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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비. 19 이별 예감
황종원 ( HOMEPAGE )09-09 09:51 | HIT : 52
사무실에서 부서 간 책상과 걸상들이 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직원들이 떠난 직원 책상 빼낸다. 생존자 자리를 넓히는 작업이다.
우리 부서 중역실 빈방에서 나는 개발 1부 김 부장에게 농담 아닌 진담으로 정색한다.

" 이제 나도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이번 달까지 있다가 내달 초에 던져야겠어."
" 무슨 소릴 해요. 관둬요. 말만으로 그치자고요."
" 언제 무너질 줄 모르고…. 비참한 이야기지만 그냥 한순간에 무너지면 퇴직금이 어딨어. 부도나서 꼼짝달싹 당장 생활비 없이 잡혀 있느니 빨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가 가면 김부장이 개발사업 부장이 돼. 힘은 들겠지만 잘 해봐. “
" 걱정하지 마요. 안 망해요."
하지만, 김 부장도 썩 자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둔 부장마다 지금은 숨쉬기 운동만 하고 보내고 있다. 가끔 연락이 오다가 이제 전화도 뜸하다. 할 말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나도 쉬리라.
그동안 이때를 위해 준비한 컴퓨터와 소형 녹음기, 시스템 수첩 ,  여기저기 다닐 때 늘 필요한 만년필과 잉크, 아는 이들의 전화번호가 들어 있는 수첩을 챙기고 정리를 하자. 나이 먹어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수지침이라도 배워보고.

광화문 쪽 교보를 가자.
시장기가 돌면 청진동이 가서 선지 해장국에다가 막걸리 딱 한 잔만 먹자. 행여 젊은 친구들과 교우가 터지면 탑골공원에 가서 어르신네들의 영정 사진 찍는 일에 함께 참여하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써놓았던 일기와 직장 생활 중의 직원 수첩을 정리하면서 평범한 남자의 기록을 언젠가 줄줄이 풀어보자.

그 뒤 어느 때 갑자기 쌀 걱정 연료 걱정을 하게 되기 전에 어디 품팔 곳이 없는가 찾아보자.
산골 벽지에 정화조 시설 공사를 하는 좋은 친구가 올해 봄에 일을 함께 해보자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지 전화를 걸자(이건 내일이라도 걸어볼 일이다)

언제나 직장의 정년은 있다. 그러나 인생에 정년은 있을 수 없지. 커피 한 모금이 남았다. 다시 조는 듯한 오후, 남은 시간이 한 뼘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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