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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꽃이 노랗다
홍예영03-23 05:34 | HIT : 71
쑥갓 꽃이 노랗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송아지네 텃밭이 온통 노란 쑥갓 꽃밭으로 변했다. 쑥갓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치 옆에서 얌전한 초록잎이었는데 너나없이 꽃을 내밀고 해맑게 웃고 있다.
  나는 초짜 농사꾼이라 땅을 넓히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 중 십 분의 일도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이웃과는 달리 내가 먹을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씨앗을 뿌린다. 어쩌다 들리는 손님이 유기농 채소라고 탐을 내면 내가 먹는 정도를 나누어 준다.

  이웃들은 식구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이 가꾼다. 송아지 댁은 부부가 살고 강아지 두 마리 집에는 할머니 혼자 살고 수탉 네도 혼자여서 거두어들이는 양보다 꽃을 피워서 갈아엎는 양이 더 많다.
  해마다 먹을 수 있는 앙보다 많이 키우는 것은 가끔 다녀가는 자식들 몫까지 계산하기도 하지만 땅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농부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농사꾼인 수탉 아주머니는 이웃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땅도 아까웠는지 차가 드나들어 딱딱한 땅에 콩을 심었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복덕방 주인 땅에 스무 포기 정도 콩 심을 자리를 만들자 둘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새로 땅을 차지한 주인은 복덕방과 땅의 전 주인 둘 다 땅을 사용해도 좋다고 했지만 전 주인이었던 수탉 아줌마가 이겼다. 싸움이 길어진 사이 콩이 싹을 내밀어 뽑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에 남편 병구완에 팔아넘겼던 그녀의 땅이 주차장, 어떤 의미로는 빈터로 남아 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싸움에서 이긴 수탉 아주머니는 이번에는 흙차가 임시로 부려놓은 흙더미에도 콩을 심었다. 거친 흙이고 콩을 심어야 할 시기가 지나서 설마 콩이 자랄까 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콩이 쑥쑥 키를 세웠다.
  식물들은 사람보다 더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다. 상치나 아욱, 쑥갓이 어쩌다 다녀가는 자식을 기다리는 주인의 심정을 알 리가 없다. 하나같이 싹을 내밀었다 하면 꽃을 준비한다. 가지는 보라색, 감자는 하얀색, 쑥갓은 노랗게 제 각각 색깔이 다른다.

  꽃들 위로 봄볕이 따듯하다.
  땅을 일군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잡초와의 싸움이다. 그러나 잡초를 제거하느라 땀을 흘리며 나는 거기 있다. 지게까지 마련하여 건너 산비탈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학교 선배는 무슨 꿍꿍이로 직장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산동네에 살고 있는지 물은 바 없지만 나름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를 터득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한다.
  쑥갓 꽃이 노랗다.
  거기서 누군가가 원하지 않아도 쑥갓은 제 계절을 꽃으로 꾸며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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