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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비. 21 길로틴
황종원 ( HOMEPAGE )10-04 14:54 | HIT : 55

나는 재건축 조합에 와 있다. 그때 걸려온 전화.
  최 과장이다.
"차장 이상 바로 들어 오랍니다.  오 이사 지시입니다."
순간, 나는 때가 왔구나 하고 느꼈다.
차장 이상을 모아놓고 떨어진 말은 이렇다.

첫째,  명퇴 신청을  받는다.
사원에서 부장까지이다.
이번 대상은 본사 관리직 중 20명이다. 인원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부서장에게 위임해서 뽑겠다. 이번에 사표를 내면 3개월치 급여를 위로금 조로 준다.

둘째,  부서는 어찌 되나?
주택사업부와 영업부를 합친다. 개발 1. 2부를 합친다. 부장 넷 중 둘은 날아간다.
나는 개발 2부장이며 부장 중에서 최고 선임자고 퇴출 0순위이다. 애들에게 돈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 길바닥에서 나다니다 서울역 대기실에서 새우잠 자는 이들도 있다.
나는 따뜻한 밥 먹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편하게 오늘 이 시간까지 잘살았다.
남들 하는 고생, 남들 맞는 매를 나도 맞을 때가 되었다.

본동과 상도동 재개발 사업 담당 맹 차장이 내게 왔다.
"부장님, 지금 사표 낼까요?"
하는 말이 진담이다.  
사표 내고 퇴직금 받겠다 하던 그에게  나는
“나는 결정했다. ”

나는 부서 직원 전원을 모아놓고 명퇴신청에 대하여 옮겼다.
"명퇴 대상은 직원서부터 부장까지이다. 잘 생각해서 각자의 진로를 결정하자."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부장들이 모였다. 주택사업부 이 부장, 개발 1부 김 부장, 개발 2부의 나.
이 부장이
" 사표 내라는 말을 듣고 점심을 아내를 불러 함께 했지요. 아내가 아직 직장생활을 하니까 자기가 먹여 살려야겠다고 합디다.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내일 깊이 있게 이야기해야지요. 우리 부서 직원들의 사표는 여직원부터 나까지 다 써서 내기로 했습니다."

김 부장이
"나는 그저께 말했지요. 무슨 말끝에 이제 때가 된 모양이라 하니 뭐 먹고 사느냐 합디다 마누라가. 먼저 그만둔 은부장처럼 고기장사나 하자고 했지요."

나는
"일요일 밤까지 참으려다가 안 되겠다 해서 말을 했더니 집사람은 다리가 풀린다더군. 어차피 당할 일이지만 충격이 온 거지."

사실 아내는
"자기 사표 내야 해? 안내면 안 돼?"
떼쓰듯 했지만, 사업부 내의 다섯 명의 부장 중 세 명이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 부서 과장이상들을 모았다. 차장 하나 과장 넷이다.
"경리부와 주택사업부는 일괄 사표를 내고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거야. 여러분 생각은?"
저마다 침묵, 그리고 하는 말이   함께 내면 권리 주장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각자 사태를 잘 지켜보고 내도록. 나와 맹 차장은 이제 미련 버렸네."

나는 책상 정리를 시작했다.  명함 철 정리를 한다. 명함 주인공들은 이미 직장에서 거의 반이 사라져갔다.
나는 하나하나 넘기며 마치  낙엽처럼 휴지통에다 떨어트린다.
그리고 아직 남은 이들 명함은 몇 장. 책상 설합속에 있는 업무와 관계없는 컴퓨터 책 여러 권, 업무 일지 묶음과 이탈리아제 올리버트 한글 타자기와 한글 워드 전용기 르모 워드를 챙긴다.

그것들도 제법 짐이 된다. 아직은 짐 꾸리는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주 몇몇 빈자리가 보일 것이고 일상은 물결 속에 사라지리라.   떠난 자들에 대한 기억을 지워갈 것이다.
종이 상자를 얻어와서 짐 싸는 내 모습을 직원들이  지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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