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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코로나바이러스 6
김정태05-20 16:55 | HIT : 80

우한코로나바이러스 6
- 힘내라 대한민국-

  대학 때 제기동에 절친한 친구가 있어 주말이 되면 나는 의례껏 친구 집에 가서 주말을 보내곤 했다. 어느 주말 느지막하게 제기동에 들렸더니 친구가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머님이 내게 “K는 밖에 나가 당구에 지면 그날은 열심히 공부한다”며 의미 있게 웃으셨다. 그는 당시 400당구를 쳤는데 어떻게 하다 낯선 사람들과 내기당구를 칠 때도 있었다. 내기 당구에서 돈을 잃는 날이면 본전(?)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곤 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의의 손실을 입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아깝고 분하기 마련이다. 그때 어떤 형태로든 손실을 상쇄시켜 줄 보상이 있어야 공허함과 상실감을 메울 수 있게 된다. 친구는 내기에서 입은 손실을 공부로 메워보려 했을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연초, 나는 코로나가 끝난 후 닥칠 공허함과 상실감이 두려워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코로나 초기에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6월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자칫 반년이 훌쩍 날아가 버리게 되는 것인데 그때 모종의 상실감으로 인해 감당해야할 자책과 아쉬움이 끔직한 일로 두려웠다. 그래서 사람이 복작거릴 주말을 피해 평일에 산을 다녀보기로 했다. 평일에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어쩌면 볼썽사나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코로나’라는 비상시기를 맞아 그나마 산행이 여러 면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2월부터 시작한 그런 산행이 몸에 베게 되어 우리부부는 거의 매일을 일과처럼 산을 다니게 되었다. 오전에 중요한 일과를 끝내놓고 오후에 도봉산을 올라 해질 무렵에 하산을 하노라면 뭔가 큰일을 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지곤 했다. 우리의 코스는 광륜사 입구에서 능원사 도봉사를 지나는 황토길을 올라 도봉대피소, 천축사, 마당바위로 가는 코스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마당바위까지 가지만 주로 도봉대피소나 천축사에서 돌아 내려오는데 그것만으로도 땀이 흘러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도봉산에 가면 가슴이 확 트이고 맥박이 뛰며 숲과 계곡에 넘치는 사랑과 평화에 온갖 잡념을 날려버린다. 청송 주왕산 달기약수터 주변에는 엿을 파는 가계가 많이 있다. 위장병에 효능이 큰 약수를 많이 마시기 위해 엿까지 먹어가며 약수를 마신다. 도봉산은 그 넘치는 기(氣)와 신선한 공기를 돌계단 바윗길을 열심히 오르다보면 무한정 마실 수 있으니 참으로 엄청난 축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도봉산에서 겨울, 봄을 지나 여름에 접어드는 세월의 흐름을 지켜보았고 코로나에 주눅든 사람들의 변화되는 표정을 눈여겨보았다. 겨울은 때가 되어도 제자리를 내어주기 싫어 미그적거렸고 봄은 불꽃같은 그 화사함에도 무언가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마치 코로나에 고통 받는 세상에 미안하여 제 화려함을 애써 감추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겸양이었다. 산이 앙상한 가지로 벗고 있었을 때에 우리는 오리털을 입고 다녔는데 신록으로 두텁게 갈아입은 지금, 우리는 오히려 다 벗어던지고 반팔차림으로 다닌다. 능원사 계곡의 멧돼지도 몇 차례 보았다. 멧돼지는 평소 사람들이 겁나 피해 다니는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쩌다 물먹으러 계곡에 내려왔다가는 사람을 피해 쏜살같이 산으로 올라가곤 했다. 어느 날은 도봉사 입구에서 개들이 떼 지어 싸우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고 중생의 울부짖는 아우성에 아연해하기도 했다. 금강암 맞은편 산불이 났을 때는 암자 여스님들과 등산객들이 바쁜 몸짓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바람에 번지는 불길에 역부족이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불자동차가 도착하자 대한민국의 위대함이 자랑스러워 눈물이 핑돌았다. 아내는 불자동차의 출동을 보고 독백을 했다. “나라가 가난하면 불도 제대로 못끄겠다” 10여대에 이르는 불자동차 출동의 위력을 보면서 문득 대구가 떠올랐다. 쏟아지는 확진자속에서 눈부셨던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견뎌야했던 대구의 세월은 마치 불자동차처럼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겨울 봄 내도록 조심스러웠고 겁에 질려 풀죽어 있어 보였다. 그러다가 4월 언제부턴가 정부의 오판과 사회적 거리두기해제로 거리의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숨죽였던 코로나는 우려했던 대로 이태원을 필두로 클럽과 유흥업소, 학원, 개척교회등 곳곳에서 확진자를 내면서 대한민국을 또다시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수업에 의존해오던 학교가 개학을 감행했다. 학부모들의 염려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죽으나 매 일반이라면서 경제재개를 시작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이 힘들어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숨막혀하고 있고 젊음은 젊음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모두들 지쳐가고 있다.
끼리끼리 만나면 못 보던 사이에 확찐자(?)가된 서로를 보고 한바탕씩 웃곤 하는 세월이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회사직원들의 저녁모임이 오랫만에 열렸다.
일이 있어 불참했는데 카톡에 사진을 보내왔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한명한명 유심히 살펴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이 여유로워 좋아보였지만 왠지 부자연스럽다. 어느 얼굴은 살이 많이 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다. 애써 웃고는 있지만 무언가 야릇한 공허함이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갇혀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내라 대한민국! 그래, 우리 모두 힘내어 조금만 더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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