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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단편] 완전 이중살인범죄 (후편)
이일우01-31 05:29 | HIT : 201

그러고 보니, 불과 이틀 전에 갑자기 아내가 근자에는 보고 죽을래야 전혀 보이지 않던 상냥한 얼굴로 변해서는 중국서 들여온 귀한 補陽劑(보양제)라며 아주 알아듣기도 어려운 한자가 빽빽이 적힌 영양제 병을 들고 와서는 나에게 준 적이 있었다. 캡슐 제재로 된 한방 영양제라며...!!

요즘은 정말 나도 나이가 있는 지라 근력이 떨어져서,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냉큼 받아먹었는데... 이제 보니까 그게... 나는 오싹했다.

어쩌면, 아내는 이미 그때 나를 살해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을 쓰면서 얻은 힌트의 트릭을 이용해서...

'틀림없어. 아내는 장차 이 이야기처럼 내 영양제에 독을 넣은 캡슐을 몰래 섞을 거야. 그래서 자살로 위장해 나를 살해할 속셈이겠지...'

나는 이제사 아내의 음흉한 속내를 알 수 있었다. 그 더러운 계집, 새로 사귄 애인과 맺어지기 위해 서방을 잡아먹을 속셈이구나... 불여우 같으니라구...

나는 한동안 그렇게 울분을 터뜨렸으나, 금새 감정이 가라앉고 침착해지자 금방 내 머리에 기막힌 꾀가 번쩍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대학에 다닐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적이 있던 손자병법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힌트였다.

[적의 전략을 역으로 이용해, 그 허실을 찔러 적을 무찔러라!]

夷以濟夷(이이제이)도 바로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맞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장인장모도 이미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딸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아내가 죽기만 하면 아내의 막대한 유산은 다 내 것이 아닌가? 이 계집이 남편인 나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다면, 여기서도 가만있을 수만은 없지...'

나는 한 순간, 즉홍적이기는 하지만 기가 막힌 꾀를 생각해냈다.

'아내가 나를 죽이기 전에, 미리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아내를 죽여버리자. 아내의 이 시나리오의 전략을 역이용해서... 크크크, 두고 봐라. 어리석은 계집,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것이야...'

나는 머리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는 획기적인 완전범죄 전략을 세우고는 즉각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우선, 나는 아내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매일 처가 사다준 영양제를 먹는 척 하고 몰래 하나씩 내 버렸다. 혹시 이 계집이 벌써 이 속에 독약 앰플을 섞었을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비록 아직 내 자필 유언장을 쓰지도 않았기에,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나 매사는 불여튼튼이기에 말이다.

아니나다를까 마침내 실행의 순간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난 뒤에, 잘 나가는 추리작가인 아내는 나에게 돌연스레 오늘 자동차 문을 닫다가 손이 삐었다면서, 자신 대신 원고를 자필로 작성해 줄 것을 부탁했다. 원고마감이 임박했는데, 오른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면서...

물론 원고마감이 임박했다는 것은 그녀의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제 몰래 그녀가 거래하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아내가 당분간은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나는 그 전에도 아내가 시간이 없을 때면 자주 그녀의 원고를 대신 써주는 어시던트를 해 주었기에, 별 의심 않는 눈치로 위장하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불러주는 대로...!!

하지만, 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 품속에 조그만 극소형 고성능 녹음기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아내의 살인계획을 역이용하여, 오히려 아내를 자살로 위장해 죽이고 난 뒤 그녀의 자살을 뒷받침하는 金城鐵壁(금성철벽) 같은 물증을 손에 넣을 참이다.

나는 아내가 미리 불러준 소설 속의 유언장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유언장에 자기가 누구라는 단서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아니나다를까 나에게 유언장 부분은 이 소설 중에 특별한 부분이라며 다른 용지에다 별도로 써줄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불렀다.

일전에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딸이 죽고 난 뒤, 우울증과 강박관념이 겹쳐져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었기로 이제 그만 스스로 인생을 마감할까 합니다.
남은 배우자에게는 먼저 세상을 떠서 미안하다고 전해주시고, 부디 새로운 좋은 배필을 만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고 전해 주십시오...

나는 일부러 이 원고 내용을 부르기 전에 아내의 원고에 간섭하여, 남은 아내라는 말보다는 남은 배우자라고 고쳐서 다시 부르게 하노라 약간 애를 먹었다. 이 유언장에 아내라는 말이 있으면, 자살한 사람은 아내인데 무슨 소리냐고 짭새들이 이 모순을 눈치채고 나를 추궁할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그러나, 뜻밖에 아내는 고분고분 그 요구는 들어주었다. 아마 내 요구를 듣지 않고 까다롭게 굴면 내가 수틀려서 원고 대필을 안 해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내가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나는 나의 요구대로 아내가 목소리를 바꿔 부르게 해놓고는, 시키는 대로 원고에 나의 자필 유언장을 써 주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마음속으로 오호라 쾌재를 불렀다.
흥, 속 보인다. 이 여자야. 내가 네 얕은꾀에 넘어갈 줄 아느냐? 이런 식으로 네가 내 자필 유언장을 손에 넣으려 하는 거구나... 어림없다. 오히려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여 너를 죽여주마.

나는 살짝 내 품안에 간직한 소형녹음기를 매만지면서 흐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 아내의 목소리가 들어있는 테이프를 유언장 부분만 오늘밤에 편집해서 증폭시켜 다른 테이프에다 따로 녹음시키고는,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난 뒤 천장에 매달고는 이 테이프에 있는 내용대로 부부 불화로 자살한다고 하는 동기로 만든 육성녹음 테이프로 내세우면 끝인 거야. 감쪽같지 누가 알겠어? 진짜 아내 목소리니, 음성분석을 해도 어김없이 유언장인 줄 알겠지...

나는 2대의 녹음기에다 한쪽에는 녹음 테이프를 넣고, 한쪽에는 어떤 목적을 가진 말이 섞인 테이프를 돌아가게 해놓고는 필요한 구절만 뽑아내어 녹음시키는 기술을 알고 있었다. 내 예전 직업이 잡지사 기자였기에...

이 경우도, 아내의 말소리가 들어 있는 이 품속의 카세트 테이프를 빼내어 아내가 불러준 유언장 부분만 편집하여 다른 테이프에 저장해놓고 그것을 아내를 죽이고 아내의 유언장인양 시체 옆에 두기만 하면 끝난다. 작전 계획은 정말 완벽한 것이다.

흥, 어리석은 계집, 네가 짜낸 작전에 네가 당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판 멍청한 여자 같으니...
나는 아내가 이제 오늘밤이라도 당장 내가 먹는 영양제에다 독약이 든 캡슐을 넣을 게 틀림없다고 여겼어... 후후, 그래라. 그러기도 전에 넌 皇天行(황천행)이다. 오늘밤에 당장 너를 죽여주마...!!

일단 대필이 끝나고 난 후, 아내는 원고를 입으로 부르노라 목이 컬컬하다는 듯이 마침 안방의 장식장 위에 있던 양주를 꺼내 두 개의 글라스에 가득 따랐다.

"자, 여보. 이제 다 끝난 것 같으니,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원고 정리를 하죠."

그녀가 그렇게 권하기에, 나는 아내가 분명 영양제에 독을 넣을 거라고 선입견에 잡힌 나머지 그녀의 요구대로 방심하고서 같이 술을 마시고 말았어. 더구나, 아내가 먼저 잔에 따라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기에... 내 잔 말고 그녀의 잔을 들어 술을 마셨지.

"더럽게... 내가 마신 잔으로..."
"더럽긴 뭘. 부부 사이에... 자, 한 잔 따르라구."

아내는 내 잔에 하나 가득 술을 부었다. 나는 그녀가 부은 잔에 술이 가득 차자, 주저없이 술을 받아 입 속에 털어 부었다.

그런데, 그 찰나 내 목구멍 안에서는 무섭게 강한 통증과 함께 친친하고 뜨거운 액체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컥!'

나는 순간적으로, 방바닥에 픽 쓰러지고 말았는데... 그런 내 위에서 아내가 냉혹한 웃음을 지으면서 해준 설명...!!

"어리석은 남자 같으니... 이건 그야말로 당신 꾀에 당신이 넘어간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주지. 독은 같이 마신 술 속에는 전혀 없었어. 바로 병의 반대쪽 입구에 살짝 발려져 있었지. 내가 따랐을 때는 미리 나만 보고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두고, 그 정반대 방향으로만 술을 기울여 따랐기에 무사했던 거지..."
"으으..."

나는 너무도 기가 막힌 아내의 독살 트릭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어찌하랴...

내가 마지막 의식이 꺼져가는 순간, 아내가 저쪽에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최후의 집중력을 기울여서...

'여보세요. 당신이죠? 역시 당신은 머리가 좋아요. 당신 작전은 완벽하더군요. 범사냥꾼의 특기!
[동굴 안에 웅크린 채 전혀 뛰어나오지 않는 사냥감을 노리고 싶으면, 오히려 자신이 미끼가 되어 사냥감이 스스로 굴 밖으로 뛰어나오게 만들어라.]
남편은 당신의 그 계략에 말려들어, 나의 완전범죄 계획에 옴나위 없이 말려들었어요. 호홋... 일전에 당신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남편을 노리고 있는 중이라고 남편이 뛰어나올 미끼를 제공해 주었지요... 그런 뒤, 나는 일부러 새로 쓴 소설을 자신을 노리고 있는 시나리오라고 오해하게 하기 위해 평상시 남편의 눈에 잘 뜨이는 데다 두었지요.
그랬더니 당신 예상대로, 남편은 내 계획을 역이용해 되려 나를 죽이는 완전범죄 계획으로 쓰려고 유언장을 작성하는 내 목소리를 녹음하여 내 육성 유언장으로 악용하려고 했나봐요. 그 전략을 역으로 찔렀더니 이렇게 완전무결하게 자살위장이 가능할 줄이야.
이제 이 남자의 시체 옆에 이 유언장을 놓아두기만 하면 만사해결이겠죠? 호호...'

자신의 새로운 남자를 향해 전화를 걸고 있던 아내의 음흉한 미소는 서서히 감각이 사라지고 있는 내 귀에 선명히~ 그러나 아련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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