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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주머니의 선행
박철한 ( HOMEPAGE )08-12 13:09 | HIT : 74
홍주성을 앞으로 타원형으로 길게 에워쌓은 홍성 천을 따라 덕산 방면으로 우회하다보면, 외곽도로 중간지점에 광경 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맞은편에 홍성여자고등학교(전, 홍성고등학교)진입로의 사이 겨울철 이파리를 떨어뜨린 앙상한 나뭇가지 붙임 같은 샛길을 따라 약5분여 걷다보면, 조선시대 사학(홍주향교)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 향교를 중심으로 알파벳 Y자형으로 형성되었는데, 좌측 길을 따라가면, 이른 봄철의 쑥스러움에 얼굴 붉히는 사과과수원의 향긋한 만남으로 가슴 설렘 일고, 우측 길로 오르다보면 지역에서 많이 이용하는 매봉재 등산의 가슴 벅참과 갈증 해소하는 시원한 약수와 만날 수 있다. 나 또한 결혼이후 사학제도가 활발하였던 조선시대의 지방 유적인 홍주향교(사립학교)와 현대 공교육 기관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고장에, 내 집 마련 후 30년째 생활하고 있으니, 이제 이 고장의 원주민이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 이전부터 알파벳 Y자의 중간 지점에서 생활하였는데, 이후 매일 아침 기상 하면 아내가 큰 아이는 등교시키고, 작은아이를 유치원 등원 시킨 이후 청소를 목적으로 나가 운동하고 오라며, 등을 떠밀곤 하였다. 그때마다 어제 저녁 벗어놓은 잠바 호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고 어깨에 걸친 후, 긴 밤을 ‘쉬어자세로‘ 출입구에 수문장으로 서있던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잡는다. 그와 동시 어제 밤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고픈 표정으로 큰 입 벌린 채 천장만 바라보는 운동화의 넓은 입안에 내 발을 욱여넣는다. 그 다음 지팡이에 체중을 실어 한발 한발 밖으로 나온다.
 
어느 날은 향교 쪽으로, 그 어느 날은 도청이전지인 내포로 이전하여 폐교가 되어 텅 빈 홍성고등학교 너른 운동장에 사지불완전마비 장애인 홀로 지팡이에 의존 뒤뚱뒤뚱 걸으며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단잠에서 깨어난 어린아이 옹알이하듯 멜로디가 들려왔다. 곧바로 잠바 호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인 투지 폰을 꺼내어 마주 붙은 수화기를 한자의 한일(一)자 모양으로 열며 “여보세요!?하고 받아보니, 아내가 ”오늘 장인데, 운동 삼아 함께 가자!“라는 낯익은 음성이 전해졌다. 전화를 끊고 약속장소인 홍성고등학교 교문진입로에서 아내와 만나, 나는 지팡이에 의존하여 노인 같이 어기적어기적 걷고 있었으며, 당시 아내는 건강하였다. 그래서 나의 보호자가 되어 횡단보도와 광경 교를 함께 건너 5일장 입구에 도착하자, 따뜻한 날씨에 장터 나들이객들이 몰렸던가? 딸기와 각종 과일들이 아름다움과 달콤한 향에 매혹되었는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 또한 그 달콤한 향에 코가 잠식되어,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은 대중장소를 피해야 된다.’라는 상식까지 잊고 간신히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눈요기하고 있을 때였다. 나의 등 뒤에서 미세한 움직임에 이어, 잠바 오른쪽의 호주머니에 무엇인가 빠르게 들어왔다 나감을 감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누구나 깜짝 놀랄 것이다. 나 또한 대범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곧바로 내가 “뭣 하시는 겁니까?! 하자, 60대의 아주머니가 나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많지 않으니, 받아주세~요!“하였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하며, 잠바 호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어보니 종이 같은 것이 짚이기에 꺼내어보니, 푸른색의 지폐가 두 번 접혀있었다. 이를 마비로 꼬부라진 반대쪽 손가락사이에 물리어 펴보니 2장을 모아 접었음을 확인하는 짧은 순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열린 광장에서 어떠한 지원을 받은 경험이 없어 무척 당황스러웠다.
 
더욱이 저분도 필요한 물건 구입을 위하여 이른 아침 면소재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온 분일 것이다. 내 어찌 일면식 없는 분에게 이리 큰돈을 받을 수 있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얼굴 올리니, 어느덧 아주머니와의 거리가 멀어져 그 거리를 나의 걸음으로는 쫓아갈 수 없었다. 이를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저~앞에서 아주머니가 뒤돌아보며 ”두 부부 멋있어서 드립니다! 맛있는 것 사 드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멀어져가는 함박웃음의 따뜻한 얼굴 바라보며, 말 못할 감사의 목례만 하였다. 최근 이웃 간에도 서로 소통이 없는 상막한 세상에서, 이렇게 일면식 없는 행인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과 지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곧 선행은 용기 있는 행동이자, 마땅히 칭찬받아할 사례이기에 공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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