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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쌍골죽을 들여다보다
권은중03-18 06:25 | HIT : 101

소리에도 무게가 있다
소리들이 중력에 비례하는 속도로
대나무밭에 내려앉을 때
쌍골죽은 소리를 먹고 자란다
죽순 밑동은 다 자란 대나무크기
마디마디 여린 고막을 벼르고
달빛의 흐느낌, 햇살의 웃음소리,
비와 바람의 노래를 둥근 벽에 새긴다
기둥을 밀어 올리는 대나무들이
제각기 허공을 향해 키를 가눌 때
결코 높이를 탐하지 않는 쌍골죽*
오히려 몸을 움츠려 눈을 감고
후미진 곳에 머물러 오직 귀를 연다
우주에서 달려온 별들의 속삭임을,
새벽을 여는 안개의 종소리를 듣는다
아침이슬이 적셔오는 둥근 몸통에
세상의 모든 울음소리를 새긴다
당신의 눈물소리를 받아 적는다.


*쌍골죽 : 대금을 만드는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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