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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호박2
mount ( HOMEPAGE )04-04 20:50 | HIT : 130
중간에 수변 공원이 조성되어있었고 그들은 벤치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군청에 근무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말을 하였고 아이가 없지만 아내와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하였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공통분모가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아이가 없다는 말에 그녀는 되물었다. 누구에게 문제가 있느냐는 말 이었는데 그는 아무에게도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타이밍이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애매한 말을 하였다. 그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기는 싫어졌다. 자신의 흉물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갑자기 동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불편하기도 했다.
  
  그녀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강변의 벤치에서 잠시 잠에 들었다. 그의 어깨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모습은 천진난만했다. 그는 그녀의 고민과 마음의 걱정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일이기도 했지만 유독 그녀가 더 걱정스러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꼭 안아버렸다. 그녀는 잠을 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는데 가만히 있었다. 십 분정도 지나서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눈을 떴다. 어깨를 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자신의 어깨를 빌려줄 용의가 있으니 필요하면 말 하라는 아리송한 말을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동차에 올랐고 그녀는 앞 유리를 열어 ‘안녕’이라고 말을 했고 그는 어정쩡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가 집에 도착한 것은 그의 아내가 생각하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그의 아내는 왜 늦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고 그가 먼저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샤워를 하고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막 시작한 프로야구 중계를 보았다. 그가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었지만 그는 늘 ‘9회 말 역전’을 믿고 있었기에 실망하지 않고 시청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꾸 그를 바라보자 그는 집에 오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동료를 만나서 식사를 하느라고 늦었다고 말을 하였고 감자는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을 하였다. 그제야 그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너무 텃밭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다. 그는 이왕에 텃밭을 하려면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그의 아내의 입을 막았다. 아내는 그에게 커피를 내려달라고 말했고 그는 머리를 끄덕이며 원두커피를 갈아서 드립으로 내려서 아내에게 한 잔 가져다주고 자신도 한 잔 마셨다. 그의 몸과 마음속에 붙어있는 검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야구경기가 9회로 접어들었고 여전히 한 점을 지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기를 하자고 했다. 만원을 걸고 내기를 하자는 것 이었다. 그는 자신 있게 콜 했고 경기는 9회 말이 되었다. 첫 타자가 삼진 아웃을 당하고 두 번 째 타자가 중견수 앞에 안타로 1루에 진루했고 세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세 번 째 타자는 2군에서 1군으로 처음 올라온 선수인데 감독은 그대로 그의 배트의 힘을 믿었다. 투 스트라익 월 볼에서 가운데 높게 들어온 공을 그는 강하게 밀어서 쳐냈고 그 공은 좌익수 뒤 펜스를 넘어 홈런이 되고 말았다. 그는 킥킥대며 웃었고 그의 아내는 화가 났지만 그에게 만원을 주었다. 그렇게 그의 아내가 물러서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에 채널을 돌려 다른 야구 중계방송을 보았다. 두 점차로 홈팀이 지고 있었는데 막 9회 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다시 홈팀이 지면 그에게 만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분명히 불공정한 것 이었지만 그는 아무 소리 없이  묵시적으로 동의를 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그는 자신이 받은 만 원짜리 지폐를 돌려주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이내 호호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단순한 행동이 복잡한 머리로 계산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았다. 그녀는 그의 작은 선물이나 따뜻한 말 한 마디에도 감동하고 그에게 애정공세를 퍼 부었다.
  
  그가 출근할 때 현관문 앞에 까지 나와서 모닝 키스까지 해 주어 옆집에 살고 있는 여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었지만 남편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한 행동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기 죽어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아내의 배려이자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가끔 그의 가슴속에 밀려오는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이유가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 아내뿐만 아니라 그의 장인 장모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그의 상태를 설명하고 상담을 받았지만 그것조차도 무의미한 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사십이 넘은 나이이니 그의 아내는 점점 왕성해지고 있었고 그는 조금씩 쇠퇴
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의 테크닉을 개발해서 시간을 가능하면 길게 그리고 아내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과의 사랑을 할 때 마다 만족하고 있었고 끝난 후에는 그의 몸을 꼭 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내의 열정적인 사랑이 그에게 전달될 때 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미안한 마음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아내에게 그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그가 아내가 아닌 사람에게 절대로 마음을 주지 않는 것 이었다.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모임에서도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그러한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차가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뉴스를 듣고 있는데 그녀가 샤워를 끝낸 후에 거실로 와인과 과일안
주를 차려서 가지고 왔다. 와인을 마시는 날을 그에게 강한 유혹을 하는 날이었다. 그는 와인을 세 잔 마셨고 그녀는 늘 그랬듯이 한 잔을 마셨다. 그는 그의 아내를 안아서 침실로 갔다. 그보다 더 뜨거운 것은 그의 아내였고 그의 아내는 뜨겁게 그를 안아주었다.
  
월요일이 시작된다 생각했는데 벌써 수요일이 되었다. 그가 퇴근을 하고 텃밭으로 향했다. 텃밭에 가서 그는 놀라운 광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감자를 심고 흙을 덮은 곳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불임이 되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균열은 거의 대부분의 감자를 심고 덮은 흙에서 나타나고 있었고 옆집의 한 줄짜리 감자밭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가 감자밭을 돌아보고 내려가려고 할 때 미스강이 올라왔다. 이마에 땀방울이 묻어나올 정도로 봐서 급하게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받아서 얼굴의 땀을 닦았다. 지난 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였고 자신이 지난번에 한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훔쳐본 그녀는 깔깔대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의 감자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그녀도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자밭은 언제 새 생명이 태어날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주말 쯤 볼 수 있을 것 이라는 말을 전해주자 그녀는 기뻐하면서 함께 그 순간을 나누자는 말을 하였고 그는 말없이 빙그레 웃어버렸다.
  
  퇴근을 해서 집에 갔을 때 그의 주머니를 뒤지던 그의 아내가 손수건을 찾았다. 그는 직장에 놔두고 왔다는 말을 하였다. 만약 미스강의 땀을 닦아주었다면 아내는 심장마비라도 걸릴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토요일 아침에 텃밭에 가려고 했을 때 그의 아내가 함께 가자는 말을 했고 그는 바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별 일 없고 텃밭이 궁금해서 가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는 그녀와 함께 텃밭에 갔는데 이미 그녀가 먼저 와서 감자밭을 관찰하고 있었다. 서로를 발견한 두 여자들은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지만 서로 반가운 듯 인사를 나누었다. 미스강은 그의 아내에게 감자밭의 감자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경이롭다는 말을 하였고 그의 아내는 그녀의 호들갑에 대꾸를 해 주었다. 그가 그의 텃밭으로 왔을 때 그는 초록빛이 감자밭에서 일렁이는 모습을 보았다. 한 치 쯤 되는 새싹이 봄의 햇빛을 받으면서 서로 바람을 밀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미스강은 그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끔 그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으나 그의 아내는 무표정하게 그들의 텃밭을 돌아보았다.
    
  그는 텃밭에 오면서 사 가지고 온 오이와 가지묘를 심었다.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뿌리고 흙과 섞은 뒤에 물을 주었고 물이 마를 즈음 흙으로 덮어 정리를 해주고 다시 그 위에 몰을 준 후 마른 흙으로 덮어주었다. 오이를 심은 곳에는 나뭇가지로 오이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중간에 비닐 끈으로 묶어주었다.  
  
  그날 그의 아내는 그의 몸에서 봄 냄새를 맡았다. 그가 좋아하는 텃밭에서 일을 하니 봄이 그에게 먼저 다가온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도 초록빛 봄이 유독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자신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을  지도 모를 것 이라는 불안한 생각을 하였으나 이내 머리를 저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 자신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
  
  미스강은 약속이 있다면서 먼저 텃밭에서 내려갔고 그는 한참 동안 조금씩 비집고 나오는 풀을 뽑아주었다. 풀은 처음 고개를 들고 나올 때 잡아줘야지 너무 크면 힘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우울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를 빨리 끝내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천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는 국도를 달려서 대천바다에 닿았다. 대천바다는 봄을 맞아 파란 색깔을 담은 초록빛으로 그들을 맞아주었다. 그의 아내는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하면서 해산물 뚝배기가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는 웃으면서 뚝배기를 먹으러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점 여주인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몸이 중후한 여사장은 웃으면서 그들이 십년 전과 똑같다는 말로 너스레를 떨었으나 그것이 상술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주 한 병을 시켰고 두 사람이 서 너 잔 씩 나눠 마시니 빈병이 되었다. 그녀는 바다가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해변으로 가다가 먼저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층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를 카페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모텔로 데리고 갔다. 그냥 쉬면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혹시 그의 아내가 그와 미스강이 텃밭에서 만나서 그가 그녀의 일을 도와주면서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가 그녀는 속이 좁은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다가 그들의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는 먼저 샤워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는 아리송한 그의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기우뚱했다. 이런 일은 별로 없는 일이었고 그는 밖에서 기다리면서 창밖을 보았다. 창밖을 통해서 보이는 바다의 윤슬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바다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는 꾹 참고 그의 아내가 나오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샤워를 하였다. 그가 밖에 나오자 그의 아내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좁은 공간은 파도로 출렁이고 있었고 파란 바다 냄새가 그의 코끝으로 가득 다가오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그가 자신의 아내와의 사랑법은 정답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그의 아내는 몸이 더 뜨거워져있었고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의 몸에서 땀이 묻어져 나오고 그녀의 몸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몸에 다가오는 피곤함은 그들을 그대로 잠속으로 빨려들게 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아내가 창밖을 보라고 했다. 창밖 멀리 수평선 위의 산으로 막 태양이 안식의 시간을 맞이하기 위하여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일몰을 보면서 숭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아내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 아직까지도 처녀시절의 몸매를 거의 간직하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그는 늘 감탄하고 있었지만 그의 아내는 작은 한숨을 쉬는 것을 그에게 들키기도 하였다. 그들은 두 사람이 서로 지키고 있는 룰이 절대로 깨져서는 안 되고 또 깨질 수도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토요일을 그곳에서 머물자고 이야기했다. 그는 묵시적으로 동의했고 다시 그들은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의 호흡소리와 가슴에서 전달되는 서로의 느낌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면서 다가오는 안식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녀는 웃으면서 밥 먹으러 나가자고 말했다. 그가 배가 아주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은 그녀가 배가 고프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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