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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비. 23 줄사표
황종원 ( HOMEPAGE )11-06 20:19 | HIT : 46



직원들 사표를 정리하여 달라는 담당 오 이사의 심정도 편치 않겠지. 나는 나와 맹차장의 사표를 오이사에 건넸다. 

내가 재개발 재건축 등에 사용하는 회사 대표이사 사용 인감을  오이사 내놓는다.  함께 있던 주택사업부 이부장이 말린다.
"사표 수리도 안 됐는데 왜 그래요?"
"영계는 목이 예뻐서 살아남지만 묵은 닭은 떠나야지."
내가 이 부장에게 농반진반을 흘렸다.
그는 총무부장 시절부터 사장 전속부관이었다. 함께 밥 먹고 사적인 심부름하고 그는 사장이 귀엽게 보는 어린 영계이다. 그가 사표를 썼다는 것은 남과 구색을 갖추는 행동일 뿐이다.

주택사업 20여 년 보냈으니 나는 묵은 닭 최후를 안다.  이 부장은 영계 시절을 사장 보호 우산 아래 이번 장대비를 피하라.

아침 시간에 사업본부 부서장들을 오 이사가 모이게 했다. 부서에서 부서원들에게 어떻더냐고 물었었다.  점심때 이후에 가부간 결과를 가져다 달라는 말이 있었다.

다른 부서는 전원이 사표를 썼다. 이것이 '처분만 바라오.' 하는 행동이다. 내  부서원들은 안 썼다. '나는 못 쓰겠소.  자르려면 자르시오.' 하는 배짱형이다. 나는 억지 지시를 하지 않는다.  배짱부려라.  갈 때 되면 가겠지. 

이사가 내게 말했다.
"사표가 적정 수에 달하지 않으면 부장들이 명단을 내주시오."
"그건 못합니다. 내가 나가는 마당에 무슨 원한을 살 일이 있어서 물귀신처럼 누굴 끌고 들어갑니까? 떠나는 자는 말없이 갈 테니 남은 사람이 정리하십시다. “
이사는 싸우러 왔느냐고  말할 만큼 내 버럭 말투 이사 얼굴빛이 벌겋다.

이부장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황 부장님, 어떻게 했습니까?'
"나는 냈지. 이 부장은?"
"우리는 아무도 안냅니다"
그러더니 얼마 안 되어 내 귀에 들리는 말은,
"영업부도 여직원부터 부장까지 다 썼답니다."

처분만 바라오 눈치  사표 쓰기가 이렇듯 따로 또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정권자는 사표를 쓴 자중에서 수리할 사람을 골라내는 일이 버겁겠지.  사표를 안 내는 부서는 안 낸 자 중에서 추려야 할일이 또한 버거울게다.

중역 회의가 아침 7시 반에서 시작되어 8시 반에 끝났다. 9시가 다 되어도 이사가 나를 부르지 않는다.

각 부서 동향이 순식간에 돈다. 정작 우리 부서 직원들은 사표 쓰지 않은 일에 더 겁을 먹는다.  회사가 치명적  불이익을 줄까 해서.
심지어 대리 하나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울상이 되어
"부장님, 지금 사표 내면 안 되나요?"
제 사표를 처리해달라는 말이 아니다. 사표는 쓰되 처분을 바란다는 거지. 부차장 말고 대리가 사표를 쓴다면 순식간에 수리될 것이다.  사표 내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터.

그 뒤 김 과장(웬 차장 과장이 그리 많은지 구성을 들자면 내 부서에는 부장 하나, 차장 하나, 과장다섯, 대리 다섯, 주임 셋, 여직원 셋 해서 열여덟 명. )이 긴장한 표정으로 와서는
" 부장님, 건의하겠습니다. 오해가 없이 들어주십시오. 다른 부서에서는 직원 모두 사표를 다 썼습니다만, 우리 부서만 예외로 가만히 있자니 불안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직원들을 다 모아 놓고 하나하나 의견을 묻는다.
"사표 제출하는 데 불만 있나?"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 공개적으로 묻는 데 '불만' 있다는 용기 있는 자는 물론 없다.)
사표 내라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바로  다들 미리 써놓은 사표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그 사표를 중역 회의가 있기 전에 이사는 나에게
"누구를 어찌하라는 거요. 부장들이 인원을 정리해주어야지."
이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표 낸 부장이  나가면 되지 누구를 집어 냅니까?"

이사가 나를 부른다. 업무 총괄표를 펼쳐놓고 이건 끝났고 이건 소송 중이고 이건 포기하고 한다.
그가 묻고 나는 답한다. 끝난 사업장과 자를 직원이 연결된다.
 일이 없으면 정리 대상이 될 직원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지나간다.

영업부 정 차장이 전화로
"부장님, 신임을 묻는 전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사표를 내셨다고 요?"
"그럼 사표 쓰기가 연습이 아닌데, 부장 5명 중에서 3명이 나가야 한다면 누가 나가야겠어.  나이먹은 놈이 나가야지. 연습 사표가 아니었다고……."
그 말을 들으니 다른 부장들은 진정으로 나가겠다고 쓴 사표가 아니고 재신임해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낸 사표였는가.

누군들 이곳을 나서면 갈 곳이 있겠는가? 비굴하고 싶지 않다.
엊저녁에 딸애가,
"아빠, 회사를 그만두면 직업을 뭐라고 써야 해?"
  나는 내 어린 시절이 마뜩한 직업 없이 온갖 궂은 일로 생계를 꾸리시는 아버지를 내세우기 부끄러웠던 시절을 생각했다.
아버지 직업을 함께 사는 로 바뀔 때 나는 자전거포요, 쌀가게요, 전기상회요 하고 바꿨다. 이제 내딸애가 아버지의 직업을 뭐라고 써야 하는가?
"백사장이라고 써야겠다."
회사 내에서 그만둔 직원들을 백수라 하기 뭐하니 백사장이라고 듣기 좋게 불러준다. 아내가 내 말을 받으며,
" 황 사장이라고 해라."
애는 헷갈리고 우리 내외는 웃었다.
어딘가 공허하고 쓸쓸한 웃음이었다.

이사는 정리 대상인원을 짚고 있다. 나는 벌벌 떨릴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떠날 채비를 하고 내 짐두 상자를 이미 집에다 가져다 놓았다.  사표 쓰고 이대로 앉아 있는 것은 다들 사표 쓰고 처분만 기다리는 아래 직원들의 기를 아직은 살려줘야겠기에 말이다.

아직 핏덩이? 과장, 나보다 어린 부장들은 남겨 놓자. 선입선출이라. 먼저 태어난 사람은 먼저 가야한다고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한 얼굴들을 아침에 모았다.
 이 중 한 과장과 김 과장은 아직 풋내기 과장들이다. 그들은 좀 더 살아남아야 한다. 아내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고 했다.
"사표는 냈어도 수리가 안 되면 그냥 있어요."
너나 할 것 없이 다 듣는 이야기이다.  수리가 안 돼도 나가겠다고 큰 소리 팡팡치는 사람은 나와 맹차장뿐이다.

맹 차장과 나라고 아내들의 걱정이 남보다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연연하고 비굴한 꼴을 보이기 싫다. 또 다른 한편, 건설사 중 부실 업체가 쓰러져 가는 마당에 퇴직금 준다 할 때 결정을 하여야 할것이 아니냐 하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아직 통보가 오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내일 명단이 나올 거라는 말이 떠돈다.  한동안 진급 발표가 있을 때는 가벼운 긴장과 흥분이 있었지마는 지금은 생계와 연결되는 절박한 긴장이 사무실에 떠돈다.
마음 가운데 숨길 뿐 다들 표정관리를 잘하고 있다. 핏덩이 과장과 대리 이하의 업무는 일상적으로흘러가고 있다.
거의 전원이 사표를 냈지만, 이번 표적은 과장 이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혼란스럽다. 하루 이틀을 쉬는 것은 편하고 좋겠지. 아내의 걱정과 생계의 유지가 요즘은 생존 지수를 만족하게 할 조정이어려울 것이다.

산다는 것이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린 아이들의 절박한 심정만큼 될 것이다.  날개 없이 뛰어내린아이들만큼 우리 나이는 자유롭지 못하다. 뛰어내리기 전까지는 달려야 하는데 그냥 달릴 수는 없다.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과장급 이상을 모아놓고 나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로 그들에게도 한다.
"각자가 라면가게를 하든 김밥 장사를 하든 최소의 자본을 들여서 할 수 있는 것으로 하자고. 다른한편으로는 우리가 주택개발에 전념한 경력이 있으니 각자 헤어질 때 우리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연락하자고 축의금 돈 만 원 낼 능력밖에 없다고 피하지는 말자고. 사실 우리가 한 직장에서 10년이상을 보냈는데 얼마나 긴 세월인가? 어느 면에서는 학교 동창이나 형제보다도 더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많았지 않은가? 엊그제 우리 회사 이사로 계셨던 안 이사께서 박 과장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부의금으로 3만 원을 내셨다고. 우리 직장인들은 3만 원을 가볍게 부의금으로 낼 수가 있지.  비디오 대여점하시는 그분은 비디오를 개당 500원씩 빌려주니 60개를 빌려주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부의금으로 낸 것이라고. 정성을 준 사실에 감사하고 정성을 주려고 우리는 헤어져서도 함께 있듯 하자고. 필시 쉽기야 하려고.  애쓰자고…

아침 7시 반에 있던  부서장 회의는 참 건조하고 추웠다. 거의 이십여 명이 모이는 자리에서 할 말없다 없습니다 없어요하고 넘어간다.

여기서 좌장인 내가 한마디 한다.
"아마도 누구랄 것 없이 오늘이 마지막 부서장회의일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표를 내고도 이렇게 며칠씩 나와서 근무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총무부 유 차장은 이렇게 합시다. 나가는 사람들의 건강보험의 후속 조치는 어찌하는가? 보험금 타는 일정과 방법은 정리해서 줍시다. 이번처럼2~30명이 한 번에 나갈 때 대답하기도 수월치 않을 거요. (다 해놓았습니다 하고 총무차장이 답한다.) 했다면 이번 기회에 전사적으로 공람합시다. 남은 직원들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니상황을 알게 합시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런 말도 했다.
"그래도 퇴직금 준다 할 때 나가는 것을 행복으로 압시다. 봉급도 나오지 않고 퇴직금을 못 주는 회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번 누가 나가든 행복하게 퇴장합시다."
다들 침묵 속에 다시 빠져들었다.

표정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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