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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경마장 사기사건 5 (완결편)
이일우08-20 20:29 | HIT : 62

드디어 거사일인 다음 날, 나는 급기야 놈을 파멸시키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거기 나와 있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자와 함께 사설 경마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 날을 애써 놈의 파멸 날짜로 잡은 이유에는 며칠 전 출마표가 나올 때부터 미리 정한 일이었다. 왜 나는 이 날을 이 자의 파멸 날짜로 정했을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날, 그 날은 이상하게도 경마가 아주 난전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예상지에는 대가리로 잡힌 말들이 있었지만 핸디캡과 장외 사정이 워낙 들쭉날쭉하게 되어 있어서, 오늘 경마를 하면 90% 이상 예상과 빗나가는 대박이 터진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물론, 나야 10 분 늦은 경마를 하고 있으니 100% 맞힐 자신이 있지만 오늘은 기어이 이 놈을 파멸로 이끌어야 한다.
워낙 전력이 난전이라 가장 큰 배당이 터질 것 같은 경주, 난 이 경주를 노렸다. 나는 오늘 따라, 이 날만은 계속 성실하게 진동기를 통해 전해온 경주결과를 통해 이 자의 배팅적중률을 90%로 맞춰주었다. 예상이 불가능한 첫 경주만 빗나갔을 뿐, 어제 내가 장담했던 대로 다른 경주를 연짱으로 붙어서 계속 맞추자 놈은 드디어 돈 따는 재미에 자제심을 잃었다.
"골인! 우승! 슈피리머! 준우승! 갤로퍼! 복승식 배당은 8-15번입니다. 배당금은 352엔!"
"이야! 벌써 4경주 연속 적중이다. 오늘 정말 잘 맞는데! 과연 어제 네가 한 소리가 거짓말이 아니구나!"
혼다미야는 기가 막히게 내 예상이 잘 맞자, 기분 좋은 듯이 환호하면서 나에게 밝혔다. 나는 역시 기분이 좋은 척, 내 옆자리에 앉은 혼다미야에게 충고하듯이 속삭였다.
"원래 잘 맞는 날은 한없이 잘 맞고, 안 맞는 날은 한없이 안 맞는 법이죠. 어려운 경주만 있는 날이 있고, 쉬운 경주만 있는 날이 있는 데다 또 자꾸 따면 신바람이 나서 더 예상이 잘 맞고, 잃기 시작하면 부담감이 커져서 더욱 안 맞는 거죠."
"하긴 그렇군! 그럼 미요꼬양! 오늘 잘 보이는 경주는 어딘가? 자네가 어제 말했던 승부게임!"
"아? 그거요? 물론 가르쳐 드려야죠. 오늘같이 난전은 역시 최소배당이 제일 안전하죠. 중간쯤에 있는 제 7, 8경주나 10경주쯤이 제일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오늘 이 세 경주를 자신있게 권하고 싶네요!"
"음. 하긴 그래! 어떤 예상지를 보아도 이 세 경주밖에는 올대가리로 공통적으로 잡힌 말이 없군. 그럼 이 경주에다 승부수로 배팅해야겠군."
놈도 예상지를 번갈아 떠들러보면서, 아닌 게 아니라 오늘 경주는 대부분 아주 어렵고 7, 8 경주만이 올대가리로 잡힌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 경주는 다소 어려웠지만, 내가 틀림없다고 한 경주니 믿을 것이고...
나는 7, 8 경주는 대충 예상지에서 예상한대로 두 구멍만 짚어주고, 10 경주는 좀 어려워서 그때 가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7경주와 8경주도 말이란 건 컨디션이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할 수 있는 동물이니까 그때 가서 한번 다시 보자고 했다.
"음. 그럼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열리는 7경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로군. 승부게임을 하려면!"
"그럼요! 이번 경주는 쉴까요? 돈도 많이 땄으니까!"
"아냐! 끗발 오르는 날 더 잘 맞는다고, 이번 경주도 네가 예상하는 대로 한번 붙어봐야겠어. 어떤 마번이야?"
그는 나에게 채근하면서 캐물었다. 모처럼 잘 맞는 데, 이 자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나는 그때 마침 4,9번이라고 진동이 왔으므로 놈에게 그렇게 알려주었다. 4번을 머리로 놓고 9,10번을 가라고!
"골인! 우승 4번! 준우승 9번! 배당금 142엔!"
놈은 경주 결과를 보고, 입이 찢어졌다. 어렵다고 했는 데, 그 결과를 단 두 구멍으로 맞추다니! 놈은 마침내 여기 도취한 나머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왕창 허물어져 버렸다.
드디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내가 승부하는 경주라고 했던 7경주! 나는 그때 진동을 듣고는 이 경주에서는 예상대로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오히려 더 잘됐다고 느꼈다. 이 자의 주의를 더욱 흩뜨려놓을 변수가 생긴 것이었다.
"이번 경주는 8-13번인데, 어째 이거 저 8번 말이 다리를 미세하게 떠는 게 혹시 갑자기 경련이 일어난 듯 싶네요! 조금 불안한데요."
내가 멀티비전에 비치는 승부 직전의 말의 움직임을 보고 그렇게 밝히자, 놈은 그 말에 조금 불안을 느꼈는지 그 경주에서는 승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당근 그 마번이 들어왔다. 놈이 약이 오를 수밖에! 아이고, 조금 불안해도 이번 경주에 승부를 보는 건데! 너무 소심해서 괜히 놓쳤구나! 아마 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혼다미야의 기분이 그렇게 한껏 고조되어 있을 때, 내가 결정타를 뿌린다. 바로 그 순간 진동기를 통해 결과가 전해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경주는 예상이 빗나가, 두 말이 전부 빠지고 대박이 터졌다는 신호였다. 마침내 때가 왔구나!
"이번 경주는 보니까, 3-6, 10, 15번이 좋은 것 같아요. 예상지대로... 그런데 말이죠. 이번 경주도 어째 조금 불안한 듯 싶네요! 15번 말이 어째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저 보세요. 어째 재갈을 문 입에 힘이 없잖아요? 그러니, 저 말은 빼고 사는 게 좋을 듯 싶어요."
내가 충동질하자, 놈은 알겠다는 듯이 드디어 이번 경주에 승부를 보겠다는 듯이 말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됐다. 약이 올라서라도 저 자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조금 전, 다 잡았던 배당을 놓쳤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놈은 이번 경주에 절반이든 전부든 큰돈을 걸 것이다. 거의 다 잡았던 배당을 놓쳐서 약이 잔뜩 올랐을 테니까!
어떤 방법이든 좋다. 놈은 이제 내 결과가 어떻든 큰돈을 걸 것이다. 만약 내 예상이 두렵다면, 놈은 복병마에 많은 돈을 걸지 않고 한 구멍만 찾아서 뭉칫돈을 박을 것이다. 3-6은 워낙 배당이 작아서 3배당 정도였으니, 두세 구멍 다 갔다가는 수지가 안 맞으니까!
또 내 예상이 조금 불안하더라도 바로 이전 경주처럼 맞다고 한다면, 놈은 그 경주마에다 역시 뭉칫돈을 박아 넣을 것이다. 15번 말은 배당이 크니까, 조금 넣더라도 수지가 맞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틀림없이 놈은 이번 경주에 내가 예상한 배당적은 3-6, 10번에 제일 많은 돈을 걸고 나머지 한 구멍에는 조금씩 받쳐주는 정도로 이번 경주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다면 안전빵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테니까!
"난 3-6에 천만엔 걸겠소!"
"난 3-10에 4백만엔!"
사람들은 멋도 모르고, 예상지마다 대가리로 잡아놓은 두 구멍에 몽땅 돈을 틀어박았다. 멍청한 사람들... 다 돈 날리는 번호라는 것도 모르고서...
이 객장에 있는 손님들 중 유일하게 이 경주 결과를 미리 아는 나는, 흡사 어리석은 중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리 인기마이고, 배당이 적다고 모든 경주가 다 맞을 수 있나? 난 이번 경주도 예상대로 소액배당이 터졌으면, 자신없다고 하고서 역시 틀린 마번을 알려주고는 약간만 잃게 한 뒤, 다음 번 기회를 엿볼 작정이었다. 아무리 예상지마다 올대가리로 잡아놨어도 예상이 빗나가서 수십 배당의 대박 터지는 경주가 서너 경주에 한 경주는 반드시 있는 법이니까! 놈이 그때를 노리는 것을 다음에 다시금 잡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계획이 잘 되어 연기할 필요도 없이 그 기회가 빨리 왔던 것이다.
"예상대로 3-6, 10번이 구멍 뚫리는구만."
혼다미야는 사람들이 돈을 거는 것을 보고는 자기 나름대로 그 마권을 샀다. 아마 그는 내가 예상하는 경주니, 틀림없을 거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정말 나는 그 동안 혼다미야와 이 사설경마장에 다니면서, 원투(두 구멍 승부 적중률)가 무려 200%란 기적같은 적중률을 보여 주었다. 하긴, 원래 결과를 알고서 하는 경마가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나는 그 인간과 경마장에 다니면서 [내가 틀림없는 경주라고 한 경주는 99%는 맞는다.]라는 믿음을 확고히 그 작자에게 심어 주었다.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발주!'
이윽고, 마권 발매가 끝나고 이내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아니? 이게 어찌된 거야? 6번은 보이지도 않잖아?]
[3번도 안 보여!]
[뭐? 3번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불과 2분 후, 사람들 대부분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경주에서 무려 41배 짜리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3, 6번이 다 빠졌고...
"이, 이럴 수가?"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이 딱 벌어졌다.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거기서, 나도 끼어들며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듯이 말했다.
"어머, 어쩌나? 이걸? 정말 애석하게도 빗나가 버렸네요? 내가 자신 있게 예상하는 것은 90%는 맞는데... 그 정말 재수없는 10%가 오늘 우연히 여기서 일어나 버렸네요. 아이고, 난 어째? 난 여기다 무려 백만엔 걸었는 데... 지난 일년간 모은 것 전부 다!"
나는 자리에 털썩 엎어져 너무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한탄했다. 그리고, 정말 돈을 잃었다는 듯이 사설마권을 꺼내 북북 찢어버렸다. 이 마권은 물론 가짜! 이 사설도박장의 주인인 이와다 오빠에게 부탁하여 거저 얻은 마권! 나도 엄청 돈을 잃은 것을 제 놈 눈으로 보았으니, 내가 사기쳤다는 사실을 꿈에도 깨닫지를 못하겠지. 이러면, 나는 설령 그 자가 따진다 해도 할 말이 있다. 분명 나는 누가 보아도 수긍할 마번에다 찍었다고... 누가 내 돈 수백만엔씩 잃어가며 이 경마장 좋은 일만 시키겠냐고? 정말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더구나, 내가 언제 이 말에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베팅하라고 했어? 난 미리 약속한 바에 의해, 부담감 때문에 예상이 빗나갈 수 있으니 어떤 경주에다 승부를 걸 줄은 알려주지 말라고 했으니까... 내가 비록 빠른 눈치와 같은 패거리인 여급과 이와다 오빠의 도움으로 이 자가 베팅할 경주를 알고 엉터리로 알려주긴 했지만, 이 자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어? 나는 시치미 뚝 떼면 그 뿐이야!
하긴, 굳이 시치미뗄 여지를 궁리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 혼다미야 사장이라는 사람, 이미 그 치명타에 나에게 따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서 완전히 넋 나간 표정으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으니까... 어느 새, 나는 지독한 냄새가 그에게서 나는 것을 느꼈다. 그만 그는 너무 절망한 나머지, 바지에 오줌까지 싼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어저께 하루나와 전화를 주고받아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자는 어제 내가 확실한 게임이 있다는 말에 회사운영자금은 물론이고 자기 집문서와 땅문서까지 들고 나왔다는 데... 놈은 오늘 승부를 보기 위해, 몰래 남의 명의로 바꾸어 두었던 집과 땅문서마저 죄다 되찾아가지고 왔던 것이다.
놈은 내가 확실한 경주가 있다는 대답에, 아까 이 사설 경마장을 운영하는 주최측에 가서 자신의 집과 땅문서까지 다 잡히고 돈을 빌려왔다는 것이다. 아까 시합이 시작되기 조금 전에, 화장실에서 만난 나와 한패였던 이와다 오빠의 부하인 여급이 나에게 그 남자가 조금 전 사무실에서 이와다 오빠에게 자기 집과 땅문서까지 잡히고 돈을 빌리는 것을 보았다고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하긴 이 도박장 돈은 당일 환급만 하면 이자는 한푼도 없고, 일년 이자도 사채업자에게 빌리는 것보다 훨씬 싸서 고작 은행 수준이니 그럴 수밖에... 나는 놈이 돈을 빌리려면 여기서 빌릴 것이라고 자신하고, 이 도박장의 군자금 대부 체계의 유리한 점을 그 자를 처음 이리 데려올 때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급은 조금 전에 몰래 혼다미야 가까이 있으면서 조금 전 경주에 그 돈을 다 베팅하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주었고... 그래서 난 이 자에게 이번에 안심하고 치명타를 날리는 가짜 예상을 해준 것이고...
이윽고, 경마가 끝나자 나는 서둘러 그 경마장에서 빠져 나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그때까지도 넋이 빠진 듯 헤헤거리고 있는 그 악덕 기업주인 혼다미야를 내버려둔 채...

그로부터 불과 보름 후, 혼다미야가 모든 재산을 다 뺏기고 집안은 풍지박산났다는 사실을 하루나에게서 전해 들었다.
나는 그날 저녁, 악덕 기업주인 그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인 하루나를 만났다. 난 그 날, 수고비 조로 그의 집과 땅문서는 이와다 오빠에게 떨구었고 대신 현찰은 다 내가 챙겼다.

난 그 현찰을 가지고 와서, 그것들을 다 남김없이 하루나와 그녀를 따라나온 그 회사의 종업원들에게 넘겨주었다. 난, 중대한 문제가 있으니 그간 그 악덕기업주인 혼다미야 놈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전부 데리고 나오라고 그녀에게 전화할 때 밝혔던 것이다.
동경 교외의 허름한 어느 여인숙 방, 난 이 방 한 칸을 빌려 내 연락을 받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돈을 분배했다. 일부러 허름한 방을 빌린 것은, 이런 방이래야 몰래카메라나 도청기가 없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웬 돈이예요? 원희양?"
하루나는 때 아닌 돈벼락을 맞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에게 되물었다. 거대한 트렁크에 가득 채워진 돈다발을 보고서... 나는 시원하게 그들에게 대답했다.
"악덕기업주, 당신의 사장으로부터 뺏어낸 돈이예요. 자, 이 돈은 내가 당신의 사장 대신 당신이 그 동안 빼앗긴 임금과 퇴직금 대신으로 지급하는 돈이니 갖고 가세요."
나는 하루나에게 천만엔을 성큼 내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나름대로 피해본만큼 돈을 알아서 분배하였다.
"자, 내 몫인 수고비조로 백만엔만 남기고, 나머지는 이렇게 분배하겠습니다. 불만 없죠?"
내가 묻자, 그 사람들은 모두 감격하였다. 그리고 나서, 난 만엔짜리 돈뭉치 하나만을 성큼 집어들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원희 양!"
"당신은 흡사 부처님 같은 사람이에요!"
그러나, 나는 그 대답은 부정하였다.
"아뇨! 전 제 돈 준 게 아니니, 부처라고 할 것은 없겠죠! 아무쪼록 이젠 회사도 도산했으니, 그 돈으로 살 방편을 잘 마련해보세요! 그럼 안녕!"
"정말 고마워요! 원희 씨,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저희들은..."
하루나는 감격에 겨워, 눈에 그렁그렁 눈물까지 맺혔다. 나는 여기까지 밝히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감동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남겨둔 채...

그로부터 불과 몇 달 후, 나는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어느 역에 들렀다가 그 역 앞에서 전혀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앗? 저 남자는?'
난 지하도 위로 나가다가, 우연히 동경의 지하철 앞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한 늙수그레한 50대의 남자를 보았다.
[자, 싱싱한 무와 양배추요!]
그 남자는 작은 트럭에 야채과일을 잔뜩 싣고 와서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이 곳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었다. 제법 장사는 되는 모양이었다. 손님이 많았다.
틀림없이 그 문제의 혼다미야 사장이었다. 저런, 그래도 바보는 아니었나 보네! 용케 그 충격으로 울화병에 걸려 죽거나 정신병자가 안되고 살아 있는 것을 보니 말이야!
나는 그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그가 무를 사가는 한 아주머니에게 이와 같이 밝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저씨네 야채는 싸고 싱싱해서 참 좋아요!'
'그럼요. 저도 이제 겨우 돈의 소중함을 깨달았답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야채 노점상이나 하는 팔잡니다만, 저도 한 때는 사장이었어요. 이제 제가 모든 재산을 날리고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고 보니, 새삼 돈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돈이 귀한 줄 모르고, 경마같은 도박에나 물 쓰듯 썼던 제 인생이 후회스러워요.'
그가 손님에게 이렇게 밝히는 소리를 나는 멀찍이서 좋은 귀로 잘 새겨들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한껏 흐뭇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그래요! 혼다미야 씨! 이젠 남을 착취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아무쪼록 선량한 사람이 되어 땀과 노력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가도록 하세요! 그러면, 나에게 사기맞았던 돈은 돌고 돌아 언젠가 반드시 당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당신이 정신차려 제대로 출세하면 그땐 내가 당신을 이번엔 정말로 도와드리죠! 안녕!'
나는 이제야 겨우 삶의 의미를 깨닫고서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는, 사장이 아닌 야채 장사 혼다미야에게 격려의 기도를 하고서 자리를 서둘러 떴다. 아무쪼록 새 인간이 된 저 사람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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