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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크림빵
이 경옥10-16 09:35 | HIT : 121
* 눈물 젖은 크림빵

낭군님이 세일을 한다며 크림빵을 잔뜩 사들고 왔다. 빵이나 케잌 중에 유일하게 먹는 것이 생크림이다. 뭐 눈꼽만큼 먹기는 하지만.. 크림빵을 보면 이미 낡을대로 낡아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 중 아직도 눈가를 시큰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뇌의 사진첩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어본다. 지지리도 궁상 맞았던 12살 눈물 젖은 그날을..

생일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내 생일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번에도 그냥 고깃덩어리 하나 없는 다시다 미역국만 먹게 되려는지 엄마의 뒷꽁무니를 따르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가끔 엄마와 눈이 마주칠 때면 아무일도 없는 척 마당을 기웃거리다가 나뭇가지 하나 주워 흙바닥에 소원을 적었다.
'생일케잌 좀 사주세요...' 11년 동안 생일날 케잌 한 번 구경하지 못했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늘 바빴다. 남의 집 일을 해주고 품삯으로 간간이 생활을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나도 그런 사정을 알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빠들 역시 마찬가지였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역시 남자는 다르구나ㅡ속으로 감탄했지만 나중에 듣고보니 포기한 거였더라.

어김없이 다시다맛 미역국이 한 솥 끓여졌다. 나는 밥을 먹지 않았다. 사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11년을 잘 보내오다가 돌발 행동을 하니 엄마는.. 빗자루를 들기 시작했다. 난 서러웠다. 같은 반 친구들은 생일이라며 친구들을 짜장면 집으로, 본인들 집으로 초대하여 과자파티를 한다했다. 대왕 케잌에 촛불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며 어제도 여사친 하나가 자랑질을 했었다. 아침에 생일을 치룬 친구는 케잌을 싸들고 학교를 왔고 친한 애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나눠먹었다. 친구관계가 나빴던 적은 없지만 난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 꼴에 자존심이라고 생크림 안 좋아한다며 뻥을 쳤다. 아닌데.. 나 생크림 먹어 본 적도 없는데..

결국 빗자루로 몇 대 타작을 당하고 다시다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단단히 체했다. 학교에 가서도 내내 고열에 시달리고 조퇴하라는 선생님 말씀에도 괜찮다며 하교시간까지 버텼다. 거의 폐인이 되어 대문을 들어서자 엄마가 마루에 앉아 있다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 오셨다. 엄마를 보니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워서인지 아파서인지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았다. 축 쳐져가는 나를 끌어안아 미안하다며 등을 쓰다듬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탈시드와 부채표 까스활명수로도 체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술 취해 주정부리는 아버지가 병원을 데려 갈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흠씬 젖은 베개가 찝찝해 고개를 들으니ㅡ투명봉지 안에 담긴 크림빵이 놓여져 있었다. 순간,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아버진 여전히 술주정 중이시고 엄마는 그 술주정에 갇혀 시달리고 계셨다. 차마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그 크림빵을 꼭 끌어안고 울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더 슬픈 것은 다음 날 먹으려고 뜯어 보았을 땐 이미 빵은 상해 있었다는 것. 이래서 나온 말이 .. 아끼다 똥된다ㅡㅡ..

지금도 난 그 빵의 출처를 모른다. 아침부터 빵이 상했다 말을하니 등신같이 줘도 못 먹냐며 또 빗자루로 맞았다. 그래서 물어 볼 정신도 없었다. 그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수숫대로 만든 빗자루였다는 것이다. 싸리비였으면 더 아팠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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