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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호박3(끝)
mount ( HOMEPAGE )04-04 20:53 | HIT : 160

  어둠이 자리 잡은 해변은 고요함이 맴돌았는데 한 쪽에서 폭죽이 터지고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그저 바라만 보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사실 바닷가의 식당의 음식은 그리 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들은 어항으로 갔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횟감 생선을 파는 가게로 갔다. 전에 어항에서 회감 생선을 사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생선회를 떠주고 차림비를 받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게 주인은 그에게 사장님이라 말하면서 싸게 준다는 말을 하였다. 그는 이곳은 통일된 가격이고 양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광어 한 마리 사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생선회가 나오는 동안 그는 아내의 모습을 살폈다, 조금 야윈 듯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에 생선회가 그들의 테이블 위에 올려 졌고 그는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소주잔에 술을 붓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위하여’를 외치며 잔을 부딪고 한잔 마셨 다. 초장에 담근 광어회를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달콤한 맛이 배어져 나왔고 그들은 잔을 몇 번 더 부딪혔다. 술이 한 잔 남았을 때 매운탕으로 식사를 하였다.
  
  그의 아내는 입맛이 없는지 밥을 먹지 않고 매운탕 국물만 수저로 떠먹었다. 그가 밥 한 그릇 다 먹은 후에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등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어둠속에서 등대의 모습이 잘 보일지 몰랐지만 그녀는 그의 팔짱을 낀 후에 등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어둠이 내리고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내뿜는 불빛이 어둠을 강하게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 아직 생선을 파는 수산 시장은 문을 열고 있었고 그들은 수족관이나 다라에 붙잡힌 생선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했지만 그들은 당장 어떤 것도 살 생각이 없었고 다만 살아있는 생선들을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소라를 보자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고 다음 날 집에 갈 때 사 가지고 가자는 말로 타협을 하였다. 수산시장을 지나 등대 쪽으로 향했다. 등대는 맨 마지막에 서 있으면서 붉은 빛을 내어 어둠속에서 홀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니 가로등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등대의 붉은 색깔을 구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부두 안에 정박해있는 어선에서 불빛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있었고 그들은 천천히 등대 뒤로 향했다. 그들의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란 등대 뒤에 있던 남녀가 황급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얼른 등대 앞으로 오면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고 말았다.
    
밤바다는 어둠을 품고 있었지만 파란 빛도 함께 담고 있었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의자에 앉아있는데 참 은은한 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아내에게 어깨를 빌려주었고 그의 아내는 잠시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가 놀란 것은 그의 아내가 코를 골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그것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 놀라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고 그녀의 아내가 머리를 들면서 잠이 온다는 말을 하였다. 그들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다는 것에 동감을 하였고 언덕 위에 보이는 숙소로 향하여 걸었다. 5분 정도 걸어 올라가서 방 하나를 얻었는데 운이 좋게도 바다가 내려다보았다. 5층에 위치한 그들의 방에서 문을 열자 바다 냄새가 몰려들어오고 있었고 술기운 때문인지 그들은 샤워를 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그날 황폐한 땅이 아닌 기름진 땅에 씨를 뿌렸다. 분명 싹이 터서 잘 자라리라 생각을 하였다.  
    
  비가 적당히 내리고 햇빛도 좋아서 감자는 잘 자라고 있었다. 감자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유년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하얀 감자꽃이 피면 하얀 감자 자주색 꽃이 피면 자주색감자라는 말을 듣고 진짜 그런지를 보았는데 그것이 정답이었다. 그는 꽃을 보면서도 감자색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6월 셋째 주말에 감자를 캐러 갔을 때 그녀의 텃밭에는 이미 감자를 캔 뒤였고 그는 무엇인가 허전한 것을 느꼈다. 그가 비닐을 거두고 감자를 캐는 즐거움은 대단했다. 넓지 않은 곳에서 두 상자를 수확했으니 가격으로 따져도 오 만원은 될 것 같았지만 사실 들어간 돈은 더 되었다. 감자를 캐는 즐거움은 캐 본 사람만이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포기에 달려있는 감자가 어떤 것은 열 개가 되었다. 어른 주먹같이 큰 것부터 탁구공만한 것 까지  달려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
  
  감자를 수확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오층에 사는 할아버지께 한 바가지 넘겨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들고 가던 완두콩을 나눠주셨다. 아내는 감자를 보면서 흡족해했다. 크기별로 나눠놓은 후에 그날 저녁식사로 감자를 쪄 먹었는데 토실토실하니 맛이 좋았다. 그의 아내가 고구마도 맛이 있지만 감자도 고구마만큼 맛있다는 말을 해서 웃고 말았다. 매년 감자를 두 박스 이상 샀는데 사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그 다음 주에 고구마를 심었던 밭을 정리하고 상추씨를 뿌렸다.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가끔 물을 주니 씨앗이 움텄고 초록빛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웠다. 그가 옆집의 감자밭을 정리해주고 마찬가지로 상추씨를 뿌려주고 물을 주었고 상추는 양쪽 텃밭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호박에 정성을 들이면서 비가 온 뒤에 밭에 가 보았더니 세력이 확장되어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고 꽃이 피어나고 또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오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호박 하나에 1,000원이면 시장에서 사지만 호박 묘를 심고 커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만나게 되는 기쁨은 그 이상이었고 그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호박이 몇 개 따 먹을 만 할 때 그는 미스강이 생각났다. 그 동안 한 번의 연락도 없고 텃밭에서도 만나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의 텃밭도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그는 한 나절을 그녀의 텃밭의 풀을 뽑아주는데 시간을 소비하였다. 그가 풀을 다 뽑고 상추를 따고 고추를 따서 봉지에 담았다. 그녀에게 전달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전화번호를 뒤져 보았는데 그녀의 전화번호는 존재하지 않았다. 텃밭 주인에게 물어보면 될 수 있겠지만 오해를 할 것 같아서 수확한 것을 그의 집으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집에 가서 그의 수확한 것을 펼쳐놓았다. 그의 아내는 시장을 안 가도 일주일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에게 다가오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의 행정실로 전화를 해서 강 주무관님을 부탁한다고 하자 2주일 동안 연수중이라고 했다. 이제 끝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시 연락을 해 보라는 말을 들었고 그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전날 꿈속에 나타난 모습이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전히 그의 텃밭과 그녀의 텃밭을 오가면서 풀을 뽑아주었고 그녀의 밭에서 수확하는 수확물도 가져가 너무 양이 많아서 오층 할아버지의 문을 두드려 나눠드리곤 했다. 그 때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으셨고 그는 더불어 즐거워졌다. 그가 전화를 한 후 삼 일이 지난 토요일에 그는 그의 텃밭으로 갔다. 그의 텃밭에는 풀이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녀의 텃밭은 풀이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그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고 그의 텃밭의 풀을 깔끔하게 뽑아주었다. 더위가 그의 몸에 땀을 가득 흘리게 하였고 땀을 흘리면서도 그는 기분이 좋았다. 노동의 대가가 그에게 주어지고 그의 몸도 행복한 피로를 담아내니 운동의 효과도 있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그의 아내는 노동이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하였다. 아내는 그에게 함께 걷자는 말을 하였고 저녁시간에 공설운동장을 열 바퀴씩 걷기도 했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나자 그의 아내가 한약을 내밀었다. 약은 쓰지는 않았지만 무슨 약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그가 여름이 들어가면서 텃밭 가꾸느라고 땀을 많이 흘려서 그의 몸이 허할 것 같아서 사온 준비한 것인데 몸에 좋은 보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에 아내가 주는 대로 꼬박 꼬박 약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약을 먹고 나면 몸에 힘이 생기는 것 같았고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내는 늘 흡족해했고 그는 아내가 나이가 들어갔어도 탄탄한 몸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그들의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하나도 불만이 없었다.
  
  여름이 깊어가면서 그는 텃밭에서 풀을 뽑고 수확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의 옆에 있는 미스강의 텃밭도 가끔 돌봐주었다. 다시 그녀의 텃밭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일주일이 넘게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가 공무원연수원에서 일주일짜리 연수가 있어 텃밭을 가꾸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그의 아내가 가서 풀을 뽑아주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더운 데 무리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고 그는 흐뭇해졌다. 텃밭을 하자고 한 것이 그녀였는데 꼼짝을 하지 않으니 은근히 화가 났었는데 그의 아내가 풀을 뽑아주었다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연수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던 날 그녀는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층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올라오시라 해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삽겹살을 함께 먹으면서 할머니는 우리들이 본인의 자식보다 낫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늘 아버님과 어머님 같다는 말을 하였다. 삼겹살을 파티를 준비해 놓고 그의 아내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온다고 하고 나갔다. 그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5층에 사는 노부부가 그의 집을 나설 때 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가 설거지를 해놓고 촛불을 켜서 집안의 냄새를 중화시켰다. 문을 열어놓은 후 한참이 지나자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모습이 초췌해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음식을 못 먹고 있었다. 그는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가자는 말을 하였고 그녀는 다음 주 화요일에 예악을 해 놓았는데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당연히 함께 간다는 말을 하면서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불안의 그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들이 함께 살아 온지 십년이 훨씬 지났는데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있는데 그녀가 좋지 않은 병이라도 걸렸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었다.            
    
화요일 오후에 그는 조퇴를 하고 아내와 함께 대학병원에 갔다. 그녀가 계속 다니는 병원이었기에 그도 주치의를 알고 있었고 인사를 나누면서 닥터강의 얼굴빛이 참 좋아보였다. 그는 그의 얼굴에서 그의 아내가 암은 아닐 것 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의사는 아내의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를 그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뱃속에 생명체가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의 아내 역시 그의 손을 잡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간호사가 그들에게 휴지를 뽑아서 주었고 그들은 눈물을 닦으면서 닥터강의 설명을 들었다. 그들에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만 분의 일의 확률이 그들에게 맞아들어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말을 하였고 의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귀에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생명체가 그의 아내의 뱃속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의사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혹시 임신중독증이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무서운 것이라 말하면서 그녀가 힘든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걱정마라는 말과 함께 집안일을 그가 많이 도와줄 것 이라는 말을 하였고 그의 아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호박이 열매를 맺는 못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김교수의 이야기가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무리 밭이 좋아도 씨앗이 실하지 못하면 발아하지 못하고 아무리 씨앗이 좋아도 밭이 싹을 틔울 여건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싹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그들에게 적용된다는 말을 하였다. 그간 그녀의 포기하지 않은 노력이 눈물겨웠다. 그들이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쉬고 있을 때 집 전화벨이 울렸다. 그의 아내가 전화를 받았고 이내 그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텃밭을 돌봐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였고 언제 부부끼리 식사를 하자는 말을 하였다. 순간적으로 그는 멍해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그녀는 이혼을 했다는 말을 했는데 부부끼리 식사를 하자는 말을 한 것이 무엇이 잘못 된 일인지 궁금해졌는데 궁금증을 그녀의 아내가 깨쳐주었다.
  
  그가 연수를 밭는 동안 그의 아내가 그들의 텃밭에 갔을 때 어떤 남자하고 한께 온 미스강이 자신을 그 남자에게 소개해주었는데 그녀는 다시 뭉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스강이 임신을 하여 텃밭을 잘 가꾸지 못할 것 같아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고 했다. 그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찾아왔지만 모두에게 행복한 텃밭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앞으로는 절대 어깨를 빌려줄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 호호 웃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무슨 말인지 궁금해 하면서 그들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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