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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고종황제의 보물 - 진상4(도미코 유인트릭, 황금덩이의 용도)
이일우01-11 05:56 | HIT : 1,406
  "솔직히... 첫 번째 살인트릭인 [이동복 국회의원님 밀실트릭]은 제가 김전일보다 먼저 풀었지만, 이 방법은 누구나 가능한 수법이어서 저로서는 전혀 범인이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죠! 하지만, 김전일이 이 [도미코 언니 살인 알리바이 조작트릭]을 깨닫는 순간... 그때야 범인이 누군지 알겠더군요! 이 트릭이 가능한 사람, 거기에다 굳이 이 트릭을 써야만 할 처지의 사람은 남자 중에서도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죠! 바로 박민수 오빠, 당신뿐이에요. 이 트릭을 푸는 순간, 당신이 범인이란 사실이 금방 밝혀지더군요! 자. 그럼 그 속임수를 알아봅시다."
  "네가 이번엔 그 속임수에 대해 말한다고? 좋아. 그럼 밝혀보게. 대체 어떻게 범인은 두 번째 피해자 도미코를 앞장서가는 사람들을 모두 제치고 달려가서 살해했지?"

  문호우 경위가 묻자, 이원희는 간단하다는 듯 조금 전에 김전일이 해명해준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 방법을 깨닫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란 격언을 강조하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이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저도 김전일도... 이 방법만은 최후까지 아리송했죠. 일전의 아마쿠사 보물사건처럼 샛길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다지 깊은 샛길도 아니고 자료가 사전에 불에 들어간 적도 없고 해서... 하지만 의외로 깨닫고 보니, 그런 고단위의 심리트릭 말고도... 잘 생각해보니까 방법이 비슷하면서도 아주 간단한 심리트릭 수법이 있더군요. 그 외길에서 우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범인이 모두 제치는 방법!"
  "그게 무슨 방법인데?"

  문 경위가 옆에서 묻자, 원희는 한가지로 단정하면서 이처럼 잘라서 밝힌다.

  "안타깝게도, 그때 한참 앞서가던 도미코 언닐 추월하여 그녀를 죽이는 방법,,, 그건 조작도 체력도 별로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 죽은 사람의 특별한(?!) 심리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법에 불과했으니까요."
  "뭐어? 그런 방법이 뭐지?"

  사람들은 원희의 결론에 놀라, 그녀의 추론에 주목했는데? 그것은 뭐였을까?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결론은 너무나 간단명료하면서도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자신이 도미코 언니를 따라가는 방법이 아니라, 무슨 결정적인 미끼(?)를 내세워 도미코 언니가 중간에 몰래 숨어서 중간에 끼어 있는 일행인 우릴 지나가게 해두고, 자신을 죽일 범인인 박민수 오빠를 일부러 기다리게 만드는 방법이죠!"
  "!"

  문 경위를 비롯한 관계자 및 일행들은, 그 단정을 듣고서는 낯빛이 파랗게 변한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우린 그 날 아침... 실제로 우리 뜻대로 맘대로 오두막을 나와 무작위로 주차장까지 걸어왔다고 착각했죠? 그런데, 사실인즉 알고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것 역시 범인이 짜놓은 순서대로 자기도 모르게끔 우리 일행이 의도적으로 걸어온 건데, 우리가 스스로 제 맘대로 정했다고 착각했을 뿐이죠."
  "뭐? 뭐야?"
  "이 문제의 살인범행조작을 위해서는 도나기 - 도미코(피해자) - 미즈호 - 그 다음 사람들은 순서가 필요 없이 아무렇게나 - 파수꾼인 박민수 자기자신 - 의장인 이형준,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서를 이렇게 짤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 박민수 오빤 그 거짓 공정감을 유도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런 순서대로 오도록 하는데 성공했고요!"
  "!"

  그 소리를 듣고, 박민수의 얼굴이 정곡을 찔린 듯 새파랗게 질린다. 그녀는 제대로 짚었구나 생각하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문호우 경위님은 아마 우리(즉 자신과 김전일)가 지나갈 상황에서 도미코 언니가 누군가(아마도 미즈호나 도나기 두 사람 중 하나에 의해)에 의하여 죽어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사실은 그게 바로 이 문제의 심리트릭 핵심(?)이었어요..."
  "!"

  사람들은 그 지적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상기된다. 특히 범인으로 지목된 박민수의 얼굴이 극히 한순간이지만 무슨 쥐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걸 확인한 원희는 설명을 계속 이으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하였다.

  "실은, 우리가 그때 왕릉 앞을 지나가는 그 순간까지... 도미코 언니는 죽지 않고 아직 분명히 살아 있었던 거예요!"
  "뭐? 그때... 아직 도미코가 살아 있었다고?"
  "네. 아마도 진짜 도미코 언니가 죽은 시점은. 저 박민수 오빠가 왕릉을 지나갈 때였겠죠. 저하고 김전일이 그 앞을 지나간지 한 10여 분 후쯤... 틀림없이 그때가 죽은 시점일 거예요."
  "그럴 리가?"
  "틀림없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왜 그 사건 당시에, 제 코를 믿지 못했는가 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한이 되는군요. 제 코는 매우 민감해서, 이형준 의장님이 올 때 맡을 정도의 피냄새를 못 맡을 리가 없거든요... 잘 생각해보니, 저와 김전일 등이 그 왕릉 앞을 지나갈 땐 분명 피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어요. 그치? 김전일?"
  
  옆에 선 김전일에게 주의를 돌리면서, 이원희가 묻자 김전일이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답한다.

  "맞아. 그때 죽은 이형준 의장님이 그랬어. 피냄새, 즉 쇠냄새 비슷한 비린내가 났다고... 그러니까 이형준 의장님이 지나갈 시점엔 도미코 누나가 죽어 있었을 거야!"
  "바로 그거야. 나하고 김전일이 지나갈 시점엔 그러나 그런 냄새가 전혀 안 났었어! 내 코는 절대로 못 속여. 그러니까 우리하고 이형준 의장님 사이의 누군가가 범인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우리가 추리한 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인물은 바로 박민수 오빠, 당신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원희가 박민수를 주목하면서 그렇게 단정하자, 박민수는 그러나 아직 그래도 결정적인 단서는 안된다고 믿었는지 그 알리바이 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진다.

  "좋다. 그럼 내가 범인이라 치자. 그렇담 도미코 살해 당일... 내가 어떻게 앞서가는 너까지 포함해서 도미코와 나 사이에 있던 10명을 제치고 나가서 그 앞에 있는 도미코 양을 죽였단 말이냐? 너 설마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되어서 축지법을 써 도미코를 따라갔다고 억지를 부리려는 건 아닐 테지?"
  "물론 그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면? 아항! 너 일전에 김전일이가 이거하고 아주 비슷한 사건 겪었다는 그 아마쿠사 보물 사건 갖고 장난하려는 거로구나!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이번엔 지도 자료가 불에 들어간 적도 없잖아? 그리고 이번엔 갈림길도 전혀 없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도미코를 유인했다는 거지?"

  아직도 박민수는 자신이 지어낸 트릭에 자신이 있다는 듯 당당한 듯이 밝히면서 범행을 부인하였는데... 그러나, 그 후에 돌아온 원희의 대답은 칼날 같았다.

  "멀리 돌게 할 필요도... 그리고 당신이 쫓아갈 필요도 없었어요."
  "뭐?"
  "그 언니가 스스로 우릴 피하면서 어딘가 숨어 있게 하면 끝나니까..."
  "!"
  "바로 피해자가 될 도미코 언니가 스스로 중간에 어딘가에서 숨어(?) 뒤에 따라오게 되는 범인을 기다리게 하면 문제는 간단하죠!"
  "뭐? 뭣?"

  문호우 경위 뿐 아니라, 거기 있던 일행들은 모두 놀랐다. 경천동지할 정도로...

  순간, 박민수의 말문이 탁 막히고 말았다. 바로 그의 옆에서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김전일은 정곡을 제대로 짚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원희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대답한다.

  "바로 그거예요. 범인 박민수 오빠 자신이 도미코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도미코 언니 자신이 중간에서 가다 말고 어딘가 숨어서 나하고 김전일을 포함한 뒤에 따라오는 자들을 지나치게 한 후, 범인인 이 분을 기다리게 하는 방법이죠!"
  "?!"

  그 아리송한 결론을 듣고, 일행들은 모두들 깜짝 놀라는데...?

  "알고 보니까 이번 트릭은 매우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단지, 그 쉬운 트릭에다 2중 3중의 복선을 깔아서 우리가 여태 그걸 잘 깨닫지를 못했을 뿐이었죠!"
  "그게 무슨 방법이냐니까?"

  문경위가 채근한다. 이원희는 차근차근 밝힌다. 그 교묘한 수법에 대해...

  "도미코 언닐 뒤에 출발한 사람들보다 뒤처지게 만드는 방법! 그야 간단하죠. 그 언니가 스스로 뒤처져 어딘가 숨어서, 의장인 이형준씨 바로 앞으로 맨 나중쯤에 오는 박민수씨 자신과 만나게 하면 되죠. 그 언니 특유의 더러운 욕심(?!)을 자극하여!"
  "뭐? 욕심이라고?"
  "네. 이번 트릭의 키워드(?)가 바로 그겁니다."
  "도미코가 뒤처지게 한다고? 그럼 그때 도미코가 중간에서 뒤에 걸어오던 우리하고 만났어야 하잖아?"
  "아뇨. 그때 사실 도미코 언니는 오는 도중에 우리를 만났어요. 우리가 중간에 자신과 못 만나게끔 몰래 일부러 어딘가 몸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죠. 아마 우리가 오다가 만난 그 거대한 왕릉 비석이나 무덤 뒤에 숨어 있었을 거예요. 아마 거기 숨어서 우리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 하지만 도미코가 왜 길가는 과정에서 우릴 일부러 피해 숨어? 뭣 때문에? 우리가 무슨 빚쟁이도 아닌데?"
  "빚쟁이? 거참 적절한 표현이시네요. 근데, 어쩌죠? 하지만 그 순간만은 우리가 정말 빚쟁이였거든요."
  "?!"

  사람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그 이유를 알려준다.

"그때 그 언니는 우리 참가자들을 빚쟁이보다 훨씬 더 무서워할 이유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 언닌 바로 막 보물을 찾으러 갈 작정이었으니까... 우리가 찾고 있던 황제의 보물을!"
  "뭐? 뭣?"

  사람들은 그 단정을 듣고, 한동안 깜짝 놀랐는데...

  "보물이라고?"
  "네. 생각해보세요. 만약 그 언니가 보물을 우리 몰래(?) 찾으러 간다면 얘긴 다르죠! 일부러 우릴 안 만나러 하는 게 당연하죠. 보물을 찾아 혼자 독차지하고 싶다면..."
  "독차지라고?"

  그 놀라운 단서를 듣고, 사람들은 적잖이 놀란다. 원희는 그런 그들을 쳐다보면서 시체 발견장소를 상기시킨다.

  "네. 잘 생각해보세요. 시체가 발견된 현장은 바로 왕릉이었어요. 왕가의 보물이 묻혀있기 딱 알맞은 곳이죠. 바로 거기에서 죽어 있었다는 게 포인트죠. 범인은 이 점을 이용해 도미코 언닐 유인한 거예요. 욕심이란 미끼를 내세운 죽음의 덫으로 말이죠."
  "말이 돼? 어떻게 범인이 그녀를 죽을 장소로 유인했단 말야?"
  "그럴 수 있었어요. 아주 간단한 심리트릭으로... 바로 이렇게 말이죠."

  원희는 거의 틀림없다는 듯, 어떤 [가설]을 내세우면서 이런 시나리오를 상정한다.

  "가령. 범인은 몰래 사건 전날에 도미코를 단둘이 만나서는... 이렇게 말하죠..."

  원희는 이처럼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제 나름대로 상정하여 들려주는데...



  "도미코 씨, 실은 말야. 내가 우연히 보물이 있는 데를 알아냈거든."

  이런 단서를 범인은 흘립니다. 그럼 그 돈에 쪼들리고 있던 욕심 많은 언니가 그 말에 귀가 안 솔깃하겠어요?

  "어머, 정말요? 어딘데요?"

  당장에 귀가 번쩍해서 이렇게 물었겠죠.

  "이 지도 중간에 있는 왕릉 근처 어딘가야. 원래 이 보물이 왕족들이 묻은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거기 묻혀 있거나 중요한 힌트가 거기 있을 거라구.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집합장소로 가면서 거기로 나와. 우선 우리 단 둘이서만 한번 살펴보자."
  "왜 내일 아침에? 지금 당장 가보죠. 그리고 왜 우리 둘이만? 만약 있다면 그 엄청난 보물을 우리 둘만으론 옮기는 것도 장난 아닐텐데?"

  이렇게 물어봤을지도 모르죠. 그럼 그럴 듯한 핑계로...

  "아이고, 갑갑하긴! 지금 나가면 밤중이라 찾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못 가."
  "하긴 그런가요?"
  "그리고 또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어! 만약 이 밤에 모두 현장에 나가 거기서 보물이 나와 봐. 나나 당신은 정식 참가자가 아닌 단순한 관계자(박민수 자신은 가이드, 도미코는 취재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물 찾아내면 분배 몫도 얼마 안 돼.
  더구나, 참가자 일행들이 몇 명인데 저희에겐 나눠달라고 막 애걸복걸하며 징징거리지 않을 것 같아? 그럼 보물 찾아도 걔네들 얼마간씩 나눠주면 우리 몫이 현저히 줄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만 몰래 찾아서 나눠갖잔 말야. 그 비싼 보물을 모두하고 나누고 싶어?"
  "아 참,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우린 참가자가 아니라서 애초 약정서에도 많이 가질 권한도 없고... 게다가 괜히 알리면 우리 몫이 주니까... 설혹 똑같이 나눈다 해도 아닌게아니라 일행이 몇 명인데, 그 사람들 나눠주면 차지할 보물도 얼마 안되겠죠. 그건 그렇네요."
  "아니, 잘 생각해보니까 분배 몫이 얼마 안되는 건 그만 두고... 어쩌면 우린 보물을 가질 자격이 있는 참가자 신분이 아닌 주변인이니까, 설혹 우리가 찾았어도 재수 없으면 왕실 측에서 입 싹 씻고 보물은 아예 한푼도 안 돌아올지도 몰라. 애초 계약을 그렇게 했잖아? 당신은 기자이고, 나는 가이드에 불과하니까..."
  "그건 그렇군요."
  "알았지? 그러니까 내일 정해진 시각에 일찍 왕릉으로 나와. 혹시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되니까 중간에 다른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게끔 그 묘지의 비석 뒤편에 들어가 숨어 있어. 그럼 내가 거기 가서 만나 둘이 함께 조사해보자고... 일단 정말 보물이 거기 묻혀있는 것 같으면 거기다 일단 놔뒀다가 나중에 우리 둘만 찾아와 몰래 파 가면 돼."



  이원희는 바로 여기까지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해 대화체로 이야기하고서는 단정한다.

  "아마도 대강 대화는 이랬을 겁니다. 이러면, 돈과 멋진 남자에 걸신들린 도미코 언니가 싫다고 할까요? 당장 좋다고 할 것이고, 그럼 박민수 씨는 정해진 시각에 거기로 몰래 찾아가 그녀를 죽이기만 하면 되죠. 도미코 언닐 죽인 후에, 다음에 죽일 목표물인 전날 훔쳐둔 이형준씨의 피켈로... 그래서 의심을 사게끔 그가 제일 나중에 오게끔 술과 마약까지 먹여 늦게 일어나게끔 조작한 거구요."
  "으음... 과연. 그럼 욕심 많은 도미코가 속겠군. 참가자 신분이 아닌 사람들... 자신은 취재진이고 박민수는 가이드니까, 만약 보물을 찾아봐야 한 푼 안 돌아올지도 모르고, 재수 좋아야 극소량의 사례금만 받게 되니까..."
  "네."

  거기까지 설명한 원희는, 이번엔 도미코를 죽인 살인흉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러분, 여기서 도미코 언닐 왜 이형준 의장님의 피켈로 죽였다고 생각하세요?"
  "으응, 글쎄??"
  "그야 물론 주인인 이형준 의장님께 혐의가 가게 하려고 그런 거라고 했잖아?"
  "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건 제가 아닌 김전일이 생각한 건데, 목적이 굳이 그것만이 아니었어요. 다른 이유가 더 있었죠. 만약 도미코 언니 살인이 제대로 안됐을 때 갖다 붙이려는 트릭을 위해서..."
  "뭐어?"

  사람들은 깜짝 놀랐는데...?

  그러나, 바로 그때... 변명할 핑계를 찾고 있던 박민수는 그새 도망갈 여지를 하나 찾았는지 이런 문제점을 따지며 파고 든다.

  "하지만, 원희, 그 문제엔 어폐가 있지 않나? 자신이 맨 마지막이라면 모를까? 아직 이형준 의장이 오질 않았는데, 만약 도미코를 죽이다가 그가 의외로 빨리 걸어와 타이밍 더럽게 그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어쩌지? 그럼 빼도 박도 못하고 현장에서 잡힐텐데? 내가 범인이라 쳐도, 그렇게 멍청하게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어리석은 트릭을 쓸 것 같아?"
  "흠. 분명히 그도 그렇군..."

  문호우 경위도, 그 핑계에 납득이 간다는 듯 약간은 수긍하는 듯한 대답을 하는데...?

  "네. 그렇겠죠. 아니나다를까. 내 그 말을 기다렸어요. 박민수 오빠, 내 그 트릭에 대해서도 알려드리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황을 볼 때 그런 염려는 거의 없고, 또한 재수 없게 그런다 해도 때울 수 있는 [보험적 갖다붙이기 트릭]이 여벌로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맞죠?"
  "?!"

  그 원희의 단정에, 한순간 박민수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뭔가 정곡을 찔려, 아주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 그를 쳐다보면서, 원희는 이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형준 의장님이 목적지로 가다가 우연히 빨리 걷는 바람에 살인모습과 현장을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죠! 그럴 가능성이 적긴 해도 분명 있겠죠. 바로 이 트릭을 알아낸 김전일이, 그래서 [보험]이란 키워드를 통해 나에게 미리 알려주었죠!
  말하자면, 도미코 언니를 죽이고 마지막으로 올 사람을 이형준 의장님으로 정한 것도 거기에 대비한 보험이었던 거예요... 맞죠?"
  "?!"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의장님께 당신이 전날 밤에 술과 수면제를 먹여놨었죠? 이튿날 아침에 컨디션이 나빠지게 하여 그 분의 발걸음이 뒤처지게 하려고...
  또한 그 분의 피켈을 훔쳐 범행을 저지른 것도, 단순히 의심을 사게 하려는 의도보다는 그 분이 피켈 없이 느리게 걷게 만들어 그 동안에 도미코 언니 살인시간을 벌자는 목적이 더 컸겠죠?"
  "!"

  그 결론에 정곡을 찔린 듯, 박민수의 얼굴이 한순간 석고상처럼 굳었다. 아뿔싸! 이 어린애들이 어느 새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었나?

  "그러니까 이런 조작을 해둔 이상, 뒤에 쫓아올 유일한 참가자인 죽은 이형준 의장님에게 들킬 염려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봤던 거지요."
  "그래도 이형준씨에게 들킬 염려가 아주 없다고 볼 순 없잖아? 예상외로 살인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거나, 아니면 도미코가 죽이려다가 실패하여 도망친다거나 해서..."

  문경위가 그 문제를 들고 추궁하자, 원희는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해명을 하였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만약 재수가 없어 그렇게 되면, 아마 저 박민수 오빤 이번엔 이형준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살해할 작정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령 만에 하나... 정말 재수 없게도 죽은 의장인 이형준씨가 도미코가 자신에게 죽어있는 걸 발견하고 우리에게 헐레벌떡 달려와 [도미코가 죽었어요] 증언하면, 박민수는 [거짓말이야. 저 사람이 죽였어. 그리곤 우리에게 달려와 죽어 있다고 하는 거야]라고 몰아붙여 그 분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작정이었겠지요. 이형준 의장님이 맨 나중에 오도록 시간을 조작한 것과 흉기가 이형준씨의 피켈이었던 이유도 또 다른 이유는 그 때문이죠."
  "!"
  "그리곤, 이형준씨를 일단 검거하게 해놓고선 공범인 지옥의 광대에게 연락해 그를 감옥이나 구치소에서 {범인으로 자백하는 가짜 상황증거나 유언장를 만들어놓고 자살한 것처럼 꾸며 살해해주시오]라는 요청을 하겠지요. 다카토의 지혜를 빌면,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고 믿었을 테니까..."
  "으음... 과연!"
  "등산용 지팡이인 피켈을 살인흉기로 쓴 이유도 실제론 거기에 더 큰 이유가 있을 걸요? 주인인 이형준씨를 술과 약을 먹인 것만으론 부족해서 피켈도 훔쳐둬야, 그게 없으면 아무래도 50대 후반이란 나이가 있어서 주차장까지 가는 오르막 험한 길을 걸을 때 힘이 드니까 그걸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고, 결국 그러다가 지각할 것이란 예상을 다 하고서...
  목적 중 하나는 물론 이형준 의장님께 혐의가 돌아가게 하기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없으면 이 비포장길이자 오르막길인 불편한 길을 걷기 힘드니까, 등산용 지팡이인 피켈을 찾다가 시간을 늦게 하게 해서 맨 꼴찌로 도착하게 하여서는 역시 김전일이 겪은 아마쿠사 사건을 응용해 혐의를 그에게 돌리려고..."
  "저런... 그런 끔찍한 짓을... 아주 계획적이었구나. 흉기인 피켈조차 단순한 목적이 아니었구나."
  "또한, 그것 뿐 아니에요. 굳이 이형준씨의 피켈을 훔쳐 그것을 살인흉기로 쓴 또 다른 배경은, [만약 이 트릭이 계획이 차질이 생겨 크게 잘못되면 바로 자기 뒤에 오게 될 유일한 목격자가 될지 모를 이형준의 입막음]을 위해서도 필요했기 때문이죠!"
  "뭐? 그건 무슨 소리야?"

  문경위와 유사토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캐묻는다. 원희는 차근차근 밝히는데...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 조금 전에 지적한 문제도 있긴 하지만, 만약 이형준 씨 바로 앞에 있는 범인인 저 박민수 오빠가 살인현장에서 도미코 언닐 죽일 때도 이번 경우처럼 100% 잘 성공할 거라 확신할 순 없지요?"
  "뭐? 도대체 무슨 소린지?"

  문경위를 위시한 사람들이 무슨 뜻이냐는 듯 아리송하게 묻자, 원희는 간단하게 이런 가정을 해준다.

  "무슨 소리냐면... 가령 이런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번 사건에서는 일이 잘되어 그녀를 단 두 방으로 정확히 피켈로 찍어 죽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살인사건 당시, 운이 나쁘다면...? 가령, 여자치곤 매우 힘이 센 그녀가 막 대항하거나, 혹은 한방에 치명상을 입지 않고 살짝 피해 약한 부상만 입은 채 막 도망이라도 가면서 [나 좀 살려줘요] 하고 크게 비명이라도 지르면 곤란하지요?"
  "?!"
  "그 언니, 여자라도 힘은 꽤 세요. 그 무거운 취재장비들을 혼자서 번쩍 들고 메고 가는 걸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죠? 아무리 여자라도 그렇게 쉽게 죽인다는 보장은 없어요. 기습에 실패하면, 거의 100% 완전하게 막 저항할 것이고 그럼 그녀를 놓칠 수도 있을 걸요?"
  "음?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는걸?"
  
  사람들은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 언니가 어느 방향으로 도망칠까요? 거기 왕릉 현장서 오르막길이라 도망가기 힘든 주차장 쪽일까요? 내리막길이라 도망가기 쉬운 펜션 쪽일까요?"
  "그야 펜션 쪽이겠지..."
  "그렇죠! 바로 조금 후, 그 피켈의 주인인 이형준씨가 걸어올 길 방향이라 그거죠."

  갑작스런 원희의 알다 모를 듯한 질문에, 잠깐 생각해보던 문호우 경위는 알았다는 듯 손을 딱 치면서 단정한다.

  "아! 알겠다. 그렇구나.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도미코가 위로 도망가건, 아래로 도망가건 쫓아가 두 사람을 동시에 같은 현장에서 죽이거나 그 죄를 이형준 의장에게 뒤집어씌우는 차선의 시나리오도 함께 생각해뒀단 거구나."
  "네. 바로 그거예요. 만약 도미코 언닐 현장에서 바로 죽이는데 실패한다면... 그 언니는 당연히 도망칠 테고, 그럼 쫓아가서 죽여야 할 필요가 생기죠.
  만약 우리가 있는 주차장이 있던 위쪽으로 도망가도, 제가 앞에서 말한 [이형준 저 사람이 죽였어]라고 뒤집어 씌울 수가 있고, 아래 이형준 씨가 오는 방향으로 도망치면? 이럴 수가 있죠.
  그럼 쫓아가서 피켈로 도미코를 죽이고 난 후, 그녀의 비명을 듣고 멀리서 쫓아오거나 바로 뒤따라올 이형준씨를 연이어 현장에서 죽이고는 피켈 주인인 그의 손에 피켈을 쥐어준 뒤, 나중에 발각된 후엔 이런 핑계를 댈 수가 있죠.
  사건현장인 왕릉은, 집합장소와는 1킬로 가까운 먼 거리가 있고 언덕빼기가 가리고 있으니까 그 언덕빼기가 소리를 흡수해버리므로 집합장소까지는 피해자들이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닿질 않을 테니 충분히 이 갖다붙이기 식 트릭이 가능하겠죠.
  바로, [이형준씨가 피켈로 도미코를 죽이고 나서,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나도 피켈을 휘둘러 죽이려 하기에 별 수 없이 그를 죽였습니다]라고 정당방위로 갖다 붙일 수가 있겠죠... 아마 이럴 경우, 그 자리에서 이형준씨는 피켈이 아닌 다른 흉기로 죽여야겠지만요. 예를 들면 저 박민수 오빠가 갖고 다니던 등산용 칼 같은 거라고 봐야겠지만..."
  "..."
  "이미 3번째 피해자가 될 이형준 의장은 벌써 첫 번째 살인사건인 이동복 의원님 살인사건과도 충분한 살해동기가 있으니까, 누가 봐도 그 자가 범인이라고 믿게 될 테니까 적어도 직접적 혈연관계나 동기가 없는 자신에게 혐의가 올 염려는 절대 없죠.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으음..."

  사람들은 원희의 마치 옆에서 본 듯한 단정을 듣고 얼굴근육이 한동안 경색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상대로 이형준씨는 바로 왕릉의 커다란 비석 뒤에 놓여 있던 도미코의 시체는 끝내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고, 그 때문에 이런 차선책은 시행되지 않은 채 두 번째 사건은 끝나게 된 거죠."

  원희의 설명이 대강 끝나자, 문호우 경위가 이제 모든 걸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으음... 그랬군. 이제 보니, 저 박민수가 그런 차선책도 함께 강구했던 거구나! 그래서 김전일이 그런 차선책을 가리켜 [보험]이라고 한 것이고... 이번 최선책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서... 참 지능적이구나. 어차피 이형준씨는 다음에 죽일 표적이니까 어떻게든 방법과 죽는 시간은 상관없다 그거지... 완전범죄의 상황증거를 만들기 위해, 원래 작정한 세 번째 알리바이 트릭으로 죽이면 좋겠지만, 그게 안될 경우 도미코와 함께 현장에서 살해해도 별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목표물이니까."
  "그거예요. 이제 아셨나요? 그러나, 둘째 목표물인 도미코가 예상외로 쉽게 처음에 작정한 트릭으로 죽어버렸기 때문에, 김전일이 추리해낸 이 차선책인 [보험전략]은 사용되지 않았고 이형준씨도 원래의 [말매미 소릴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으로서 살해하게 된 거죠..."

  문경위를 비롯한 사람들은,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이 들었다.

  "으음... 듣고 보니..."
  
  일행들은 원희의 추리를 듣고,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엔 김전일이 나서면서, 바로 원희의 그 결론을 듣고 있던 진범 박민수에게 주의를 돌리면서 이처럼 되물어본다.

  "박민수씨... 당신은 그 날, 여기 펜션에 우리가 첨 도착하던 늦은 저녁... 이 곳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도미코 누나의 살인장소가 될 왕릉을 가리키면서 설명해준 적이 있죠? 난 생생히 기억나요."
  "..."
  "그때 당신은, 우리에게 [거 왕릉은 여기 귀양와 있던 대군의 무덤]이라고 설명해줬죠?"
  "..."
  "그게 바로 이 트릭의 [배경 깔기]였어요. 그때, 도미코 누나가 이미 이동복 의원 살인사건이 난 상황... 거기에다가 남자가 혼자서 으슥한 데로 오라고 하면 쉽게 말들을 것 같아요? 아무리 육체관계 가진 사이라도? 더구나 지금 이 인원 중에 살인범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미 증명된 상황에서?"
  "그, 그야..."
  "그렇죠? 그래서 당신은 그때 사냥감이 될 도미코 누날 미리 유혹해낼 심리적 미끼로 그런 소릴 한 거죠. [어쩌면 조선왕조 후예의 무덤인 만큼, 보물이 저기 묻혀있을지 모른다]는 명제를 미리 모든 참가자들에게 무의식중에 명심시켜 주어서, 거기서 자기가 우연히 벌써 보물을 찾아냈다는 심리적 틀을 완성시켜놓은 거죠."
  "으..."
  "재물 및 남자 욕심이 많은 도미코 누날 유혹해낼 갖가지 심리적 배경을 미리 깔기 위해, 당신은 그때 앞서 그런 설명까지 해준 거죠. 이제 보니 그때 당신이 말했던 그런 대단찮은 설명조차 심리적인 배경일 줄은 이제야 알았죠!"
  
  김전일의 설명을 듣고 있던 문호우 경위의 눈에 수긍의 빛이 가득하다. 그런 그를 쳐다보면서, 김전일은 보다 상세하게 그녀의 심리상태에 대해 밝혀준다.

  "도미코 누나는 만약 범인의 말마따나 보물을 찾게 되면, 보물을 아예 차지하지 못하거나 차지한대도 우리 일행들에게 보물을 많이 뺏길까봐 우리 눈을 피해 당연히 숨어 있을 테고, 훨씬 뒤에 따라오는 범인인 형을 기다릴 수밖에 없죠. 그러면 범인은 그녀를 만나 엉터리로 지적한 범행장소로 그녀를 유인해내서... 기회를 봐서는 미리 범행현장 근처에 갖다 숨겨놨던 등산용 피켈을 꺼내어, 그녀 뒤로 가서 정수리를 향해 콱...!"

  피켈로 잔인하게 여자의 머리를 내리찍는 시늉을 내면서, 김전일 자신도 그런 상상을 하기 끔찍하다는 듯 쌍을 있는대로 찌푸린다.
  사람들도 그 상상을 하자, 어쩐지 메슥거린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으..."
  "그런 수법을 썼었군. 정말 잔인하군."

  문호우와 경찰들이 인상을 쓰면서 마지못해 수긍하는데...

  "도미코 누나의 행동을 파악해보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오직 당신만이 이 트릭이 쉽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김전일은 박민수를 쳐다보면서, 이런 단서를 함께 제시해준다.

  "잘 생각해보세요. 이 트릭이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변수가 다소 있어요. 만약 도미코 누나가 함부로 [보물이 있을 것 같다]란 이유만으로 쉽게 안 따라올 가능성도 적잖게 있죠!"
  "..."
  "생각해보면... 아무리 보물 때문이라지만, 그리고 한국보단 몸이 헤픈 우리 일본여자라곤 하지만 아무렴 젊은 여자가 누군가 깊은 숲 속에서 단둘이서 만나자는 걸 쉽게 승낙할 리가 없어요. 특히 그게 남자라면 말이죠... 하지만, 그 남자와 자신인 도미코 누나가 첨부터 그때 이미 [남이 아닌 관계]라면 얘기는 다르겠죠."
  "!"

  그 소릴 듣고, 박민수는 한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만다. 결정적인 증거를 들켰다는 듯이... 그 증언을 듣자, 이번엔 문호우가 나서면서 물어본다.

  "그건 대체 무슨 소린가? 김전일 군. [남이 아닌 관계]라니?"
  "네. 말씀드리죠. 도미코 누나가 왜 범인의 말대로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따랐을까요? 보물 욕심 탓도 있긴 했지만, 저 박민수 씨는 우리 몰래 여행기간 도중 그녀와 사귀고 있었던 거죠. 어쩌면 우리 눈을 피해 이미 육체관계까지 가졌을 겁니다."
  "뭣이? 벌써 몸까지 주고받았단 말야?"
  "네에..."

  김전일이 그렇게 밝히자, 그때 이원희가 이번에 결정타를 날려야겠다는 듯 박민수에게 다가가면서 이런 단서를 캐물었다.
  
  "이제 나이가 꽉 차가면서, 누구건 아무나 멋진 남자 하나 골라 결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도미코 언니... 그런 처지의 언니를 꼬여내는 건 당신같이 잘 생긴 20대 남자로서 뭐 껌이겠죠?"
  "..."

  그런데, 앞선 김전일의 추리가 끝나자 이원희가 끼어들면서 이런 상상을 보탰다.

  "그리고 김전일, 어쩌면... 이건 일단 내 억측인데, 저 박민수 오빤 도미코 언니에게 미리 어디선가 금괴 한 개를 어떻게 구해놓고서는, {이걸 봐. 내가 이미 찾은 거라니까]라고 도미코에게 마치 고종황제의 보물을 찾은 것처럼 보여주면서 위장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작은 금괴 한 개 정도는 몇 천만원이면 사니까, 이런 대규모 범죄를 위해서는 아주 못 마련할 것도 없지 뭐."
  "뭐? 뭐라고?"

  문 경위를 비롯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는데...

  "아니, 억측이라고 할 것도 없죠. 이걸 보세요."

  원희는 그처럼 말하면서, 어젯밤에 찾아낸 뭔가 깊이 감춰뒀던 것을 품속에서 쓱하고 꺼내 모두에게 보여준다.

  "앗?"
  "아, 아니? 이것은?"

  놀랍게도 그것은 비닐봉지에 싼 금괴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한 개의 작은 금괴...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노란 빛 광채에 한동안 넋을 잃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글쎄 박민수 오빠, 바로 이게 당신 펜션 오두막 정문 조금 떨어진 곳에 파묻혀 있더군요. 도미코와 오빠 숙소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요... 김윤중 선생님이 마련했다는 그 금속탐지기를 조금 이용해서 금방 찾았죠!"
  "!..."
  "나는 여러분들보다도 훨씬 먼저 아까 얘기한 김전일의 추리를 들었는데, 들어보니 모든 건 다 맞지만 한가지 조금 엉성한 게 있었어요. 과연 살인자가 여기 인원 중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아무리 육체관계를 가진 사이라도, 만난 지 얼마 안된 사이에 벌써 살인이 난 판에 설마 도미코 언니가 누군가가 부른다고 외진 곳으로 자진해 찾아갈까? 그런 의문감을 가졌었죠. 과연 그럴까요?"
  "음... 하긴 아무리 잘난 이성과 보물로 유인해도 함부로 그러긴 힘들겠지."

  문호우 경위가 알만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말이죠. 만약 이미 [실은 내가 이미 고종황제의 보물을 찾아냈는데, 너무 많아서 일부만 파 갖고 왔다. 이게 그거다]라고 하면서 이 문제의 금괴를 도미코 언니에게 저 오빠가 한번 직접 보여주면 어떨까요? 그런 근사한 미끼를 던지면, 원래부터 물욕이 많은 그 언니가 정말로 안 믿을 수 있을까요?"
  "음... 글쎄?"
  "그러면, 그 언니는 정말로 보물을 찾았다고 믿고 말 거예요. 見物生心이라고... 진짜 실물을 한번 보여주면, 의외로 사람은 냉정한 판단력을 잃기 마련이거든요. 이 황금덩이를 보여주면서, 앞서 말한 김전일 추리대로 [만약 우리가 찾았다고 하면, 우리 몫이 현저히 줄거나 그나마 재수 없으면 정식 참가자가 아닌 우리에게는 아예 한푼도 안 돌아올지 모르니 모르는 척 하고 내일 그 장소로 나와 함께 한번 알아보자]고 하면, 원래가 욕심 많은 그 언니는 절대로 그 사실을 남들에게 밝히지 않고 그 자리에 지정된 시간에 찾아갈 게 당연하죠. 그것이 발견한 보물을 남들에게 뺏기기 싫어 그런 줄 알겠지, 애초 자신을 죽이려는 속셈이라곤 상상도 못할 테니까요."
  "으음..."

  관계자들은 모든 놀랄만한 진실을 전해듣고, 질렸는지 신음 소리 비슷한 감탄사만 연신 흘리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원희가 계속 증언했다.

  "김전일이 [미끼]라는 소리를 듣고 이 [사건 트릭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저는 바로 그 [확실한 미끼(?)라는 것이 단순히 육체관계나 근사한 거짓말만 갖고 될 수 있는 문제일까? 이 서로를 의심하는 판에?] 하는 의문도 함께 일어났어요. 그래서 아니나다를까 박민수 오빠 당신이 묵었던 펜션 근처를 찾았더니, 그 주변 땅속에 이런 귀물이 묻혀 있더군요. 이 금덩어리를 직접 그녀 앞에 꺼내 보여주면서, 욕심 많은 도미코 언니를 당신 자신이 짜놓은 죽음의 덫으로 끌어 들였겠죠? 현재 카드 빚에 몰려 개인파산까지 염려하고 있던 그 언니를 죽음의 길로 꼬여들인 결정적 미끼... 바로 이 금괴였죠!"
  "..."

  박민수는 긍정은 하지 않았으나,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이 소년 소녀의 증언 앞에 질린 나머지...

  "그리고... 또 한가지, 이 트릭엔 중대한 문제점이 있더군요. 그것은 김전일이 겪었던 아마쿠사 사건을 답습하자면 희생양이 될 이형준씨에게 혐의가 일단은 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의 피켈을 훔쳐 범행을 저지른 것만으론 부족해서, 아마쿠사 사건 범인처럼 이형준 의장이 맨 마지막에 당도하도록 의도적으로 출발순서를 짜게 한 거겠죠?"
  "뭐? 뭣?"
  
  사람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단서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펜션에서 나와 걸은 순서도 무작위적인 우연이 아니라, 저 진범인 박민수씨가 짜놓은 대로 걸어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김윤중 씨가 그렇게 묻자, 원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하면서 그 대답에 대해 해명해준다.

  "물론이죠. 이제 보니 그것도 다 짜놓은 대로의 각본대로였어요. 다시 말해..."

  [도미코 - 미즈호 - 김전일 이원희 일행 - 그 뒤에 몇 명(실제 몇 명인지는 상관없고) - 자기자신 - 이형준(맨 마지막)]

  "반드시 순서를 이렇게 가야 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놔야만 자신이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이와 비슷한 트릭인 아마쿠사 보물 사건을 겪은 김전일이 여기 참가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렇다고 맨 마지막에 오는 것도 안 좋아요. 그렇다면 자신은 뒤에서 두 번째 쯤이 제일 적당하겠죠. 그래서 머리를 짜내 자신이 그때 오도록 작전을 꾸민 거예요..."
  "그래. 그럼 도미코 다음에 미즈호, 그리고 너희들이 와야 한다는 이유는 대강 알겠어. 그러나 맨 끝이 이형준씨로 특정 지어진 건 왜지?"

  이번엔 도나기가 나서면서 물어보자, 원희는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그야, 맨 마지막에 의장 격이자 흉기의 주인인 이형준씨가 와야만 자신이 범인이 아니란 단서가 깔리게 되니까지요! 이미 일전에 아주 비슷한 배경의 살인사건인 아마쿠사 보물 사건을 겪은 김전일이 여기 일행 중에 있다는 걸 아니까, 이 범행트릭의 창안자인 요이치는 그걸 깨닫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의 코치대로 그때 쓰였던 착각을 이용해 이번 범행을 눈가림하고, 희생양도 애초 작정했던 피해자 중에서 꾸며낼 작정을 했겠지요.
  그래서, 맨 마지막 희생양이 될 이형준씨를 그때 아마쿠사 사건의 범인 와다처럼 맨 마지막에 오게끔 우연 마냥 스케줄을 짜놓은 거예요! 그 당시의 트릭을 본따 흡사 범인으로 의심 사게 하려고!"

  이원희는 거기까지 해명하고서는, 이번엔 김전일에게 사건 설명의 바톤을 넘겼다.

  "김전일, 여기서부터는 다시 네가 말씀드려! 이형준 의장님이 살해당한 [말매미 음성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은 네가 전적으로 몽땅 추리해낸 거고, 넌 스스로가 겪은 아마쿠사 사건을 잘 아니까 네가 나보다 설명을 더 잘 할 거야."
  "알았어. 그럼. 에헴..."

  이원희로부터 사건청취를 이어받은 김전일은 목청을 가다듬고, 원희가 설명했던 바로 그 다음부터 해명을 개시했다.

  "여러분, 잘 들어주세요. 우린 그때, 도미코 누나가 우리(자신을 포함한 원희와 박민수까지의 다른 사람들)가 지나갈 무렵엔 이미 죽었다고 판단했겠죠. 하지만, 그때... 도미코 누난 아직 살아 있었어요. 아마 왕릉의 비석이나 능침 뒤에 숨어 우리가 다 지나가고 박민수 형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겠죠...
  이 트릭에서는 자신이 맨 나중에 오지 않고, 최소한 다른 한 사람은 맨 나중에 오게 해야만 자신에게 혐의가 올 가능성이 없어지니까...
  그래요. 그 날, 도미코 누나가 죽던 날 아침... 저 가이드인 박민수 형이 했던 증언, 기억나시죠? 그리고 돌아가신 이형준 의장님이 했던 말씀도... [아침에 자신이 의장격인 이형준씨에겐 직접 전화해서 오라고 했다]고 말씀이죠. 그것도 알고 보니까, 저 파수꾼인 박민수씨가 원래 걸어오는 순서를 그렇게 짜기 위해 만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어요...
  저 박민수 형은 그 날, 도미코 누나를 보물인 금괴를 미끼로 현장으로 유인해서 자기가 올 때까지 몰래 비석 뒤에 숨어 기다리고 해놓고서는... 살인현장에 도착하자, 그녀를 왕릉 뒤로 유인해내서는... 미리 훔쳐서 준비해둔 이형준 의장님의 피켈로 그녀를 팍!... 아마도 피가 분수처럼 튀며 난리가 났겠죠."
  "으..."

  여자들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차마 그 끔찍한 광경이 연상하기 싫은 듯 고개를 돌린다.
  원희가 조금 전에 김전일에게 사건청취를 인계한 건, 꼭 위의 이유만이 아니었다. 그 끔찍한 이미지 상상을 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녀도 아무렴 여자니까...

  "다음엔 끔찍하게 죽인 도미코 누나의 시체를 일단 왕릉의 비석 뒤나 능침 뒤에 감춰놓고서는 피켈을 현장에 둔 채 얼른 현장을 벗어나 집합장소에 도착하고,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마지막으로 죽일 희생양인 이형준씨가 도착하기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만약 이형준씨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고 시체를 발견했다고 핸드폰으로 연락이라도 하면, 그땐 아까 원희가 말한 대로 그에게 [거짓말이야. 저 사람이 죽였어. 그리고는 시치미떼는 거야]라고 우기면 그 뿐이겠죠. 사건의 발견자가 바로 범인인 경우도 흔한 예이고, 피켈도 그의 것이니까 의심받을 건 뻔하니까요."
  "..."

  두 번째 살인사건, [도미코 살해 사건시 알리바이 사건의 트릭]도 마침내 다 풀린 셈이었다. 그런 고도 심리트릭의 복선이 깔려 있었구나.
  다시 말해, [목표물인 도미코를 앞질러 가는 게 아니라, 도미코 자신의 돈과 남자 욕심을 자극해 중간에 오는 사람들을 피해 숨어있게 하다가 죽이는 트릭]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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