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문학관
작품올리기 라이브러리 명예의전당 정보마당 대화의장

    

   
 











라이브러리 > 기타 장르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6(거짓공정감, 말매미소리 트릭)
이일우01-19 04:47 | HIT : 1,453
  "원희가 일전에 나하고 함께 TV 보다가 우연히 알려준 [HDTV 화상원리]에 대해 듣고서는, 정말 그게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어요. 자연계에 거의 없는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잡전파가 흘러들어가지 않으므로 HDTV는 깨끗하다]란 그 논리... 바로 저는 거기에 주목했어요. 어쩌면 혹시 [전파 뿐 아니라, 소리에도 똑같이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고..."
  "소리라면... 초음파?"
  "네. 문경위 님, 말하자면..."

  김전일은 거기까지 밝히고서는 이런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옛날 구형의 수동식 전류형의 코일식 전화기는 매미소리도 전화기 너머로 잘 전송되었죠. 그건 잡음파를 골라내는 기능이 없는 구식이었기 때문이에요. 알고 보면, 옛 전화기가 지직하는 잡음이 자주 들렸던 것도 사람의 귀처럼 너무 들을 수 있는 음파영역이 넓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전화기... 특히 전자식으로 된 디지털형 핸드폰은 안타깝게도, 사람 말소리 말고서는 자연의 소리는 별로 많이 전송할 수가 없어요. 그것은 만약 너무 음역을 넓히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싸지만 잡음이 많이 끼여들어 전화기의 음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
  "?!"

  사람들은 김전일이 내놓은 단서에 하도 놀라 움찔했는데...? 그런 일행들을 지켜보면서 김전일은 자세한 설명을 이었다.

  "다시 말해, 대개 곤충들의 음성은 우리 사람들 맨 귀로 그냥 들을 때는 잘 들리지만, 기계를 매개로 하면 음질이 떨어지고 어떤 건 아예 안 들리는 수도 있어요. 특히 사람 음성만 잘 들리게끔 음역을 정한 핸드폰은 더하죠!
  그럼 곤충들의 핸드폰을 이용한 음성 가청범위는 과연 어떨까요?
  1초 동안에 흔들리는 공기의 진동수를 [주파수]라고 하는데, 이 주파수의 단위를 [헤르츠(Hz)]라고 해요. 이 헤르츠 단위는 보통 소리가 작을수록 반대로 크고, 소리가 클수록 오히려 작게 표시하죠.  이 중에 사람의 귀로는 한 주파수 50에서 60헤르츠에서부터 2만, 아주 귀가 밝은 사람은 3만까지의 헤르츠 단위를 들을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헤르츠 단위도 그 이하의 헤르츠 단위도 사람의 귀엔 들리지 않는 거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9500에서 10000 헤르츠 사이죠. 방울벌레는 4700헤르츠, 그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는 2000헤르츠에요."
  "으음..."

  사람들은 감잡았다는 듯 모든 사연을 술술 풀어놓는 김전일을 지켜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감탄인지 느낌인지 모를 신음소리를 흘렸다. 김전일은 말을 이었는데...

  "그럼 매미는 어떨까요? 조사해보니까, 매미의 울음소리란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00헤르츠에서 3000헤르츠 사이에요. 특히 그때 들었던 말매미는 2800헤르츠나 되죠. 이것은 현존하는 휴대전화로는 전혀 들리지 않는 음역의 소리예요."
  "!"
  "제가 이미 통신회사에 연락해 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오더군요. 요즘 아무리 핸드폰이 예전에 비해 성능이 업그레이드했다지만, 그래도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음역은 고작 대부분 300에서 500헤르츠까지밖에 들리지 않는다더군요. 대개 그 정도 音域이 사람이 내는 성대의 목소리 음역이기 때문에, 여타 잡음이 끼여들지 않게끔 음질을 깨끗이 하고 쓸데없는 주파수에 대한 청취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지정 했다는군요..."
  "으음, 그게 어쨌다는 건가?"

  김정식 반장이 어쩐지 알 듯 하다가 모르겠다는 듯 그 문제를 추궁하는데... 거기에 대해 김전일은 다음과 같이 해명해준다.

  "네. 말씀드리죠. 다시 말해, 300에서 500헤르츠까지밖에 핸드폰으론 전혀 안 들린다는 거죠. 그런데 그보다 한참 뒤의 음역, 최소 2000헤르츠가 되어야 할 말매미 울음소리가 원희의 핸드폰으로 들릴 수 있었다는 것은?"
  "그, 그렇다면 설마?"
  "네. 그때 범행현장에서 들렸다는 그 말매미 울음소리는 진짜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조작된 거란 증거죠!"

  김전일은 새롭게 알아낸 모든 사실을 일행들 앞에서 밝히면서 단정한다.

  "다시 말해, 실제론 옆에서 아무리 귀청이 떨어지게끔 시끄럽게 울어대도 일단 일정한 소리의 음역을 걸러내는 특정 전화기 너머로는 전혀 들리지 않을 소리... 그게 공교롭게도 핸드폰으로 들렸다는 뜻은? 바로 범인이 일부러 인공적인 휴대전화음을 이용해 말매미 소릴 냈다는 증거지요. 휴대전화음으로 전환한 말매미 소리는 음역을 전화기 송신용으로 바꾼 것인지라, 핸드폰을 통해서도 들리거든요?"
  "음... 범인이 안타깝게도 그걸 잘 몰랐던 모양이군."
  "네. 지능범이었지만, 그래도 범인은 안타깝게도 그것만은 몰랐던 모양입니다. 아마 휴대전화로도 사람 귀에 들리는 거의 모든 음역이 다 전파되는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원래 구식 유선 전화는 대개 그랬거든요.
  저는 바로 여기서 중대한 단서가 떠올랐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서도 누군가 범인인지를 확실히 아는 단서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범인은 아주 중요한 단서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때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지요."

  김전일은 거기까지 밝히고서는, 아까 서울 경찰에 연락하여 핸드폰 통신사 본사에 연락하여 알아낸 바를 내세우면서 칼같이 단정한다.

  "이미 이곳 한국의 몇 군데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에 연락해서 확인해 봤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바로 여기 있는 멤버 중에서 오직 한 분만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말매미 효과음을 유료로 다운시킨 경력이 있다는군요. 다행히, 아직 이 한국에서는 그런 곤충음성을 핸드폰 벨소리로 다운시켜주는 휴대전화 특수음성 서비스를 하는 데가 그리 많지 않아서 몇 군데 조사하니까 금방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 그럼 설마... 그 사람이?"
  "네. 저 여행가이드이신 박민수 씨입니다. 그때, 비로소 희미하던 범인의 존재가 또렷이 드러나더군요. 그 물증을 잡고 보니까!"
  "세상에...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사람들은 모두 박민수를 쳐다보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김전일은 거기까지 해석하고서는 이처럼 부연설명을 했다.

  "이 트릭은 나도 솔직히... 지난밤에 원희하고 보았던 불꽃놀이와 매미에 얽힌 그 사연을 듣지 않았던들, 절대로 풀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잘 생각을 뒤섞어보니까, 그 이야긴 얼마 전에 보았던 HDTV의 원리와 함께 [진상에 대한 어떤 형체]를 이끌어내더군요! 바로 이 트릭을..."
  "그럼 이형준 의장이 실제 살해당한 장소는... 3호 펜션 오두막이 아니라..."
  "네, 바로 저 박민수 형의 숙소인 8호 펜션이죠. 그럼 지금부터 그 트릭에 대해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거기까지 밝힌 김전일은 서둘러 이원희 보고 미리 준비한 것을 가져오게 했다/
  이원희는 두 명의 경관들과 함께 커다란 이불뭉치를 갖고 왔다.

  "자, 그럼 이 이불뭉치를 바로 죽은 이형준씨의 시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뭉치의 무게는 죽은 이형준 의장님 몸무게와 똑같습니다. 그럼 이 이불뭉치를 지금 제가 이 8호 펜션에서 3호 펜션 앞 벼랑 아래를 흐르는 계곡까지 내려 보내볼 테니, 얼른 지금부터 3호 펜션 앞으로 힘껏 달려가 보십시오."
  "..."
  "그럼 시작!"

  김전일이 외치자, 원희와 경관들이 이불더미를 떠메고 가서 8호 오두막 바로 뒤를 흐르고 있는 계곡 아래에다 힘껏 던진다.

  '풍덩!'

  물소리가 나자마자, 일행들은 서둘러 현장서 꽤 떨어진 거리에 있는 3호 펜션 앞까지 달려간다.
  3호 펜션에 도달하자...?

  "앗? 정말이잖아?"
  "어떻게 저 벼랑 아래 이불뭉치가 내려와 있지?"

  김전일의 장담대로 였다. 이불뭉치는 자신들보다 한발 먼저 3호 펜션의 커브를 도는 듯한 구석에 걸려져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내던진 이불뭉치가 여기까지 떠내려 와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때 금방 해답을 알아낸 문호우 경위가 이처럼 중얼거리듯 밝히는데...

  "물살이군... 8호 펜션 쪽에서 내려오던 강한 물살을 타고 여기까지 운반된 거야!"

  그 소리를 듣자, 저쪽 8호 펜션 앞에 있는 김전일 대신 현장에 따라온 이원희는 이내 금방 맞다는 듯 박수를 치면서 맞장구를 친다.

  "짝짝, 딩동댕! 역시 한국 제일의 경찰청 엘리트다우십니다. 김정식 반장님, 바로 물살이 여기까지 이불뭉치를 운반해준 교통수단이죠."
  "그렇다면 이원희양, 바로 저 이불뭉치가...?"
  "네. 바로 피해자 대용이죠."

  원희는 바로 펜션 살인이 벌어졌을 때, [파수꾼 박민수]가 어떻게 시체를 3호 펜션 바로 아래를 흐르는 강으로 옮겼는지를 알려주었다.

  "박민수씨는 이 수법을 써서 우리 펜션 바로 옆의 8호 펜션에서 피해자를 죽인 후, 바로 펜션 옆구리를 흐르는 강물에다 피해자의 시체를 던져 띄워버리고 마치 우리 뒤를 따라오는 것마냥 달려왔던 것입니다."
  "으음..."
  "거기의 위치는 물살이 무척 빠르고, 3호 펜션까지는 거의 완전 일직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거기 도착할 때쯤은 물을 타고 시체도 자연적으로 그 3호 펜션 앞 부분의 물살을 도는 커브 부분에 걸려 있게 될 겁니다. 그걸 보고, 우린 범인이 그를 죽이고 바로 옆을 흐르는 벼랑 아래 시체를 내던지고서 달아난 것이라고 잘못 파악했던 것입니다."
  "..."
  "거기에 반해, 8호 펜션에서 3호 펜션까지 오는 육상길은 빙빙 도는 코스가 몇 군데 있고, 오르막길이니까 사람의 발걸음이 물살이 속도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었죠. 그러니까 충분히 물살이 여기까지 시체를 운반할 시간을 벌 수 있죠!"
  "과연..."

  현장에 따라온 문 경위가 알만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한다.
  일단 실험을 마친 후, 다시 김전일이 기다리고 있던 8호 펜션 앞으로 돌아온 일행들은 그의 마지막 해명을 들었는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범인이 굳이 즉효성 독가스를 이용해 피해자를 죽인 이유... 제일 중요한 마지막 두 번째가 바로 이 때문이었죠!"
  "음. 그렇군! 김전일 군, 이제 알겠어. 피를 흘리거나 실금 흔적이 남는 방법으로 살해하면, 위장 살해장소로 지정한 3호 펜션 바닥에 그런 범행 흔적이 남지 않아 이 트릭이 탄로가 나기 쉬우니까! 그런 흔적은 아무리 잘 조작해도 상세하게 조사하면 결국 가짜란 게 들통나니까, 현장에다 인공적으로 그런 흔적을 조작해두기도 물론 어려웠겠지. 그래서 그런 방법으로 이형준씨를 살해한 거였구나!"
  "바로 그겁니다. 이제 아시겠어요? 문호우 경위님."

  문 경위가 모든 사태를 그제야 짐작하고, 시나리오를 알려주자 김전일도 동의하면서 그의 단정에 긍정한다.
  그러면서, 이번엔 옆에서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한 현장에 서 있던 이번 사건의 진범, 여행가이드인 박민수를 주목하면서 이런 말을 꺼낸다.

  "그러나 박민수 씨... 안타깝게도 그 뛰어난 지능범죄를 세우고 획책한 당신조차 이건 잘 몰랐군요. 하긴 조금 전까진 저도 몰랐었죠. 곤충음파인 말매미 울음소리는 핸드폰 수화기를 통해 걸러져서는 듣고 있던 통화하는 상대방 측의 귀에 들리지 않아요. 원래 핸드폰 음성송신은 자연의 주파수가 막 섞여 들어가면 잡음이 매우 심해지므로, 말소리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가청 범위를 가급적 줄여 송신합니다. 실제론 말매미 울음소리는 아무리 옆에서 요란해도 실제 휴대전화기로는 저 편에 전혀 안 들리는데 말예요. 이건 미리 말매미 울음소리를 비슷한 가청음을 쓰는 핸드폰 녹음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그때 스피커폰을 이용해 크게 틀어서 바로 옆에서 말매미가 우는 듯한 효과를 위조했다는 증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너무 지나치게 완벽했던 기계적 조작이 당신이 범인이란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을 남겨버린 겁니다."

  김전일은 당당하게도 밝히면서 말한다.

  "저도 일본에 있을 때, 제 친구인 센케란 애가 일으킨 [마견숲 살인사건]을 겪었는데, 그때의 트릭방법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었죠. [인간의 귀엔 안 들리지만, 개의 귀엔 들리는 음파]를 이용해 살인흉기인 개들을 조종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귀엔 안 들리지만 다른 동물이나 기계의 귀엔 들린다...? 저는 그런 경우가 정 반대로 있을 수도 있다고... 우연히 이 사실을 기억해낸 후 그 트릭이 응용되어 머리 속에 떠올랐죠,"
  "반대라고 했니? 너?"

  옆에서 듣고 있던 원희가 끼어 들면서 그에게 반문한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면서 김전일이 시원스럽게 그 문제에 대해 알려준다.

  "으응. 원희, 정 반대로... 가령 이런 예는 어떨까? 그런 경우와는 반대로... [어떤 소리가 사람의 귀엔 들리지만, 다른 동물이나 기계의 귀엔 들리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직접 사람의 귀엔 잘 들려도, 기계를 통해 한번 걸러진 음엔 사람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경우라면... 소리가 안 들리지 않을까?"
  "그렇구나! 인간 귀엔 들려도 기계의 귀엔 안 들리는 소리가 있을 수 있겠구나!"
  "유령처럼 실제론 있지만 사람의 눈엔 안 보이는 게 있는가 하면, 허깨비나 신기루처럼 실제론 없지만 사람의 눈엔 보이는 게 있을 수 있지. 우리들 인간의 감각이란 게 의외로 자연환경에 아주 잘 속는 법이거든. 우리 인간이 듣는 소리는 주파수(1초 동안에 흔들리는 공기의 진동수)가 극히 한정되어 있어. 그 이상의 소리도 그 이하의 소리도 우리 귀엔 안 들리는 법이지."
  "..."

  거기까지 해명하고, 김전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를 돌리면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저는 바로 여기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기계의 귀엔 안 들리는 말매미 소릴 핸드폰을 이용해 낸 사람이라면, 그 말매미 울음소릴 어딘가의 통신사에서 유료로 다운시킨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단서(?)에서 진범이 누군지를 깨달을 수 있었죠!"
  "..."
  "난 이걸 깨닫는 순간, 모든 진상이 훤히 보였죠. 범인이 누구란 것과, 그가 어떤 방법으로 이형준 씨를 살해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했는지도... 그리고 어째서 이 펜션에서 살인을 벌였는지도 모두."  
  "으..."
  "이제 보니, 그때 그 날 처음 이 펜션에 도착했을 때, 당신이 우리더러 자유롭게 오두막을 고르라고 한 것도 우연이 아닌 걸 그때야 깨달았죠!"

  김전일이 전혀 뜻밖의 단정을 내세우자, 유명석이 깜짝 놀라면서 반문한다.

  "뭐? 뭐라고? 그럼 그것도 의도적이었단 말야?"
  "네. 물론이죠. 바로 진범에 유도된 트릭이었단 겁니다."

  김전일은 거기까지 단정하고서, 모든 진상을 들켜 어쩔 줄 몰라하는 박민수를 쓱 돌아보면서 이번엔 이런 단서를 내세웠다.

  "박민수 씨, 당신은 처음 우리가 이 펜션에 도착한 날... [아무나 원하는 펜션을 골라 들어가십시오]라고 하여, 혹시라도 만에 하나... 이런 속임수를 누군가 추리해내 자기에게 혐의가 오게 되는 여지를 완전히 없앴어요. 나도 첨엔, 당신이 그런 소릴 하기에 설마 하고 있다가 사건 진상을 해결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거지요... 하지만, 그것 역시 나중에 알고 보니까 [사건을 위한 위장한 거짓 공정감]에 불과하더군요!"

  김전일은 거기까지 해석하고서, 이번엔 일행들을 돌아보면서 이런 뜻 모를 질문을 해댔다.

  "[마술사의 카드]란 거 아십니까?"
  "?..."

  사람들은 뜬금없는 질문에 아리송했는데...? 그러나 김전일은 거기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해명해준다.

  "마술사는 관객에게 수십 장의 카드 중에서 자유롭게 꼽으라고 하여 신기한 척 하지만, 그건 다 알고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 다시 말해 심리적 속임수에 불과해요. 관객은 자유롭게 뽑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관객에게 전혀 자유는 없어요. 마술사의 심리적 유도에 따라, 관객은 미리 정해준 카드를 반드시 뽑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걸 어떻게?"
  "어떻게라뇨? 미리 특정카드를 뽑을 사람의 눈에 두드려지게 보이게끔 살짝 밖으로 빼놓는다거나 아니면 첨부터 모두 같은 카드만 섞어놓고 우연히 그 카드를 뽑은 것처럼 꾸미는 눈속임 기술이죠."
  "..."
  "말하자면, 당신은 바로 그 마술사였어요. 이형준씨란 표적이 될 피해자에게 제일 걸맞는 특정한 펜션 오두막을 스스로의 의지를 가장해 자진해 골라 들어가게 하는 심리적 트릭을 쓴 거 뿐이죠. 우리가 여기 숙소에 처음 도착한 날... 바로 그때 말인데..."

  김전일은 거기까지 떠올리고서는, 그 결정적인 단서에 대해 밝힌다.


  "그때, 박민수 형, 당신은 그랬죠? 제일 먼저 자신의 숙소를 밝힌 다음, 다른 사람들에겐 제일 먼저 이형준씨가 고르도록 했어요."
  "맞아. 그랬어. 우리도 기억나!"

  옆에서 김현준이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밝힌다.

  "저도 당시에 있던 그 기억을 깨닫고, 뭔가 수상함을 느꼈죠. 어쩌면 그때 골랐던 숙소에도 그 마술사의 카드 트릭(?!)이란 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

  박민수는 변명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자신의 모든 모습을 옆에서 본 듯한 이 소년의 추호도 빈틈이 없는 추궁에 질려...

  "그 때, 피해자 이형준씨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아무렇게나 자신의 의지로 좋은 장소를 골랐다고 착각했겠죠? 그러나, 알고 보니 마술사의 카드 마냥, 그 이형준 의장은 미리 당신이 살인 알리바이 조작 장소로 작정해둔 그 숙소를 스스로 골라 들어간 뿐이었어요. 당신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겁니다. 피해자가 어느 숙소에 들지... 자신의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작정해둔 그 숙소 오두막으로만 100% 들어갈 줄을 말이죠!"
  "으..."

  박민수는 이제 더 이상은 뭐라 반론할 궁리도 떠오르지 않는지 얼굴빛이 빨갛게 달아올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이상한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바로 이건 일종의 [거짓 공정감]이었죠. 자기를 뺀 사람 중에서, 제일 많은 선택의 여지를 피해자가 될 이형준씨에게 준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그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숙소로 쓰일 오두막을 골라 들어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거짓 공정감!"
  "거짓 공정감이라면 그것도 조작이란 말인가?"

  문경위가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 놀라, 그 방법에 대해 물었다.

  "네에. 문경위님, 실제로는 앞에서 제가 막 밝힌 [우연을 가장한 거짓 공정감]... 제가 일본에 있을 때 경시청의 아케치 경시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이런 트릭수법을 [심리적 공백 보완효과]라고 한대요. 이것은 굳이 그 주차장까지 걸어오는 순서뿐 아니라, 그곳에서 묵을 숙소를 고르는 우연에도 같이 적용하셨더군요! 알고 보니까 그 트릭은 도미코 누나 살인 유인트릭 때 한번만 쓰인 게 아니라, 그때 처음 숙소를 고를 때에도 두 번째로 쓰였는데 안타깝게도 그땐 우리가 그걸 몰랐을 뿐이었죠."
  "무슨 뜻이야?"
  "이런 뜻이죠. 문경위님. 대략 간추려보면... 가만, 말로 하는 것보다는... 야. 원희, 네가 써둔 걸 보여드려!"
  
  김전일이 뒤를 돌아보면서 외친다.

  "알았어! 자, 전부들 이걸 주목해주세요."

  이번엔 이원희가 나서면서, 자신이 미리 써둔 빨간 사인펜의 메모를 모두에게 보여주면서 김전일의 부연 설명을 거든다.
  원희는 첫날 펜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제일 중요한 목표물인 이형준 씨를 특정한 오두막으로 우연을 가장한 수법에 대해 간추려준다.
  목표물이었던 이형준 의장, 죽은 피해자의 버릇과 평소 환경이란 키워드를 종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1) 이형준씨는 원래 고생 모르고 부자로 산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걷길 싫어하며 다리고생을 매우 싫어한다. 펜션에 처음 도착한 그 날도 하루종일 하도 피곤하여 빨리 쉬고 싶어하는 상황이었다.
  2) 좋은 환경에서만 산 사람이 역시 흔히 그렇듯, 시끄러운 것도 매우 싫어한다. 귀도 밝고, 조용한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밤에도 지칠 줄 모르고 샘샘 하고 울어대는 말매미 소리를 좋아할 리 없다. 따라서, 말매미 소리가 심한 숲 속이나 나무 가까운 숙소는 일부러 피할 것이다.
  3) 그는 미신을 좋아하여 죽음과 악마의 숫자인 4나 6은 싫어하고, 생명과 행운의 넘버인 3과 7, 8이란 세 개의 숫자를 아주 좋아한다.
  4) 펜션에 들 당시, 도수 높은 오래된 뱀술까지 많이 마셔 정신이 멍하고 다리가 후들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들어오는 입구에서 멀리 있는 펜션은 무의식 중으로 피할 상태다.
  5) 그러나 펜션 입구에 가까운 곳의 조용한 한 곳인 8번 숙소는 가이드인 박민수 자기가 미리 차지하고 짐을 풀어버렸다.


  "이 5박자를 모두 종합해보면...? 과연 어떨까요? 여러분!"

  이원희가 관계자들에게 되묻자,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는 듯 이처럼 외친다.

  "앗! 맞아! 그렇다면 처음 이 펜션 입구에서 들어설 때, 이형준씨 자유의지로 묵을 펜션은 불과 고작 몇 군데로 줄어들어!"
  "그래. 상황이 이렇다면 모든 조건이 맞는 건, 8번은 박민수가 이미 차지해버렸고,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3호 펜션을 빼고 제일 조용한 한적한 곳에 있는, 거기에다 드나들 때 다리고생을 줄일 수 있는 입구에서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7호 펜션밖에 없어! 바로 박민수의 8번 오두막에서 왼쪽 옆인 7호 펜션!"

  그제야, 사람들은 첨부터 이 펜션을 숙소로 정한 것도 계획적인 것임을 깨달았다.
  펜션 오두막들이 그렇게 위치되어 있는 이 곳을 숙소로 잡아놔야, 피해자가 우연을 가장해 바로 자신의 옆 오두막에 들어, 살해 당시에 이형준을 쉽게 납치하고 살해한 후 바로 뒤에 흐르는 강에 버릴 수 있다는 배경을 위해서 일부러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당신은 이번 범죄를 위해 미리 이 펜션에 와서 사전조사를 했겠죠? 모든 조건을 종합해 이형준씨가 묵을 펜션 오두막이 이 곳에는 단 한 군데뿐이란 것을... 아마 굳이 이처럼 교통도 불편한 한라산 중턱의 펜션을 숙소로 잡은 것도 거기에 원인이 있을걸?"
  "그럼 이 숙소를 여기로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라..."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김전일은 바로 그것이라는 듯 해명해준다.

  "조건이 이렇게 까다로운 상황의 숙소, 즉 다시 말해... 첫째, 살인을 저지르기 쉽게끔 불특정다수의 이목이 적은 폐쇄장소, 둘째, 두 번째 피해자가 될 도미코 누나를 유인할 그럴듯한 조건인 왕릉을 안에 두고 있는 장소, 그리고 세 째, 무엇보다도 궁극적인 최종 목적 사냥감인 이형준씨를 죽이려는 특정 숙소조건을 갖춘 장소, 가장 큰 목적인 이번 사건의 핵심트릭... 곧 매미울음소리 같은 {청각적 착각트릭}을 사용할 수 있는 무대가 될만한 안성마춤인 장소...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장소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어요? 그래서 용케 골라낸 게 이 숙소였죠."
  "으음..."

  문호우 경위도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는 듯 뜻모를 비명을 흘렸는데...? 그런 사람들을 앞에 두고 김전일은 하나씩 전모를 밝혀댄다.

  "그때, 당신이 이 숙소에 처음 우리 일행들이 들어설 때, 거짓 공정감... 곧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숙소 자유롭기 고르기}란 단서를 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원래 묵을 숙소 자체도 가이드인 자신이 임의로 골랐는데, 나중에 이형준 의장님 살인장소가 될 숙소 안에서 자는 오두막 펜션까지 가이드가 맘대로 정했다면 너무 조건이 수상하잖아요? 정말로 자칫 자기에게 혐의가 올지도...
  애초 [장소 착각트릭]이란 것이 이곳에서 벌어진 세 번째인 이형준씨 살인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에, 만약 여기서 장차 두 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가 묵을 장소를 스스로 정한 사람이 젤 먼저 의심받을 건 뻔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살인 무대가 될 오두막 위치만이라도 가이드 아닌 이형준 의장님 본인 자신이 골랐다면, 이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죠."
  "그렇군. 그래서 그때만큼은 피해자가 묵을 장소를 자유롭게 고르게끔 했던 거구나. 기실은 피해자는 전혀 자유롭지 않게 미리 범인이 정해둔 숙소로 들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도 전혀 그걸 모르고서... 그래서 네가 조금 전에 [마술사의 카드]에 비유한 거구나."

  문호우 경위가 이제사 모든 진상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경위를 바라보면서, 김전일은 진범 파수꾼, 박민수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날린다.

  "파수꾼 박민수 형, 당신은 바로 여기서도 도미코 누날 살해할 때 썼던 일종의 [심리공백 보완효과]를 사용했던 거죠. 도미코에게 욕심이란 심리공백을 이용했다면, 이형준 의장님껜 편리와 미신이란 심리공백(?)을 사용한 것이죠.
  즉, 당신은 마지막 피해자가 될 이형준씨에게 스스로 숙소를 고르게 하여 자신이 미리 고른 살인무대를 우연을 가장하여 들어가게 함으로써, 일종의 '거짓 공정감' 을 유도했던 거죠....
  그리고, 그 이형준 씨를 죽이기 전에 먼저 도미코 누날 죽일 속셈으로 일단 그때 맨 마지막 차례로 집합장소로 올 사람인 이형준씨에게 혐의가 돌아가게끔 유도했고요. 일전에 내가 이것과 아주 비슷한 수법의 살인사건인 아마쿠사 보물 사건을 겪은 적이 있다는 걸 미리 지옥의 광대 요이치에게 전해듣고서, 그때와 비슷한 트릭을 쓴 양 진실을 誤導하기 위해서...."
  "으..."
  "이제 도망갈 곳은 없어요. 이 트릭... [거짓 공정감을 이용한 알리바이 조작의 숙소배정 수법]은 애초 가이드인 당신 말고서는 전혀 가능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더욱이, 아까 보여준 문제의 증거물인 금괴에서도 당신의 지문이 검출됐어요. 물증은 확실하다고요."
  "..."
  "난 겨우 이 세 번째 트릭의 수법을 푸는 순간, 그제야 당신만이 범인이 될 수 있다는 절대명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죠! 솔직히, 남자 밝히는 도미코 누나 끌어들이는 트릭은 당신 말고도 저 정명석 비서님도 쓸 수 있었겠죠. 오히려 저는 그땐 저 분을 당신보다 더 의심했어요. 죽은 첫 번째 피해자 이동복 국회의원님 비서실장이니까, 그 분과 동생과도 이해관계가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이 알리바이 트릭수법을 깨닫는 순간, 그 분은 전혀 혐의가 없고 오직 당신만이 범인이 된다는 확실한 단서가 남더군요!
  자아, 이젠 더 이상은 발뺌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의 죄는 만 천하에 드러났어요. 이실직고하시죠. 박민수 형, 아니 [파수꾼]!"

  이렇게 해서, 일단 두 탐정의 모든 상황 설명은 다 끝났다.


  목록보기

번호 제 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2806 시나리오 : 남  2   문영 2016·04·10 281
2805 [무협] 벽장 안의 검객     초보시인 2010·11·30 1318
2804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에필로그 4) - 그 뒷 이야기     이일우 2009·01·28 1648
2803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에필로그 3) - 보물을 잃고 허탈해하는 두 사람     이일우 2009·01·28 1467
2802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에필로그 2) - 바닷속으로 사라진 황제의 보물     이일우 2009·01·28 1632
2801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에필로그 1) - 찾아낸 황제의 보물     이일우 2009·01·19 1587
2800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7(파수꾼, 박민수의 자백과 범행동기)     이일우 2009·01·19 1481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6(거짓공정감, 말매미소리 트릭)     이일우 2009·01·19 1453
2798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5(세번째 살인트릭, 김전일이 푼 수수께끼)     이일우 2009·01·19 1544
2797 [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4(도미코 유인트릭, 황금덩이의 용도)     이일우 2009·01·11 1406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3][4][5][6][7][8][9][10]..[281]   [다음 10개]

   
 
스토리 문학관 | 운영진 소개 | 이용안내 | 사이트맵
사업상담:storynim@naver.com / 이용문의:storynim@naver.com
Copyright 2004 storye.net All rights reserved. | Since 2000.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