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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집짓기
고성혁04-05 20:06 | HIT : 78
힐링(healing)이 대세다. 우리말로 치유다. 그만큼 세상이 어지러운가 보다. 이 혼란스럽고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것은 삶에 있어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세속의 삶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힐링의 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그렇다면 치유의 핵심은 무엇일까? 필자는 ‘마음 다스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사실, ‘마음’이라고 하는 의미에는 많은 말들이 기대 서 있다. ‘사랑’이라는 흔하디 흔한 말도, ‘겸손이 가장 큰 용기’라는 필자의 개똥철학도 마음을 향해 시냇물처럼 흐른다. 그뿐이랴, 화해와 용서에도 마음의 몫이 깃들여있다. 따라서 마음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포괄적 주장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으로 믿는다.

장자(莊子)라는 책에 공자의 말씀으로 심재(心齋)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마음 굶김’이라는 뜻이다. 마음을 굶긴다는 표현은 또 얼마나 시적인가! 공자는 심재 하라고 가르친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귀 대신 마음으로 듣고 몸은 앉아 있으나 마음이 쏘다니지 않고, 우리가 얻은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앎을 비우고 참된 앎을 얻기 위해 힘쓰라고 한다. 심재는 이타적 삶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심재는 겸손과 낮음을 한참 지나 현재의 ‘나’를 깨뜨리는 일이다. 기원전 500년대의 인물이 이처럼 장쾌한 죽비를 내리쳤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골에 작은 집을 지으려 한다. 퇴직을 생각하면서 아내와 상의 끝에 정적과 침묵이 가득한 산자락을 찾아 작은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여기저기 전라남도의 산 갈기를 오래도록 헤매고 다녔다. 아마, 100군데는 족히 될 것으로 기억한다. 드디어 한 군데를 정하고 터를 마련했다. 처음,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었다.

첫째, 산자락과 접한 곳이다. 산의 냄새와 기운이 밥 짓는 저녁연기처럼 내려앉는 풍경을 만끽하기 위함이다. 둘째, 지금의 집에서 30분 거리 이내에 있어야 한다. ‘4도3촌(4都3村)’으로서 주말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이다. 셋째,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비용 모두를 합쳐 1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집은 15평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인지라, 시골생활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산골에 들어가 병아리를 치고 표고버섯을 키울 것이다. 산비탈을 누비며 머윗대와 취나물을 캘 것이다. 텃밭을 만들고 내가 먹을 상추와 배추, 무를 심고 고추를 똑똑, 따 먹을 것이다. 더러는 마을 앞을 흐르는 강물에 뛰어들어 피라미도 잡고, 묵은 친구가 찾아오는 저녁이면 앞산 그림자에 기대 소주도 한 잔 기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렵다 해도 내 일생의 오랜 인연, 마누라가 있으니, 그와 함께 등과 등을 기대고 저녁노을의 황홀함을 볼 수 있잖은가. 아, 벌써부터 겨울 산자락에 내리는 눈발이 보고 싶다.

시골생활은 자연친화적 삶을 통해 겸손한 몸과 낮은 마음을 줄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만큼만 내주는 대지의 엄격함으로 겸손해지고, 하늘을 휘도는 낙엽과 비와 바람으로 성정 또한 고요해 질 것이다. 아니,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무엇인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물질과 오히려 반비례하는 행복의 느낌이야말로 삶의 방식을 시사하는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이 목표든 수단이든 마음이 행복을 여는 출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하여 나는 산골 집짓기를 통해 거칠지만 행복한 삶을 꿈꾼다. 60을 넘어 새로운 삶을 꿈꾼다. 산과 하늘과 강에 떠도는 고독과 침묵으로부터 낮은 행복을 배우고, 그들의 순결함으로부터 겸손을 배워 마음을 한껏 비우고 싶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는 7월, 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산골 집짓기가 시작된다. 여러분은 스스로 집을 지어 보셨는지? 혹자는 15평의 조립식 주택을 두고 고개를 가로 저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어머니의 산소와 함께, 내 손으로 짓는 내 생애 의미있는 두 번째 집짓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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