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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다
이 경옥08-30 18:28 | HIT : 108
* 꿈을 꾸다

''늦었습니다!''
''반장님! 이제 오면 어떡해요~~ 일찍 오셔서 체온체크 좀 해달라니까ㅜㅜ 저 너무 바빴잖아요~~''

환갑을 바라보는 부원장 강사님께서 아이목소리로 울먹거리신다. 강의실엔 북적이는 시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체온체크를 하기위해 긴 줄이 엘베까지 늘어져 있다. 급히 계단을 뛰어 헐떡이는 호흡으로 사무실에 들어서니 애가 탄 강사님의 목소리가 또 한 번 헐떡거린다.

요양보호사 시험보는 날, 학원에서 버스를 대절해 시험장으로 한 번에 이동을 해야해서 반장인 나는 버스 승차 인원파악과 발열체크 담당을 맡았었다. 집을 벗어나 카풀 차량에 타고 움직이려니 이 차주분께서 속타는 내 맘을 모르고 본인 밥 먹고, 차량 밥 먹이고, 거기다 반이상 지나온 길 위에서 응시표를 두고 오시는 불상사까지.. 화가 나는데..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어 삶은 고구마만 씹었다. 부랴부랴 학원에 전화해 응시표 출력을 부탁하고 학원에 도착하니.. 이번엔 왜 늦었냐 타박하시는 강사님.. 참 고구마 많이도 씹었다..

어찌저찌 해서 버스에 오르고 대전 시험장에 도착하니 코로나를 실감하게 만드는 집단의 준비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미터 간격으로 줄을 세우고 문진표를 접수하고 덧신을 신기고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고 나서야 시험실에 안착. 중학교를 빌려 시험장으로 쓰기에 학생이 된 기분도 들어 살짝 맘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했다. 교실안엔 반이상 자리를 차지한 시험생들이 분주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험시간까진 한시간 남짓 남았을까? 마스크로 인해 입주변이 뜨끈하고 끈적이고 따끔거리고 신경은 자꾸 창밖을 맴돌고. 높이가 있어서 바람은 불어오나 후덥지근한 날씨가 땀을 불러 이마와 척추뼈를 따라 쫘아악 감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에어컨을 안틀어 주더라는.ㅜㅜ.. 다들 공부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난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한 시간동안 더 들여다 본다고 모르는 걸 알거 같지도 않고 마음에 여유나 가질겸 사팔이를 시전했다. 파란 하늘에 듬성듬성 놓여진 구름이 눈 안에 가득 차고 두둥 떠오르는 구름 틈 햇살이 약을 올리듯 비춰왔다. 순간은 시원했고 순간은 더웠다. 바람이란 것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간간이 이마를 닦아주고 열심히 흔들어대는 응시표 몇 장이 팔뚝에 알을 새겼다. 집중 할래야 할 수 없는 공간적 요소가 시험을 치루기엔 적절치 못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대전지역 외에는 시험자체가 취소 되었으니 시험을 치룰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복 받은 사람이다.

또 어찌저찌 시험지를 받아들고.. 열심히 찍었다. 아는 것도 찍고 모르는 것도 찍고. 하필 맨 앞자리인지라 감독관 차림새가 훤히 보여 문제 풀다 말고 긴 치마바지를 입은 여감독관의 바지 좀 걷어주고 싶기도 했다. 총 80문항. 5문제에 한 번 꼴로 그녀의 바지를 주시했으니 시험을 보는건지 그녀의 다리를 보는건지 내가 누군지 여긴 어딘지 환각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래도 다 찍고 답안지까지 작성하고 나니 시험시간 90분 중 40분이 지나갔더라는.. 아직 나에겐 50분이란 시간이 있었다. 어쩌지ㅡㅡ

'엄마~~거기서 뭐해? 빨래? 근데 왜이리 신났어? 아~~ ㅋㅋ 간만에 이불 빨래하는구나~~'

안내방송이 흘렀다. 시험 종료시간 10분전이라는. 헐.. 그새 잠이 들었었다. 우측 눈에 쌍액으로 만들어 놓았던 쌍커풀이 사라지고 베고 잤던 오른 팔이 저려오고 흥건하게 적셔진 마스크에..쩝.. 멋쩍어 입맛만 다셨다. 시험지를 덮어두고 창밖을 바라보다 짙은 회색구름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고 구름 위에서 엄마는 뭐하고 있을까란 생각을 잠시 한 것 같다. 그리고는 꿈을 꿨다. 엄마가 커다란 빨간 통에 하얀 거품을 만들고 두꺼운 이불을 담근 뒤 치마를 움켜잡고 지근지근 밟아댔다. 그 모습이 마냥 소녀같아 학교 끝내고 돌아온 내 입가엔 한없이 미소가 떠다녔다. 깔깔대며 웃고 바지를 걷고 통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안내방송이 흐른 것이다. 조금 더 있다 울렸으면 신나게 놀았을텐데..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엄마가 지근지근 밟아대던 것이 저 먹구름은 아니였을까? 하얗던 구름이 먹물이 드니 빨아주고 싶었을까? 엄마, 조금만 밟아줘~~  너무 밟으면 나 사는 곳 물난리 난다~~

중학교의 한 교실에서 시험생으로 책상에 앉아 과거를 떠올리고 행복한 순간의 학창시절을 꺼집어내고. 40분간 나는 그동안 살아온 순간 중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꿈 꿨던 것만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합격으로 되돌아 온 현실이..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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