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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의 슬픈 아리랑 1
이태순07-24 11:42 | HIT : 88
올케의 슬픈 아리랑 1



나보다 열 살 많은 올케는 여고 시절 대대장을 한 씩씩한 여인이다. 한세상 살다 간 슬픈 사연은 하늘 구름 같다.

소달구지에 바리바리 싣고 우리 집에 시집왔다. 시골 초등학교 선생인 오빠 따라 내 고향에 터를 닦고 집을 지어 신접살림을 차렸다. 미남에 건장하고 힘센 고향 오빠는 시골 마을 장사씨름 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상금으로 소도 타고 금쪽같은 아들 둘, 딸 둘 낳고 살면서 새마을 지도자로서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으며 아마 올케언니는 그때가 행복의 절정이었을 것이다.

인생사 오르막 다음에 내리막이 있듯이 스무 살이던 큰아들 대학에서 농땡이를치다 보니 학점도 없어 휴학시킨 후 정신 차리라고 새마을지도자인 오빠는 대통령 하사품으로 받은 트랙터로 모래 싣고 추수하라 시켰다. 해거름 농번기에 추수 삯일하고 돌아오는 길에 푸석한 농로農路에 트랙터가 굴러 제 차에 깔려 버렸다.

“아버지 살려 주세요!”

혼이 나간 오빠. 심장이 끊어질 듯하고 애절한 아들의 목소리. 씨름대회에서 소를 탈 정도로 힘이 천하장사인 오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 그 무거운 트랙터를 들어 올려 아들을 끌어내 구할 수 있겠는가? 오빠는 한달음에 들판을 가로질러 볏단을 싣는 농부에게 도움을 청했다.

“요거 해 놓고 곧 갈게요.”

참으로 매정한 인심이구나. 속으로 한탄하며 번개처럼 아들에게 달려왔을 때 이미 저세상 천사가 되어 버렸다.

아들 장사 지낸 후, 가슴에 한이 하늘 끝에 닿은 오빠는 말을 잃고 웃음을 잃었다. 억장이 무너진 채 정신 나간 올케는 장례식 날 입관하는 아들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들은 분명 천당에 갔을 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이 슬픔이 도를 넘으면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밀짚모자 눌러쓰고 구릿빛 얼굴에 말문을 닫고 농사일에만 골몰하던 오빠는 경운기를 몰고 가다 나사가 풀려 발가락이 약간 찢어졌다. 시골 보건소에 가서 한 바늘을 꿰맸다

이튿날, 자고 나니 오빠는 목덜미가 뻣뻣해졌다. 제 발로 걸어 차 타고 대구의 큰 대학병원에 갔다. 경운기의 녹슨 나사 쇳독이 오빠의 온 신경에 숨통을 막고 사지를 찢는 고통을 주었다.

파상풍이었다. 오빠는 즉시 입원하였고, 의사는 오빠의 기도가 막힐까봐  입에 피리처럼 구멍만 뚫린 플라스틱 대롱을 물려 놓았다. 전깃불도 끄고 발소리도 죽인 캄캄한 병실이다. 문병하러 간 우리 부부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조차 없었다.

신경을 자극하는 파상풍균은 아무리 작은 소리나 빛의 움직임에도 살아 날뛰듯 발광해대며 오빠의 전신을 옥죄고 마비시켰다.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참을 수 없는 극한 고통이다. 파상풍균이 미친 듯 날뛸까 봐 소등된 캄캄한 병실에서 올케언니는 숨소리도 죽인 채 애끊는 심정으로 남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도 고통을 주는 독이 오빠의 전신을 마비시킬까 봐 대답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오빠는 발가락 상처에 감염돼 파상풍으로 5일 만에 세상을 떴다. 먼저 죽은 큰아들의 통한을 가슴에 묻고 사랑하는 아들의 곁으로 가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건소에서 파상풍 예방주사만 놓고 상처를 꿰맸다면 오빠는 파상풍균에 감염돼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보건소 똥 대가리 그 의사다. 의사가 의무 소홀로 고소를 당해야겠지만 그 당시 시골 사람들은 순수해서 보건소 젊은 인턴 의사를 고소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의사의 실수로 49세 한창나이에 육척의 건장한 오빠를 잃은 생각을 하면 지금 나 역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아들의 입관 때도 깊은 신앙심으로 하나님 곁으로 갔다고 믿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올케는 오빠가 돌아가시자 연이은 불행에 정신줄을 놓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 꺼이꺼이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거짓말 같아 우째 발가락 쪼끔 찢어져 죽을 수 있나?”

입관하는 오빠의 혈색 잃은 구릿빛 얼굴은 석고상처럼 하얗게 변해 평온했다. 아마 먼저 간 아들 따라 천사가 되었으리라. 49세 한창인 새마을지도자이며 한 집안의 가장이 올망졸망 철없는 어린 삼 남매와 오빠의 죽음을 믿지 못해 통곡하는 올케를 두고 영원히 가셨다.

슬픔은 어디가 끝인가?

스무 살 큰아들은 자기 트랙터에 깔려 죽고, 장대 같은 남편 제 발로 병원에 걸어 들어가 애통히 5일 만에 죽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중학교 시절 교육감상까지 받은 모범생 차남이 노름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피땀 흘려 하나하나 일궈 자식에게 물려준 고향 마을의 그 많은 전답과 집을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몽땅 날려 버렸다. 시골집조차 은행에 잡혀 날아갔다. 울 아버지, 울 엄마 그 땅 만들면서 손의 지문이 닳도록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한평생의 노고를 손자 놈이 한순간 도박으로 말아 먹었다.

인생사 참 헛되도다. 우리 엄마 고생하신 마디 굵은 손가락이 생각난다. 이렇게 손자 대에서 도박으로 날려버릴 줄 아셨다면 그리 애쓰시지 않아도 될 것을….

올케의 애환은 꼬리를 물고 극에 달하니 올케가 맨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기적이다. 집과 전답이 모두 날아가자 올케는 60세도 안 돼 치매가 오기 시작하여 결국 병원에서 몇 년을 고생하며 식물인간처럼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한 가정에 너무나 많은 불행이 찾아온 슬픈 사연이다.

황종원
가슴 절절.
어찌 이런 불행이 ...
힘든 삶을 살아온 분께 새삼 경의를 드립니다.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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