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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에 관하여
고성혁11-04 07:58 | HIT : 95
품격에 관하여



품격이 있는 세상이 그립다. 언제부터였을까, 세상이 이리 흉흉해 진 것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도 이처럼 사람들의 가슴이 강퍅하지는 않았는데 갈수록 언어의 쓰임새가 저급해져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물질은 보다 풍요로워 졌지만 반대로 정신은 더 피폐해지는 걸 보면 유물론이 왜 박대를 당하는지 이해가 간다.
‘품격’은 사전적으로 ‘사람 된 바탕과 타고 난 성품’을 말하거나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일컫는다. 이 품격이 그야말로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다. 하루가 멀게 터지는 사건 사고, 그중에서도 인면수심의 폭력과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전도된 도덕적 타락 행위를 보면 언제까지 인간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골 근처에서 개와 닭을 키우고 있다. 개는 결코 함부로 짖지 않는다. 자기 경계에 낯선 사람이 들어올 때만 짖을 뿐이다. 눈에 익은 동네 할머니나 집배원들에게는 그저 꼬리를 흔들고 바라본다. 닭은 어떤가. 암탉은 실패한 부화를 만회하려는 듯 무려 45일 간이나 알을 품기도 하고, 수탉은 경이롭게도 신사적이다. 수탉으로서 다섯 마리 암탉을 철저하게 보호할 뿐 아니라, 먹고 있는 먹이일지라도 암탉이 원할 경우 선선히 양보한다.
들여다보면 그들은 본능 속에 나름의 품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찌 많은 동물 중에 개와 닭뿐이랴.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만도 못하다느니, 닭대가리라느니 하며 세상을 사람 중심으로 설명한다. 웃기는 일이다.
웃기는 일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정치는 도덕적으로 가장 으뜸이어야 한다. 정치로부터 파생된 법에 의해 우리는 삶을 규제받고, 정치인들의 행위에 의해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믿을만한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우리 정치판이 가장 웃기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정치인들은 누가 선출했는가. 바로 우리 손으로 뽑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 손에 우리가 장을 지져야 할 일이지만, 그 누군가가 실행하지 못한 것처럼 손에 장을 지지는 일이란 쉽지 않으니, 최소한 우리의 제도에 대해 깊은 사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란 최종적으로 국가 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의 본질은 상대의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롱과 모멸이라니.
요즘 TV 뉴스에서의 정치는 날마다 입을 삐죽 내밀고 ‘기다, 아니다.’의 극단을 보여주거나, 상대를 향한 비난만 있을 뿐이다. 찡그린 이마와 내려 깐 눈초리, 비아냥대는 비틀린 입술과 입가에 낀 하얀 거품. 그 입으로 전하는 육두문자에 가까운 망나니, 폐수, 시궁창, 야바위 그리고 영감탱이 같은 말들. 정말 고통을 준다. 상대를 저주하는 듯한 모양을 보면 저절로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누구랄 것 없이 제발 품격을 지키라고. 세월은 가고 선거는 금방이다. 지금이야 기다릴 뿐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여러분의 품위를 ‘스마트’하게 오래도록 기억한다. 더 이상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으니 제발 품위를 지켜주시라.
처칠과 같은 이의 해학이 그립다. 풍자와 해학이야 말로 극단으로 몰리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식이 아닐까. 신념은 부드러움으로 더욱 도드라진다. 누군가 ‘밤이 선생이다.’라고 말해 우리에게 울림을 준 바도 있지만 밤의 고요야 말로 역시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원천이다.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정치인 중에는 만나고 안고 닮고 싶은 사람도 많다. 먼저 말해야 하는 데, 이런 나의 경솔이라니. 그래서 수탉이 내 곁을 그리도 서성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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