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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그대, 알몸으로 껴 안고
정영옥01-11 22:22 | HIT : 107

새들조차 들지 않는 외진 산속.
겨울 깊은 그곳엔
하얀 눈, 내 키만큼 쌓였을지 모른다

내가 찾아 헤매는 하얀 그리움
삼베 바지 꿰어 입고
동굴 속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

하늘, 바람, 눈.
태고 신비 남은 그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긴 여행 떠나고 싶다.

벌거벗은 나무 사이로 황량한 바람 뒹구는
침묵뿐인 그곳에서 나도 그들처럼 말을 잃고
얼음꽃보다 차갑고 동백보다 더 붉은 핏빛 사랑이고 싶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깊은 산속 그곳에서
죽어서도 그대 그리워할 서러운 내 영혼.
눈사람 그대, 알몸으로 껴안고 슬프도록 하얀 달빛으로
천년만년 잠들고 싶어라.



어느 해 겨울, 깊은 몸살로 겨울을 앓으며 온 마음으로 시 하나를 껴앉고 끙끙거렸다.
제목조차 붙이지 못한 미완의 시는 답을 구하지 못한 수학 공식처럼 마른 가슴에 낙옆처럼 뒹굴었다. 겨울이면 구경꾼일 수밖에 없던 나는 하얗게 뒤덮인 tv 속 화면에 온 마음 빼앗기고 몸살을 앓았다. 훠이 떠날 수 있다면, 시린 가슴 털어내고 이 겨울 속으로 두려움 없이 들어설 수 있다면.
결국 겨울이 끝날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지만 얼음꽃 보다 차갑고 동백보다 더 붉은 핏빛 사랑을 한겨울이 지나도록 가슴에 품었다.

겨울이 시작되면 하얀 겨울을 기대하며 비록 떠날 수 없는 여행이지만 마음으로 늘 여행을 꿈꿨다. 태백준령 휘감는 기차를 타고 낯선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 속에 묻혀 내가 누구인지, 나를 잊고 싶었다. 허리 넘는 눈 속에 갇혀, 세상을 잊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꿈꾸던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눈 속에 갇혀 나를 잊고, 세상을 잊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훌훌 털고 떠날 용기가 없었던 걸까.

꿈으로 시작해 꿈으로 끝나는 여행이지만 하얀 겨울이 시작되면 늘 똑같은 꿈을 꾸며 여행을 기대했다. 왜냐면 해마다 겨울은 돌아 오기 때문이지. 겨울 그곳, 눈 덮인 작은 소로, 뽀드득 작은 발 걸으면 내 그리움 나를 따라나서겠지.

도심 속 아파트에서 눈길을 걸어 본 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 거린다. 언제부터 겨울은 내게 멀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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