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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상
신외숙 ( HOMEPAGE )05-11 18:45 | HIT : 87
추억의 영상

  

신외숙

  

난 요즘 유투브에서 추억의 영상이란 화면에 푹 빠져 지낸다.

대부분 30-40년 영상인데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농촌 풍경의 애잔함과 순박함 거칠고 투박한 인심이 동네 잔치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옛말에 동네 잔치 한다는 의미를 알듯하다.

추억의 영상은 베이비붐 세대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통해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며 회한에 잠기게 한다. 30년 전만 해도 농촌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동네 꼬마들이 모여 뛰어 다니며 놀이를 하거나 다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농촌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것처럼 총총히 박혀 있었고 집집마다 노인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며느리의 공대를 받았다. 중년남녀들은 논밭으로 다니며 막일을 했고 장유유서 위계질서도 뚜렷했다. 나는 순수 서울 토박이다. 그러함에도 농촌실정에 대해 아는 것은 30여 년 농촌 지역에 근무했던 연유가 있어서다.

당시 나는 대학 졸업 후 강원도 착박한 지역에 발령받아 근무했었다. 근 2-3년 간 근무했었는데 서울과의 엄청난 문화 차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장유유서까지는 좋았는데 남존여비 사상도 팽배했다. 문화차이에다 세대갈등까지 그러나 항상 그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거의 날마다 비리 사건과 불륜에 관한 소문이 군(郡)에 날아다녔다. 남녀상열지사는 고금을 막론하고 지역과 관계없이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사랑에 대해 책임지는 행태(?)가 있었다. 어떤 형식으로든.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다.

추억의 영상에서 보면 동네 잔치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대부분 동네사람들인데 차림새가 하나같이 비슷하다. 남자들은 낡은 양복 차림인데 허름한 점퍼 차림도 많다. 여자들은 단색 계통의 한복이거나 고무줄 치마에다 나일론 계통의 블라우스 차림이다.

얼굴은 농사일에 찌들어 시커멓게 물들다시피 하고 할머니들은 쪽을 진 채 비녀를 꽂고 있다. 두루마기 차림의 노파도 간혹 보인다. 남자 노인들은 두루마기 한복에 중절모 모자를 쓰고 있고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잔치의 주역은 환갑을 맞은 어머니다.

며느리와 딸로 보이는 여자들은 부엌에서 마당 가운데 놓인 화덕에서 군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기에 바쁘다. 흙이 그대로 보이는 마당에 매트를 깔고 교자상을 펼쳐 놓는다. 천막도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들어서면서 댓돌 위에 신발이 수북이 쌓인다. 서까래가 보이는 지붕 밑 방안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린 음식상에 젓가락이 모아진다.

쪽을 진 할머니들의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파머머리에 고무줄 치마를 입은 여인네들도 연신 웃으며 젓가락질하기에 바쁘다. 동네 어귀마다 잔칫집에 모이는 발걸음으로 부산하다. 마을 앞길에 개울물이 흐르고 아이들은 마루에 걸터 앉아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잔치의 막이 오른다. 환갑을 맞이한 어머니 옆에 남편이 앉아 있고 앞 큰 교자상에는 과일과 떡 고기가 보인다. 자손들이 나와 큰 절을 한다. 먼저 아들들이 나와 절을 하고 며느리 딸, 손주들이 나와 절을 한다. 손주들의 생일 축하 노래 속에 박수가 터지고 아이들의 손에 천원짜리 지폐가 놓여진다.

아이들은 왠지 풀죽은 모습이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입성도 그다지 곱지 않다. 어른들에 떠밀려 밖으로 나가 놀거나 멀찌감치 구경만 한다. 끊임없이 손님들이 몰려오고 순식간에 차려진 음식상도 연이어 들어간다. 북과 장구 꽹과리 든 사람들이 마당에 내려서자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다,

가요가 아닌 단순한 타악기에도 흥춤이 절로 나는 모양이다. 한복차림에 머리에 쪽을 진 할머니가 어깨춤을 춘다. 잔치의 주인공 어머니도 팔을 내저으며 춤을 춘다. 얌전한 중년남녀들이 장구 소리 북소리에 맞춰 덩실 덩실 춤을 춘다. 그야말로 동네 잔치다.

힘겨운 농사일도 잠시 내려놓고 한갓지게 앉아 음식을 먹고 모처럼만의 회포를 풀며 이웃 간의 우애를 다지는 순간이다. 축하의 잔치로 하나 된 이웃의 모습에 훈훈한 인심이 느껴진다. 물론 음식 준비에 힘겨운 며느리들의 노고도 있겠지만 동네잔치는 그야말로 축제인 셈이다.

흐드러진 인심에 곳간은 샐지 몰라도 풍요로운 인심에 웃음은 만개꽃을 이룬다. 지난해 경남 의성군에서는 신생아가 단 한명도 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군(郡)에서도 이어져 심각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농사철마다 이어오던 품앗이도 사라져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도 못 짓는다고 한다.

외국인 며느리가 시집와 아이를 낳는 바람에 웃지 못할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그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상처와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결혼이 목적이 아닌 취업을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며느리가 가정에 불화를 일으키다 도망가고 손자를 떠안은 어머니는 망연자실하다.

얼마 전부터는 외국인 며느리마저도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한단다. 교육비 핑계로 아이 출산을 거부하고 농사일 힘들다고 불평하고 종교 문제로도 심각한 갈등이 벌어져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 출산이 줄어든 것은 결혼 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에 기인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명퇴 황퇴가 흔한 세상이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인가 취업 못한 청년 백수가 도처에 흔한 세상이 아니던가.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하는데 매양 옛것을 주장한다면 아마도 사이코 취급을 받을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은 이념마저 퇴락시켜 무지막지한 뻔뻔한 군상(群像)들이 정치판을 차지하고 말았다.

최소한의 양심도 신앙윤리도 도덕관념도 잘못된 이념 앞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자포자기 탄식 속에 오직 신의 절대적인 개입만 바랄 뿐이다. 민심이 악을 동조하고 잘못된 이념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날을 위해 굳이 추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세상이 자꾸 발달해 유투브만 열면 갖가지 재미있는 동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유트브를 통해 지난 세월도 추억하고 잠시나마 낭만에 잠길 수 있을 테니까.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주는 혜택에 날마다 순수예술은 절망한다.

가만히 앉아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이 많으니까 굳이 힘들여 돈 써가며 순수예술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TV를 안 본지 오래 됐다. 어쩌다 TV를 켜도 예능 프로그램만 잠시 보다 끈다. 유투브에 더 많은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작가인 나도 이렇게 유투브에 몰입하고 책을 멀리 하는데 누가 책을 사서 읽어 주겠는가. 책이 안 팔린다고 독자들만 원망할 일이 아니다. 유투브에 버금가는 특단의 조치가 순수예술계에도 내려져야 할 것 같다. 좀더 획기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겨나 또다른 세상이 펼쳐져야.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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