿐이다. 열차가 속력을 점점 줄이더니 멘트가 나왔다.




“이번 정차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신 후 하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더니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멈춰 섰다. 한떼의 무리가 빠져 나가고 새로운 승객이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등치가 산만한 언 듯 보기에도 조폭 같은 인상의 남자들 서넛이 커플들 뒤로 가 앉았다.




남자들은 자리에 퍽 소리가 나게 앉더니 쌍욕부터 해댔다. 살벌한 분위기가 곧바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열차가 출발하자 폭력배들은 즉각 행동 개시에 들어갔다. 거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허세와 난투극을 벌였다. 소주병을 꺼내 거꾸로 들고 마시더니 바닥에 그대로 내리 꽂았다.




파삭!

소주 냄새가 파편과 함께 사방으로 퍼졌다.

“어이! 빨리 역무원 불러부러. 싸게 싸게 불러부러.”

얼굴에 사선으로 칼자국이 난 남자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손짓을 했다. 사람들은 두려워 떨면서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폭력배들은 신이 난 듯 계속 씨부렁거렸다.

“나가 왕년에 여수에서 한 가락 한 놈이다 그거여. 이 배 창시에 난 칼자국 좀 보드라고.”

하더니 배를 훌러덩 까 보였다. 이십 센티는 넘어 보이는 칼자국에 양 옆으로 꿰맨 흔적이 징그러웠다. 그때였다. 열차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어어! 이거 왜 이래?




승객들은 불안한 기색으로 안절부절 했다. 그때였다. 여자애가 창밖으로 가리키더니 말했다.

“오빠 저기 좀 봐. 무인텔이 뭐야?”

“무인텔?”




사병이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내 눈길도 저절로 움직였다. 여자가 가리키는 방향에 무인텔이라고 써진 5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논밭 사이로 난 한적한 곳에 자리한 무인텔은 어감이 좋지 않았다. 관광지도 아닌 농경지가 있는 동리에 무인텔이라니?




누가 이곳까지 와서 숙박시설을 이용한단 말일까? 열차가 지날 때마다 무인텔은 계속 나타났다.

열차가 ○○○역에 닿자 승객들이 우르르 출입구로 몰려갔다. 승강구를 내려서자 후텁지근한 더위가 몸을 덮쳐왔다. 짓다 만 역사(驛舍)는 급격한 경사로 이어져 지하 출구로 통하고 있었다. 관광명소를 알리는 대형 화면이 당장 눈길을 당겼다.




시원한 물줄기와 초록 삼림과 단풍이 어우러진 계곡풍경이 대부분이었다. 개찰구를 나오자 열차표를 파는 창구가 보였다. 지방이라 아직 자동화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대형 TV화면이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눈요깃감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주변에 지방 특산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역사(驛舍) 밖은 전통시장이었다. 트럭에다 농산물을 잔뜩 부려놓은 상인들은 뙤약볕에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마지막 상혼(商魂)을 불사르고 있었다. 인상이 험악한 어떤 치들은 물건을 파는 척하며 여자들을 상대로 성적 농담도 거침없이 했다.




한쪽에선 노랫가락과 함께 술판이 질펀하게 벌어져 있었다. 순박하고 온순한 농심(農心)도 거친 세파 앞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값싼 중국 농산물의 유입과 지나친 풍작으로 수급 조절이 안 돼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농민과 어민이 아닐까.




농사가 흉작이 되어도 걱정 풍작이 되어도 걱정이다. 어민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나가 목숨 걸고 파도와 싸워 가며 잡아온 물고기는 제 값도 못 받을 때가 더 많다. 어떨 때 배의 유류 값마저 못 건질 때도 많다. 수온이 올라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 중앙 통로로 들어섰다. 높은 천장에 차양이 쳐져 있었다. 중간 통로에 탁자가 보이고 양편으로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역사(驛舍)를 주변으로 모텔이 사방으로 보였다. 어느 방행을 보아도 모텔건물이 줄지어 나라비로 서 있었다.

하다 못해 발걸음을 옮기만 해도 여관 아니면 여인숙이었다. 요즘 세상에도 여인숙이 있다니. 뿐만 아니라 골목 골목 마다 여관 하숙집이 이어졌다.




이 지방 사람들은 잠을 집에서 자지 않고 호텔이나 여관에서 자나 보다 생각될 정도였다. 아무리 역 부근이어도 그렇지 일반 점포나 음식점보다 모텔이 더 많은가. 넓은 주차장이 보이는 모텔 건너편으로 사진관 건물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누드 사진작가 협회 사무실이었다.

세상에… 누드 사진 작가협회도 있었구나.




새로운 사실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 혼이 잔뜩 빼앗긴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젊은 커플 한쌍이 보였다. 모텔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우악스런 남자의 손길에 이끌려 가는 여자는 스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몇 년 전에 시(市)로 승격한 ○○○은 관광명소로 유명했다. 충청도와 강원도를 아우르는 호수는 수십 킬로에 걸쳐 녹색삼림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있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호수는 수상 스키와 오리배 등 각종 놀이기구 시설이 갖추어져 영화 촬영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상업적 목적이 아닌 것이 없어 보였다. 토산품을 파는 가게는 호객 행위까지 하고 있었다. 교각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와 나무숲만이 자연적 정취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통시장을 벗어나자 비로소 번화가가 나타났다.




번화가의 시작은 언제나 각종 브랜드 의류상가와 프렌차이즈 음식점 행렬로 이어진다. 아파트와 주택가 골목을 지나자 또다시 전통시장이 나타났다. 좀 전의 역 주변의 전통시장이 오일장이라면 이곳은 상설시장으로 주로 음식점 상가와 청과물 방앗간 씨앗 종묘상과 농기구 등을 판매하는 점포가 많았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메밀전병과 감자전 보리밥 곤드레 나물밥 메밀국수 올챙이 국수 장칼국수 등 토속 음식점이 식객들의 발걸음을 잡아 당겼다. 가격은 서울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할머니 보리밥집이라는 상호를 붙인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앉을 자리가 없이 사람이 빼곡히 차 있었다.

창가 쪽에 놓인 좌석에 간신히 몸을 붙이고 앉으니 주인으로 보이는 노파가 다가와 물었다.




“총각은 무얼 드실 거유?”
“총각이라니?”

잠시 아연했다. 나이 사십 넘긴 지가 언젠데?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보리밥 된장국이요.”

“알겠수 금방 해드리리다.”




노파는 굽은 허리로 주방으로 들어서더니 금세 한상을 차려 가지고 나왔다. 밥통에 있는 보리밥을 대접에 놓고 각종 나물을 얹으면 끝이었다. 된장국 역시 솥에서 퍼내 그릇에 옮겨 담으면 되었다. 마침 배가 고팠던 터라 정신없이 퍼먹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장 바닥이 한산했다.




근처를 지나는 마을버스가 있기에 무작정 올라탔다. 11인승 소형 마을버스였다. 버스는 주택가를 지나 논밭이 보이는 벌판을 한참 달리더니 이윽고 멈춰 섰다. 종점이라 했다.

사람들을 따라 내리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사람들 인상이 한결같이 험상궂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있는지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어느새 그들 뒤를 따르고 있었다. 논밭으로 통하는 길목에 작은 점방이 보였다. 구멍가게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술과 담배 과자 라면 등속을 파는 좁은 가게였다. 주택가도 없는 곳에 점방이라니, 모텔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급조한 모양새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논밭 사이로 모텔 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얼핏 보아도 스무 동은 넘어 보였다. 그것도 모두 무인텔 상호를 달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내려진 현수막에는 대실 2-3만원 숙박비는 5만원이라 써져 있었다. 그들은 일부러 자동차도 버려두고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해가 졌는데도 선글라스를 쓴 채 사방을 휘휘 보며 걷고 있었다. 등치가 태산만한 남자는 검은색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핸드폰으로 열심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손목에 문신이 꿈틀거렸다.




그들은 모두 외지인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CCTV가 없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주변에는 인가(人家)가 하나도 안 보였다. 그런데 저들은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와서 무인텔을 이용하는 걸까. 상상이 실타래처럼 엉켜드는 순간이었다.




앞에 가던 남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내 눈을 쏘아 보았다. 의심스런 눈초리가 내 전신을 훑어 내리더니 고개짓을 했다. 일행에게 내 존재를 날리는 것 같았다. 순간 등짝이 오싹했다. 잘못 들어선 건 아닐까. 모텔로 향하는 길은 모두 비포장 도로로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날만한 구간이었다.




이윽고 산등성이 밑에 있는 모텔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가려면 논밭 길을 한참 지나 개울물이 흐르는 작은 교각을 건너야 했다. 험상궂은 사내들은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근처 가까운 모텔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그들은 모종의 계획을 위해 이곳을 선택한 게 틀림없었다.

범죄 모의를 하거나 마약을 하거나 아니면 엄청난 폭력사건이 전개될 것 같은 위기감이 몰려왔다.




시나리오 작가 아니랄까봐 상상력에 발동이 걸렸다. 교각을 건너는데 얕은 물가에 송사리 떼가 보였다. 잠자리와 흰 나비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이 한가로운 시골 정경에 이 많은 모텔은 무슨 용도로 지어졌을까.

상상 속에 잠시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 걸까. 꼭 이 길을 가야만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걸까. 더구나 직장에 월차까지 내고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삼스레 나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무인텔은 신축된 지 얼마 안 되선 지 산뜻한 느낌이었다. 그깟 인건비 얼마나 든다고 직원을 채용할 일이지 꼭 이렇게까지 무인텔을 만들게 뭐람. 안 그래도 젊은층들은 취업이 안 돼 난리인 판에. 아직은 휴가철도 아니고 평일이라 그런지 모텔 근처는 조용했다.

조금 전에 보았던 근육질의 사내들도 어느 모텔로 숨어들었는지 한적했다. 나는 핸드폰을 전원꺼짐으로 하고는 무인텔로 들어섰다. 무인텔 상호명은 로그 아웃이었다.




짙게 선팅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형 거울과 수채화 정물화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고 찾았지만 안내 데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2층 계단으로 올라섰다. 객실 앞에 이르기 전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았다. 푸른 논밭 사이 모텔 건물 틈으로 빨간색 승용차가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승용차는 내가 있는 모텔 앞에 정차했고 젊은 남녀 한쌍이 내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대학생 새내기 같아 보였다. 여자는 흰색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남자는 하늘색 티셔츠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선글라스는 끼지 않았다. 착하고 앳돼 보이는 청년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와이파이는 비밀번호도 없애 곧바로 연결되었다. 2층 맨 첫 번째 객실에 들어섰다. 무인 카운터에 숙박 버튼을 누르니 가격표가 떴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투입하니 딸깍하고 객실문이 열렸다.

붉은색 카펫에 대형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커튼을 열어 제치니 논밭과 삼림, 그 속에 바위처럼 솟은 모텔 건물들이 보였다. 화장대 옆에 컴퓨터와 대형 TV가 보였다. 침대 머리맡에 대형 거울이 있었다. 욕실도 마찬가지였다. 피곤이 엄습했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불도 끄지 않고 잠이 들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물건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간히 여자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남자의 고함치는 소리와 유리병 깨지는 소리도 들렸다.

바로 옆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온몸이 공포로 빳빳하게 굳는데 여자의 비명이 귀를 찢을 듯이 들렸다. 핸드폰을 찾는데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간밤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도 문을 닫았던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진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신고를 해야 하나 모른 체 해야 하나. 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고를 해야겠지. 그런데 핸드폰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몽롱한 정신이 들었다. 내가 어제 분명히 핸드폰 와이파이를 켠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리는 멈출 새도 없이 계속 들려왔다. 남자의 윽박지르는 소리와 여자의 공포에 찬 울음소리. 여자를 때리는지 둔탁한 움직임과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한동안 조용했다. 이제 한시름 놓으려나 했는데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시나?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행선지를 잘못 선택한 것 같아. 만일 옆방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참고인으로 불려가는 것 아닌가 걱정 되었다. 나의 상상 시나리오는 직업병이다. 내가 가끔씩 이런 외진 곳을 찾아 시나리오를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자유를 만끽하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런 무인텔은 처음이다. 내가 시나리오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뜸 묻는다. 어떤 영화 대본 쓰셨는데요?




그렇다면 별 할 말은 없다. 내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 영화로 크랭크인 되기 직전에 영화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내 꿈도 한꺼번에 도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아내와 딸은 얼마나 안심하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기상조였다. 나는 그들의 기대대로 내 직업 무대인 회계사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또다른 일탈을 꿈꾸기 시작했다. 내 본업은 태초부터 시나리오 작가였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은 평상시에도 늘 말했었다. 그 헛된 망상 집어치우고 본업에 충실하라.

내 본업이 뭔데?

그야 회계사지.

내 본업은 시나리오 작가야, 내가 쓴 대본이 영화화 됐다 하면 빅 히트 치는 건 기본이고 국제영화제도 나갈 걸 아마도.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요, 요새 누가 시나리오 작가가 대본 쓰나요? 감독이 직접 쓰지. 내 말이 틀렸습니까?

그럼 내가 감독하지 뭐.

뭐? 감독? 미치려면 곱게 미쳐 감독 좋아하시네. 영화 한편이라도 극장가에 올려 보기나 하고 저런 소리 하면 내 말도 안 해.




어릴 때부터 나는 영화광이었다. 꼬마 때부터 만화 영화는 물론 에니메이션 TV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대학 갈 때도 영상학과를 지망하려 했지만 가족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실패했다. 대신 회계학과에 들어가 안정된 직업을 택한 후 시나리오 공부를 하기로 했다.




지망생이라고 하기엔 열정이 지나쳤을까. 본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말았다. 당연했다. 퇴근 후면 곧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영상 화면에 몰입했고 밤새 시나리오 쓰느라 아침이면 빨간 토끼 눈이 되어 출근했으니까. 졸린 눈으로 근무하느라 눈총을 받았고 헛된 꿈 포기하고 일에 진력하라고 지청구도 수없이 들었다.




수년 동안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한 끝에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수상작에 올랐는데 꿈을 이루기도 전에 회사가 도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기엔 그동안 공들인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 취미로 하든 무엇으로 하든 난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머릿속의 센서가 그쪽으로만 돌아가는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이번만 이번만 하며 달려온 세월이 내게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게 했다. 나는 외쳤다.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만 온다. 꿈은 열정이다. 열정은 삶의 목표다. 이 말만 믿으며 내 나이 사십대 후반을 치닫고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는 자리에 누웠다. 순간 적요(寂寥)가 나를 둘러쌌다. 불안도 함께 나를 둘러쌌다.




그리고 무언가 내 정신을 잡아채듯 곧바로 잠속으로 추락했다. 잠결에 여자의 신음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신음은 통증을 동반한 죽음의 신호였다. 아무래도 저 방에서 살인사건이 난 게 틀림없어. 언젠가 내가 썼던 시나리오의 한 대사가 생각났다.

완전범죄는 있을 수 없어, 신이 살아 있는 한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 그것도 내 손으로.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많은 드라마 대본을 썼다 해도 상상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다. 밤새 몸이 가위 눌렸는지 아침에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몸이 침대에 묶여 있는 것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 쿵쾅 뛰기 시작했다.

전조(前兆)가 안 좋았다. 요란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 주십시오.”

“경찰이요?”

분명 꿈은 아니었다. 더구나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건 아니었다. 입던 옷 그대로 문을 열었다, 경찰 서너 명이 신분증을 보이며 들어섰다. 조폭을 연상시키듯 하나같이 인상이 험했다. 그들은 나를 빙 둘러싸더니 마치 피의자 취조하듯 말했다.

“밤새 옆방에서 무슨 싸우는 소리 못 들었나요?”

은테 안경에 뱁새눈을 한 형사가 물었다. 그러자 그 옆에 서 있던 중년으로 보이는 형사가 말했다.

“바로 옆방에서 살인사건이 났습니다.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살 살인이라뇨?”

놀라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경찰들은 마치 예상이라도 하지 않았냐는 듯한 말투였다. 형사들은 살인사건을 많이 다루다 보니 살인이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옆방에서 살인사건이 난 것과 내 직업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혹시 어제 저 옆방에 입실하는 남녀를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어제 들어오자마자 샤워하고 잠들어서 못 봤는데요? 제기 옆방에 드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나요? 직원도 아닌데.”

“하긴 뭐 무인텔이니까.”




형사는 무슨 단서라도 찾을 것처럼 쓸데없는 질문을 늘어놓더니 말했다.

“아참! 직업이 뭐라고 하셨죠?”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왜죠?”

“저희 직업상 물어보는 거니까요? 아! 그렇잖아요. 휴가철도 아니고 이 외진 곳에 무인텔에 애인도 없이 혼자 숙박하셨는데.”

애인도 없이 라는 말이 몹시 귀에 거슬렸다.

“저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시나리오 작가요? 아! 그래서.”

형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럼 어떤 영화 대본을 쓰셨는지. 요즘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다 쓴다고 하던데.”

참 할 일 없는 형사 같았다. 내가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 하고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하긴 직업상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방 안 구석 구석을 살피던 형사 하나가 물었다.

“잠시 참고인으로 서까지 가주셔야겠습니다.”

“제가요? 왜죠?”

“성가시겠지만 몇가지만 여쭈어 보고 금방 보내 드리겠습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아주 간단한 질문만 할 건데 너무 부담 안가지셔도 됩니다.”




너 같으면 부담이 안 되겠냐?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저절로 오금이 저렸다. 형사는 동료에게 눈짓을 하더니 나를 채근했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형사 맞기는 한 거야? 나오면서 보니까 옆방에는 이미 가이드 라인이 쳐 있었다.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기 위해 도구를 이용해 샅샅이 뒤지는 중이었다.

경찰차로 이동한 지 십분도 안 됐는데 벌써 조사실에 도착했다. 영화에 보던 것과 거의 똑같은 상황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간단한 질문만 몇가지 한다고 하더니 끝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검시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소리를 열 번도 더 하면서.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질러대는 고함으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꼭 이 먼 곳까지 그것도 무인텔 같은 이용해야만 글이 써지는 겁니까? 혹시 어느 영화대본 쓰셨는지요?”

기분 나쁜 말투 때문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마치 내가 시나리오 작가 아닌데도 작가라고 우기는 것처럼 말했다.

“영화가 크랭크인 되기 전에 도산하는 바람에.”

“아! 그러니까 아마추어시구나.”

표정이 야릇해지더니 비아냥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본업은 어떻게 되십니까? 설마 본업은 있겠죠?”

“더이상 할 말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재수 없는 자식.

형사는 눈도 안 마주치더니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연락처 하나 남겨놓고 가십시오, 바쁘신데 시간 뺏어 죄송합니다. 시나리오 꼭 성공하셔서 흥행에 성공하시고요.”




나는 그대로 조사실을 나와 버렸다. 그런데 나오면서 보니까 젊은 남녀 한쌍이 이쪽으로 걸어오는데 어제 열차 안에서 보았던 바로 그들이었다. 아는 체를 하려다 그대로 돌아섰다. 너무 피곤했다. 이 동네 근처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무인텔이 많은 것도 그렇고 기분 나쁜 동네다.




귀경길은 열차가 아닌 시외버스를 택했다. 잠시 대합실에서 TV를 보는데 무인텔 살인사건이 보도 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짤막하게. 이젠 살인사건도 너무 빈발해 가십거리도 안 된다는 건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는 뉴스가 끝났다.

경찰 조사실에 나오기 전 형사가 연락처 남기고 가라고 했을 때 핸드폰 전화를 적고 온 게 후회가 됐다. 귀찮게 자꾸만 오라 가라 하면 어쩌나. 급한 마음에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시외버스가 ○○○시를 벗어나는 동안 나는 한번도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어제 열차 안에서 만났던 젊은 남녀는 무슨 일로 경찰서에 들른 걸까? 그들은 진짜 오누이 사이일까. 아님 한참 연애 중인 청춘 남녀일까? 어제 그들은 ○○○시에서 어떻게 지낸 걸까. 그러고 보니 어제 로그아웃 무인텔로 들어서던 그 젊은 커플이 바로 그들 아니었을까.

자세히 못 보아서지 그렇지 선글라스만 아니었다면 그 여자애라고 확신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어제 몇호실에 투숙했던 걸까. 둘이 혼숙했을까?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느새 그들을 커플로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니.




습관처럼 핸드폰을 켰다. 그런데 아무리 두들겨도 먹통이었다. 당연했다. 핸드폰 전원을 꺼 놓았으니까. 다시 핸드폰 전원을 연결했더니 카톡과 문자메시지가 여러 개 도착해 있었다. 회계사 사무실에서 보낸 게 가장 많았다. 또 무슨 일이 발생한 걸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직장에서 하는 일은 항상 팩트에 근거한다. 정확한 판단과 계산속에 절대 오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의뢰자의 요구를 절대 벗어나서도 안 되고 그들의 요구사항과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일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팩트 위에 자꾸만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것이다. 상상 시나리오는 팩트를 벗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철두철미한 예방책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 그럭저럭 나는 삶을 영위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그건 곧 경제적 이익과 직결돼 불의와 법망을 속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열차 안 젊은 남녀가 말했던 죄성의 결과였다.




시외버스 안에서 나는 심각한 자괴감에 휩싸였다. 고작 하루만의 일탈을 위해 너무 많은 감정 소비를 한 것 같다. 무인텔이라는 그 생소한 단어에 이끌려 시나리오 구성은커녕 난데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간신히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쓸데없이 객기 부리다 현실 속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환상은 사라지고 딱딱해진 감성만 남았다. 두려움이 가슴속에서 자꾸만 살아났다. 처음 보는 낯선 도시에서 그것도 무인텔에서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다니,




핸드폰을 되찾게 된 것도 기적 같았다. 분명히 머리맡에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 핸드폰이 어떻게 화장대 서랍 안에 들어가 있더란 말인가. 형사가 자꾸 캐물을까봐 말은 안 했지만 의문투성이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둑신한 저녁 무렵 무인텔을 향해 걷던 근육질의 어깨들이 아무래도 열차 안에서 만난 조폭들 같았다. 전라도 사투리며 내뱉는 욕설이 흡사했다. 그리고 빨간 승용차에서 내리던 젊은 커플들도 열차 안에서 만났던 그들과 비슷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껴서 긴가민가 했지만 하늘색 티셔츠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은 청년은 군종 사병과 너무 닮아 있었다. 군복을 사복으로 갈아입어 잘 분간이 안 갔지만 다시 한번만 만난다면 그땐 꼭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경찰서에서 그들을 또 만난 것이다.




뭔가 꼬인 실타래가 풀릴 듯 잘 추적해 가노라면 퍼즐 조각이 맞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열차 안에서 봤을 때는 분명 어리고 오누이 사이처럼 보였는데 경찰서 내부에서 보았을 때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였었다.




만일 그들이 내가 탄 열차와 모텔 앞에서 보았던 남녀가 맞다면 그들은 분명 변장의 천재이거나 연극배우임에 틀림없다. 나는 생각의 조각을 상상력으로 계속 맞춰가다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나는 수많은 길을 보았다. 넓고 탄탄한 길. 가끔은 안전하지만 꼬불꼬불 하고 수많은 가시밭길과 험난한 길, 좁고 협착하지만 곧고 안전한 길.




그런데 결론은 그 길 끝에 있었다. 넓고 탄탄한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 가슴에는 부와 명예 쾌락이라는 단어가 붙여져 있었다. 그들이 달려갈 때마다 비리와 거짓과 모략 협잡이라는 단어도 같이 따라 붙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싸웠다.




사상자가 늘어나고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점점 대열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지막 몇 사람이 남았을 때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고지에 서 있었다, 그들은 만족의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허무라는 단어를 외쳤다.

천길 낭떠러지 같은 아래를 바라보면서.

그들은 깊은 외로움에 떨며 산등성이를 내려갔다.




다음은 좁고 협착하지만 안전하고 단단한 길이었다. 그들은 좌우를 돌아보는 일 없이 곧바로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어떤 불의와도 타협 없이 정직과 노력과 인내로 경주하는데 수없이 많은 낙오자가 발생했다. 그들에게도 순간마다 유 불리에 따라 낙오자가 속출했는데 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목표만 중요했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아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석학과 인재가 많았고 지도자도 있었다. 그러나 소수에 대한 배려나 격려는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성공을 위한 고지만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다행이었다.

그들 중에는 사회의 귀감이 되어 존경과 찬사를 받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가끔 정의와 선을 위한 헌신자들도 나타났다. 그리고 그 좁은 길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음은 가끔은 안전하지만 꼬불꼬불 하고 수많은 가시밭길과 험난한 길이었다. 그 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가 미로처럼 얽힌 길을 보고는 이내 돌아섰다. 모험심과 의지가 강한 사람들도 얼마 안 가 포기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소수의 사람만이 그 길을 가는데 안전한 길 보다는 험하고 낭떠러지 같은 사행길이 더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폭풍우와 우박과 폭설로 길이 지체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따라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낙오자는 없었다. 이미 길을 너무 깊숙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는 인내와 달관으로 어떤 초월적인 힘으로 길을 걸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탄탄대로가 나타나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고 경쾌한 음악과 위로의 힘이 그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먹구름이 끼고 험로는 이어졌다.




그들이 가는 길은 유난히 길게 이어졌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였다. 험로와 가시덤불로 길이 전혀 안 보이는 순간도 이어졌다. 어둡고 캄캄한 동굴속에 갇혀 지내던 어느날 한줄기 빛이 비쳐왔다. 그들은 모두 와! 함성을 지르며 그 길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모두 회개의 영성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잘못된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공의를 실천하는 의인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걸머지고 믿음과 사랑과 인내로 끝까지 길을 완주한 경주자들이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십자가가 보였고 머리에는 금빛 면류관이 씌워졌다.




모든 길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 하지만 끝은 선택에 따른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길로 들어선 것일까. 아직도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분명 길은 정해졌다. 그런데 아직도 결과물이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세 가지 갈림길이 내 눈앞에서 자꾸 어린거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는 순간 무언가 명료한 느낌이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 앞은 한밤중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삶의 기로 앞에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길을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로 터미널은 언제나 북적일 것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자기들만의 길을 경주할 것이다.

길이란 단어가 계속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길과 선택 결과라는 단어도 내 생각을 계속 붙잡고 늘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직장 동료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이번 분기가 지나면 직장에서 대대적인 인원감축 즉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그동안 안전빵이라고 믿었단 직장에 해고 바람이 불다니.

그렇다면 내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것인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 꿈을 펼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회란 위기 속에 찾아오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그러나 가족들은 모두 난리가났다. 특히 아내는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며칠이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어느 믿는 구석이 있는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가슴에 십자가를 긋고서.




그 모양이 내 눈에는 꼭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아내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내게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했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싶었다.

그렇다. 아내는 절대자 권능자를 신봉하는 것 같았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생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신다는 그 분. 그 분을 아내는 믿기 시작한 모양이다. 직장에 복귀하고 한달쯤 지났을까.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눈에 띠는 기사를 보았다. 그때 내가 머물렀던 무인텔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였다. 궁금증에 단번에 읽어내려 갔는데 여기!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흔한 폭력배 이권 다툼에 여자가 희생된 것이다. 희생자는 상대방 보스와 하룻밤을 지낸 여자였는데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보스는 자기 여자를 방관한 것이다. 여자는 임신한 줄도 모르고 남자를 따라 무인텔에 들었고 상대에게 무참히 살해된 것이다. 사건의 본말을 밝히는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열차 안에서 만났던 젊은 남녀였다.




애인인지 오누이인지 모르는…….




그렇다면 그들은 경찰? 그러면 그날 무인텔에 나타났던 빨간 승용차에서 내렸던 남녀는 그들이 아닌 다른 투숙객이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또다시 시나리오를 쓴 것이었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열차 안에서 만난 대학 새내기로 보이던 그들이 경찰이었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천진난만한 미소와 대화 내용이 경찰이라는 신분과 도무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환상을 본 것일까. 나는 화면을 달굴 듯이 기사 내용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그 남녀의 모습도 재확인했다. 맞다. 틀림없이 그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 안에서 조폭들을 따라 붙기 위해 일부러 잠입했는지 모른다.




그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대학 새내기와 군종으로 위장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맞지 않는다. 그 남녀가 무인텔로 잠입했다면 충분히 살인사건을 막아냈을 것이다. 머릿속이 또다시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했다.




언제는 빨간 승용차에서 내린 남녀가 열차 안에서 만난 커플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또다시 조폭을 체포하기 위해 일부러 잠입한 형사로 둔갑한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우연의 일치가 내 시나리오를 위한 대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열차 안에서 들었던 그들의 대화 내용은 들을수록 충격 이상이었다. 거짓 증거 하지 말라는…….

그동안 나는 죄에 대해 너무 둔감하게 살아온 것 같았다. 거짓과 진실에 대해 무관심 했고 특히 죄에 대해 깊이 통찰하거나 회개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용서와 참회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생각의 틀에 변화가 일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시나리오 착상이 떠올랐다.




다음번에는 죄와 폭력으로 물든 청소년들의 회심을 일깨우는 영적 드라마를 만들자. 약자를 괴롭히고 집단으로 린치를 가해 죽음으로 몰고 갔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후회나 회개할 줄 모르는 양심들을 향해 진정한 회개를 일깨우는 그런 영적 드라마를.



나는 잠자다 말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의 두 손이 빠르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자판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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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인텔     신외숙 2019·07·04 129
1668 (단편) 논현동     신외숙 2019·06·13 140
1667 (단편소설)호박3(끝)     mount 2019·04·04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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