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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발을 씻으며
김성수09-15 05:23 | HIT : 82
대야에 발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발목까지 차며 녹는다
농부가 삽이며 곡괭이를 씻으며 논둑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는 논배미가
노을의 흥건한 하혈(下血) 뒤에
굴뚝의 연기로 훈김을 하고,
하늘이 통증으로 돌아눕는 시간 속으로
툭툭 흙먼지를 털어내고 황소걸음으로
고샅길을 넘어가는 농부같은 마음으로,
종일 걸음걸음 새기며 분주한
발도장 찍던 부은 발을 씻는다
갈래갈래 가지를 뻗는 만큼
가지마다 신경 하나 붙여두어야 하는
가분수의 생활, 하중(荷重)을 받치며
쓰러지지 않는 기둥이 되려고
진물나는 하루를 보낸 발의
고단한 보행이 잠시 더운 물에 눕는다
발을 씻다보면 과적으로
무거운 어깨를 받친 것도 결국은 발이였다는
당연한 생각과 더불어 밑바닥에서
트이고 체인 발의 상처가
길을 만들고 지도를 만들었다는
애잔함을 손으로 주물러 위로한다
발은 내 몸의 변방(邊方)이며
가난한 두 집의 오형제이다
발을 씻으며 예수께서
열두 제자의 발을 씻겨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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