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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프로야구 선수 살인사건 (프롤로그 1)
이일우08-10 23:30 | HIT : 102
                                                          프롤로그


  때는 20**년, 일본의 돔 구장에서는 한 시즌을 마감하는 저팬 시리즈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동부리그의 우승팀인 스왈로우즈와 서부리그 우승팀인 라이온즈의 승부였다.
  라이온즈는 무려 지금까지 저팬 시리즈를 7번이나 제패한 적이 있는 명문팀으로서, 작년과 재작년에도 우승했었다.
  1970년대에는 무려 세 차례나 우승하다가도 90년대에는 줄곧 바닥에서 헤매던 라이온즈가 다시 이십여년전의 명성을 되찾게 된 것은 5년 전부터 출전하기 시작한 수퍼스타였던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 덕이었으니...
  기무라 선수는 고작 올해 스물 네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20승 투수의 대열에 오른 투수였다. 올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어 마침내 일본 프로야구 십년여만에 처음으로 20승을 달성한 투수였던 것이다.
  저팬 시리즈에서도 그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그의 호투에 힘입어, 자신말고는 다른 투수들은 난조를 보였는 데다 믿었던 신예 강타자 오비츠마저도 21타수 1안타의 빈공을 하고 있었어도 오늘까지 세이부 라이온즈는 상대팀 야쿠르트 스왈로우팀에게 3승 2패, 오늘 이기면 경기는 끝나고 마는 것이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승리로...
  그런데 그날 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던 날의 깊은 밤이었다.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는 오랫만에 겨우 감독으로부터 외출 허가를 받았다. 사흘 전에 완봉슴을 거두고, 이제 가장 주요한 6,7차전을 맞으려는 가운데 그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하여 잠시 외출을 허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크나큰 재앙이 될 줄이야.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가 마침 숙소인 하야트 호텔에서 나오자 뒤를 쫓고 있던 검은 그림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기무라 녀석이다. 놓치면 안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구!”
  “네!”
  그때 한 어두운 골목에서, 몰래 차를 한 대 받쳐놓고 두 중년 남자가 서로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한 남자는 평범한 30대 후반의 중년 초기의 남자로 보이지만, 한 남자는 40대 중반쯤의 아주 인상이 사나워보이는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의 사내이다. 얼른 보아서도, 이 사나이는 무슨 야쿠자 조직의 두목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알았지? 저 친구야! 잘해서 한방에 보내! 죽이라는 뜻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어디 한군데만 부러뜨려 놔! 알았지?”
  “네! 하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제 도박빚 일억엔을 탕감해준다는 약속...”
  “아! 그럼. 우리도 비록 세상이 우릴 속이는 바람에 이렇게 살고 있지만, 의리 하나만은 제대로 된 놈들보다 더 낫다고... 약속은 칼같이 지키니까 걱정 말라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 문제의 차, 택시 운전사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그 범죄자형의 남자 츠루요시는 서두러 차에서 내린다.
  드디어 그날 밤, 지금 한창 저팬 시리즈를 진행 중이던 라이온즈의 에이스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는 큰 횡액을 겪게 되고야 만다.
  기무라 선수는 모처럼 얻은 자유시간을 활용해 가까운 곳에서 잠시 산책을 즐기다가, 내일의 가장 중요한 최종전 시합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그가 거의 숙소 가까이로 돌아와, 막 호텔 앞에 가로놓인 찻길에서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던 참이었다.
  마침 신호가 보행자 통행을 인정하는 파란 불 신호로 바뀌었다. 기무라는 서서히 도로 위를 걸어 차도 건너편으로 가려고 했다. 그 찻길은 무려 6차선이라, 제법 넓은 도로였는 데...
  ‘부웅!’
  기무라 선수가 막 건널목을 다 건너려는 순간, 한 대의 차가 갑자기 가속질주해 오더니, 건널목의 중간에 걸어오고 있던 그의 몸을 들이받았다.
  ‘으! 으앗!’
  기무라는 순간 당황하였다. 택시 한 대가 자신을 향해 마치 성난 코뿔소처럼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여... 그가 아무리 운동신경이 재빠른 프로야구 선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퍽!’
  기무라는 순간, 아늑한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놈이 수미터 저 너머로 붕하고 나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교통사고가 나고 만 것이다.
  “이, 이런! 아이구! 이걸 어째! 내가 운전 부주의로...”
  그 택시의 운전사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에 치인 기무라 선수의 상태를 살폈다.
  “아니? 저게 뭐야? 사고다!”
  “택시가 과속으로 달리다 사람을 치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그 치인 사람은 정신을 잃었는지, 아스팔트 위를 온통 피로 물들이고 쓰러져 있었다. 그 사고를 낸 운전수는 자기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듯이, 서둘러 그 치인 사람의 가슴을 맛사지하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얼른 서둘러 병원으로 가려고...
  “아? 아니? 이 사람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 아냐?”
  그때 마침 교통사고가 나자, 주위로 삽시간에 벌떼같이 몰려든 사람들이 피해자인 그를 알아보고서 한 소리였다.
  “뭐?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
  “왜 사자 구단의 에이스라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 운전사는 그제서야, 사람을 알아본 척 하며 하얗게 질린다.
  “아니? 정말이네! 이 사람은 우리 동경 세이부 사자 구단의 에이스인 기무라 선수야! 아이구! 이걸 어째? 내가 스타를 다치게 만들었으니...”
  그는 안절부절 못하는 채 쇼를 하고서는, 한참 뒤에야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친다.
  “이거 큰일났구나! 비키시오! 얼른 이 사람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야 해요!”
  운전사는 서둘러, 그를 알아보던 몇몇 팬들과 함께 교통사고로 다친 기무라 선수를 차에 싣고는 가까운 곳에 있던 병원으로 향했다.
  잠시 후, 경찰과 구단 관계자들이 기무라 선수가 다쳐 입원했다는 병원에 도착하여 상황조사를 하였다.
  “면목 없습니다. 제가 운전 부주의로 기무라 선수를 치고 말았습니다.”
  경찰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듯 정중히 사과하는 그 운전사를 볼 때, 구단 관계자들은 교양 있는 사람들로서 차마 그를 더 이상 쫄 수는 없었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따지고 보면, 저 운전사도 재수가 더러울 뿐인 피해자인 것을...
  사고를 낸 운전사인 다케시다는 조사나온 경찰에게 그 자리에서 과실치상죄로 구속되었고, 구단관계자들은 기무라 선수가 심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꿈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으리라. 이 기무라 선수의 중상이 사실은 우연이 결코 아닌, 필연이었다는 사실을...
  사고를 낸 다케시다는, 자신이 도박으로 인해 진 엄청나게 많은 빚을 탕감받기 위해 츠루요시라는 야쿠자 두목에게 무슨 이유에서는 몰라도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부상을 입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것이다.
  그날, 요행히 오랜 시간 거친 수술로 기무라 선수는 목숨을 건졌다. 하긴 중상이긴 했어도, 선수생명을 잃을 정도로 큰 중상도 아니긴 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팔 하나를 못쓰게 되고야 말았다. 그것도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오른팔의 인대가 끊어져 더 이상 투구를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팔의 힘이 어린아이만큼이나 약해져 버렸으니, 이젠 투수로서는 물건너갔다고 할 수밖에...
  다음 날, 그 교통사고가 있던 그 다음 날, 당장 기무라 노리카즈 선수의 부상은 메스컴을 탔고 온 전 일본 열도는 승승장구하던 스포츠 스타의 부상에 떠들썩해졌다. 그것도 저팬 시리즈가 가장 한창인, 일년 중에 가장 중요한 때에 이런 일이 급작스레 생겼으니 그럴 수밖에...
  “기무라 선수가 팔이 부러졌대!”
  “그럼 이번 저팬 시리즈 6,7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하겠네?”
  “그럼! 팔이 부러졌는 데 어떻게 출전해?”
  “그나마 선수생활이나마 계속할 수 있으면 다행이래. 오늘 아침에 막 들어온 인터넷을 보니까, 어제 수술 끝에 밝혀진 사실인데 말야. 팔의 인대가 늘어나서 더 이상 선수생활도 할 수가 없게 됐대!”
  “저런! 그럼 이제 라이온즈는 장차 어떡하누?”
  그를 아끼던 팬들은 이렇게 웅성거렸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저팬 시리즈의 6,7차전. 비록 지난 번 경기까지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진 사건으로 상황은 백 팔십도 바뀌었다. 에이스의 갑작스런 중상으로 인한 부재, 이로 인해 전력손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단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장기전인 페넌트 레이스에서도 에이스가 갑자기 빠지면 심각한 타격이 오는 데, 하물며 뛰어난 에이스가 절대적으로 승세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저팬시리즈같은 단기전에서야 뻔한 일이었다.
  제 6차전, 얹그제 5차전에서 8회를 던진 준에이스였던 가네하시 선수가 나가서까지 공을 던졌으나 지칠대로 지친 그로서는 역시 스왈로즈의 강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그는 4회를 던져 무려 5점을 내주며 강판당했고, 그 뒤를 이은 투수들로도 어려웠던 탓에 그만 타자들의 맹타를 휘두르는 분전에도 불구하고, 그날 라이온즈는 끝내 스왈로즈 팀에게 9대 7로 지고야 말았다.
  기무라 선수가 빠지고 그나마 준에이스였던 가네하시 선수마저 무리한 등판을 해선지 기대에 못 미쳐 난타를 당한 라이온즈 팀은 6차전을 지자, 이젠 도저히 7차전에 쏟아부을 투수력이 없었다.
  그 다음 날 7차전, 고작 2류급 투수들로 마운드를 지키게 한 라이온즈는 스왈로즈의 강타선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더욱이, 2승 3패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렸다가 기무라 선수의 부상이라는 호재를 맞아 어제 게임을 역전승으로 이끈 야쿠르트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그 날 경기에서 스왈로즈는 폭발적인 타력을 앞세워 이미 에이스의 부재와 의욕상실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라이온즈팀을 몰아붙여 끝내 6대 3으로 승리하였다.
  이렇게 해서, 스왈로우 팀은 이겼고 드디어 스왈로우즈는 창단 이십년만에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서는 팡파레를 울리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스왈로우즈는 거진 이십년 만에, 겨우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서게 되었다. 그날, 동경의 야쿠르트 팬들은 불야성을 이루며 십칠팔년만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정상에 선, 자기 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일본 시리즈 제패를 환호하였고 전통의 명문 세이부 라이온즈 팀은 고배를 마시며 억울한 패배를 감수해야만 했다.
  기무라를 친 운전사 다케시다는 명백한 운전사측 과실임이 증명되었지만, 사고 후 바로 피해자에게 온 정성을 다해 구명을 했다는 점 등이 참작되어 재판결과 일년간 금고형을 선고받았고, 이로서 기무라 선수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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