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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로즈호텔 613호 (끝)
mount ( HOMEPAGE )01-27 19:50 | HIT : 106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칠 즈음 담임교사가 제 모든 것을 알고 저를 불렀어요. 교무실이 아닌 술집이었어요. 그 때 저는 이미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었지요. 선생님은 소주 두 병 시키시더니 유리잔에 술을 따르더라고요. 그러더니 저에게 마시라는 거 에요. 저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선생님을 바라보았어요. 선생님은 한 병을 먼저 비우셨어요. 저는 아무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은 마시라고 하셔서 한 잔을 마셨어요.”  
“호호. 끼가 대단했네요. 그 때 그 쪽으로 나갔으면 뵐 수 없었네요?”  
“물론이지요. 소주 한 병을 마신 후에 말씀하셨어요. 그 길이 절대 옳지 않다고요. 선생님도 한 때 건달생활을 했었는데 그것은 할 일이 아니라고요. 그리고는 저를 붙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어요. 빨리 그 곳에서 빠져나오라고요. 저는 그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선생님의 진정한 사랑을 느꼈지요. 그냥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있었어요.”    
그녀는 앞에 앉았다가 그의 옆으로 와서 그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술 한 병을 더 시켜서 유리잔을 가져왔다. 반씩 채운 다음 그녀는 ‘원 샷’을 말한다. 그는 그것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날 밤에 망치형을 만났어요. 그래도 그 집단에서는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었지요. 빠져나오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그 형은 저에게 미쳤다고 말했어요.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거 에요.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미소로 저를 맞아주시고 말없이 드링크제 하나 내밀었어요. 그냥 마시면서 눈물이 흘렀지요.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의도를 알아차린 그들이 저를 불러냈지요.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자르면 내 보내준다고 했어요. 저는 칼로 손가락을 자르려할 때 망치형이 그것을 막아주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마을의 동굴로 저를 불렀어요. 동굴에 들어갔을 때 그들에게 많이 맞았고 그 후에 다행히 그들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이 두목을 만나서 협상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 그럼 선생님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게 된 것이군요.”  
“예, 맞아요.”
“그럼 그 후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네요?”  
“그렇지요. 선생님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해서 공부했어요. 몇 달 공부하고 시험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높은 점수가 나와서 사범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것이 선생님 덕분이지요.”  
“우, 박연수 이 김보라 남자친구 될 자격 있는데?”  
“하하. 넘치지는 않고요?”  
“호호. 그럴지도 모르지요.”  
“아니 선생님은 제게요. 사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고 이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금 학교현실은 참 어려워요. 아이들이 가정에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고 오지 않아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손바닥 한 대 때리면 그 다음날 교육청으로 전화를 해서 그 선생님 파면시키라고 말하죠.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은 결코 아니에요. 똑같은 인격체인데 어떤 형태의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어요. 그렇다보니 교사는 학생을 교육시킬 방법이 거의 없어요.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복도에 나가서 서 있으라고 말하면 그것을 더 좋아해요. 나가서 공부하지 않고 떠들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 사이에도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청소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아요. 교사가 비를 들고 교실바닥을 청소하면 그 때 몇 학생이 마지못해 함께 청소를 하지요. 그리고 심지어는 휴지가 떨어져있는 곳을 가리켜요. 교사에게 그곳을 쓸어달라는 말이지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교사에게는 학생이 고객이고 또 학생들을 이해하고 지도해야할 마지막 선물인 걸요.”  
“저는 날이 갈수록 학교폭력이 심해지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교사를 무시하지요. 그래서 날로 교사들의 학생 지도환경이 나빠지고 있어요. 그것은 교사들을 명예퇴직을 하도록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되게 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사명감 같은 것은 없어요.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가졌던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요. 하지만 요즘 새로운 뜨거움이 느껴져요.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이 자랑일 수 없어요. 교사도 경력이 많아진다는 것이 훈장이 아니지요. 부단히 자기성찰을 통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요. 사회가 급하게 변하는데 교사들은 변화를 가장 싫어한다고 하지요.”
“그러니 사회에서 교직을 철가방이라고 말하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에요. 탁상공론으로 교육정책을 만들어내면서 그것을 대한민국의 교사와 학생들이 따라야한다고 하지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면서 인성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 학교의 책임이라고 말하지요. 사실 학교폭력이 이렇게 위험수위에 오르게 된 것도 학력지상주위가 가져온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전국 학력 평가를 통해서 학교를 등급화하고 교사를 매도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일인지 알 수 없어요. 초등학생들에게 0교시 수업을 강요하고 교사들에게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게 하기 위해서 부정까지 저지르도록 하고 있지요.”
“부진아가 발생하게 되면 그 과목의 교사에겐 근무평정을 나쁘게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지요. 부진학생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다만 최소화 하도록 학교에서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에요. 그렇다고 교사들이 그들을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 되어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으면 그들은 어둔 동굴 속에 머물 수밖에 없지요.”  
  
  그 이후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붉은 얼굴을 보면서 술을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계산을 한 뒤에 포장마차를 나와 천천히 해변을 따라 흐르는 길을 걸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들에게 공격을 했으니 그들은 손을 잡으면서 바닷바람과 마주했다. 어둠속에서 솟아오르는 파도가 하얀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부끄럽다거나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따스함이 참 좋았다. 그녀의 손을 따스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손으로 전달되어오는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그녀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해 보니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 사람의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언어가 자신의 언어와 일치한다는 것을 느끼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이 대화이고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꼭 안았다. 언젠가 인사동에서 ‘프리 허그’라고 쓴 피켓을 보면서 안아본 할머니 이후 이성을 가슴으로 안아본 것 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대로 머물더니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면서 그의 품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고 그도 그녀의 말에 화답했다.  

“제가 매일 만나는 학생들에게 제 가슴 속에 머물고 있는 그 선생님의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제가 받은 그 선생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만약 선생님께서 아신다면 그 선생님께서도 좋아하실 거 에요.”
  
  햇빛이 창문을 뚫고 그의 침대까지 달려들었다. 머리가 아픈 것을 느끼면서 냉장고에 있는 물을 마셨다. 그는 613호에 머물고 있었다.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그녀가 무척 궁금했다. 대리운전을 해서 호텔로 돌아왔고 그녀가 호텔 방으로 들어가고 자신의 방으로 오른 것이 어렴풋하게 생각났다.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는 샤워를 하면서 어둠을 밀어내었다. 샤워를 한 후 식사를 하려고 방을 나서는 데 문자가 왔다.
  
「걱정 말아요. 이제 살아가야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으니 열심히 살아야지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레스토랑에 내려갔을 때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그녀는 없었다. 접시에 몇 가지 덜어서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 누군가 육개장국물이 들어있는 주발을 그에게 내민다. 그녀의 친구였다. 빙긋이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목례를 하였고 웃어주었다. 식사를 한 후 양치를 하고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그를 맞아주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가 그를 현기증 나게 했다. 그녀는 전날 앉았던 자리에 이미 앉아있었고 그 옆자리에는 그녀의 친구가 환한 미소로 그를 맞아주었다. 그는 가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으나 아무 말 없이 생수를 마셨다. 오전에는 상담 원리에 대해서 학습을 했다. 오랜만에 교육학을 들으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오후 수업은 ‘폭력예방교육 지도사례’라는 제목으로 강의가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교재를 폈고 사회자가 강사를 소개한 후 강사는 마이크를 손에 잡고 인사를 했다.  

“한갑수입니다. 점심식사 맛있게 하셨지요? 여러분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정년을 얼마 안 남기고 있는데 한 달 전에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단번에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몇 번 관계자 여러분들이 전화를 하고 심지어 교장실까지 찾아와서 부탁을 받고 마지못해서 허락을 했지만 제가 여러분들에게 전할 말이 없어요. 고민하다가 제가 학생들과 살아온 얘기를 해드리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 교직생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늘 반성을 해요. 제가 교사생활을 하면서 후회를 한 일 한 가지와 그래도 조금은 뿌듯한 일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교직 생활 20년 쯤 되었을 때 담임을 맡고 있을 때 한 학생이 가출을 했어요. 그 아이는 집이 가난해서 학비도 못 댈 정도였는데 제가 담임이니 녀석이 학교에 납부해야하는 돈을 내 주었지요. 단지 담임이라는 이유 하나 뿐 이었어요. 녀석이 어머니와 싸우고 가출을 했어요. 학교에 안 나와서 가정방문을 해 보았는데 어머니가 울면서 말씀하셨지요. 본인이 혼내서 가출했으니 꼭 찾아달라고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고 말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창피하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저는 며칠 안에 돌아올 것이라면서 안심 시켰어요. 며칠이 지난 후에 전화가 왔어요. 세상 살기 싫다고요. 어디인지를 물어보았는데 답을 안 해요. 경찰과 통신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 전화를 한 번호 추적을 했고 그곳이 서울의 한 중국집이라는 알았어요. 그 순간 녀석을 빨리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어요. 중국집에 도착했을 때 저는 녀석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응급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친구의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을 때 녀석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어요. 정말 후회가 많이 되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좀 더 일찍 가정환경을 파악하고 상담을 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다음은 좋은 것 하나 말 할게요. 제가 젊었을 때에요. 공부도 어느 정도 하고 가정환경도 좋아 아무 문제도 없는 한 학생이 폭력조직에 가담하는 거 에요. 몸집이 커서 그 아이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일진회가 되었고 폭력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냥 놔두면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아 소주 한 잔 마시게 하고 간절히 말했어요. 그것이 통해서 녀석이 그 조직으로부터 빠져나왔고 몇 달 공부해서 어려운 사범대에 합격했고 교사가 되었어요. 근데 바보처럼 결혼 실패해서 혼자 살고 있어요. 누구 그 녀석 중매 좀 서줘요. 괜찮은 아이 아니 교사지요. 제가 주례는 서 드릴게요.”        
  
  그는 목 메이는 것을 느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의를 하고 있는 선생님께로 달려갔다. 선생님은 이미 제자가 그 자리에 온 줄 알고 있었다. 한참 동안 포옹이 이어졌고 선생남과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들이 모두 일어나서 뜨거운 박수를 쳤다. 잠시 후 선생님의 마이크를 대신 잡은 그가 모든 것을 이야기 했다. 그가 폭력조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그의 선생님이었다고. 대신해서 선생님의 손가락을 자르려했을 때 폭력조직의 두목이 선생님께 무릎을 꿇었다는 것 까지. 마이크를 선생님께 넘기려 할 때 보랏빛 명찰을 한 그녀의 친구 한말자 선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니까요. 박연수 선생님은 이미 애인이 있어요. 이곳에 모인 선생님들 중매하지 말아요. 김보라 선생님과 박연수 선생님은 이미 강을 건너갔으니 아무도 그 두 사람에게 접근하지 말아요. 오늘 밤 613호실에 신방이 꾸며질 것 이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아요. 우리 보라색 명찰 샘들이 보초를 설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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