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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호박1
mount ( HOMEPAGE )04-04 20:47 | HIT : 128
호박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반쯤 잘려져 큰 그루터기처럼 서 있는 나무의 위아래를 살펴보아도 그가 찾는 것은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누군가가 그것을 따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의심에 찬 눈초리로 옆 텃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처녀 미스강을 바라보았고 건너편에서 상추에 물을 주고 있는 퇴직 교수인 김씨를 보았다. 사실 김씨는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부르기는 했지만 그는 김교수님이라고 깍듯이 예의를 차렸는데 그날따라 달리 보이고 있었다.

  그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아내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 그의 호박을 따 갔을 것 이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매의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면서 수사관이 수사를 하듯 누가 범인일 지에 대해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생각을 했다. 그의 아내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면서 나무 아래를 바라보더니 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라고 말했다. 그곳에는 호박 하나가 떨어져 있었고 그의 아내는 그에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잠시 의심했던 것에 대해서 무안해졌고 계면쩍게 웃고 말았다. 그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있던 김교수가 그들에게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호박이 힘없이 떨어졌다는 말을 했더니 껄껄 웃으면서 남자가 힘이 없으면 여자들이 도망가듯 호박이 힘이 없어 떨어졌다는 말을 하여 그의 아내와 그를 무안하게 했다. 김교수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호박을 심을 때는 거름을 많이 주어야 해요. 예전에는 그래서 어르신들은 인분을 주고 충분히 썩은 퇴비를 많이 주고 심는 것을 보았어요. 근데 이번에 호박을 심을 때 잘 썩은 퇴비를 얼마나 넣고 심었나요?”
“텃밭 주인이 밭을 일궈준 대로 심었으니 거의 거름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마 그래서 그럴 거 에요.”
“아 그렇군요.”
“무엇이든지 결심을 맺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영양소를 공급 받아야 해요.”
“예, 알았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랍니다. 씨가 아무리 좋아도 밭이 나쁘면 결실을 맺을 수 없고 또 밭이 아무리 기름지다고 해도 씨가 나쁘면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지요. 씨가 밭에 씨를 뿌렸을 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만 씨앗이 움트고 또 자라면서 몸을 불리지요. 그리고 수확을 할 때까지 병충해와 가뭄과도 싸워야 해요.”
“비가 많이 내려도 비가 오지 않아도 문제지요.”
“맞아요. 사람들도 똑 같아요.”
“그렇지요.”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를 보아도 충분히 못 먹으면 성장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박의 성장 환경을 좀 바꿔 줘 보세요.”
“그럼 잘 자라고 열매도 튼실해지고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것은 장담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영양소가 충분히 제공되니 않았으니 지금부터 제공해준다고 금방 전달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보다는 나아지리라 생각이 드네요.”      
“예. 말씀 감사합니다.”
“하하. 저도 오직 이론적인 면으로 말씀드렸으니 씨앗상이나 농약상에 가서 한 번 더 알아보도록 해요.”
“예, 감사합니다. 그리 하지요.”
  

  그는 텃밭을 내려와서 농약상과 씨앗상이 있는 시장으로 갔다. 그와 가끔 가는 씨앗을 파는 가게로 가서 잘 썩은 퇴비를 사다가 호박 묘 옆에 뿌려주고 물까지 주었다. 퇴비를 파는 가게에서 그에게 용도를 물어보았을 때 그는 호박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하였고 주인은 그에게 잘 해보라는 말을 하면서 빙긋 웃고 있었다. 그는 그 웃음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 것 이라고 웃음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가 일찍 퇴근 하는 날에는 텃밭에 가서 풀을 뽑아주거나 물을 주는 것이 참 좋았다. 그의 고향도 농촌이고 중학교에 다닐 때 까지 농촌에서 아버지의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농사일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하얀 답안지만 남아있었다.
    
  사실 그가 호박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감자였다. 그가 고구마보다 감자를 더 좋아했고 그 이유 때문에 감자를 심기로 했다. 물론 감자를 심고 남은 고랑 하나는 그의 아내를 위하여 고구마를 심기로 했다. 고구마는 먹기는 좋아도 반찬 역할을 할 수 없고 감자는 먹을 수도 있고 반찬을 만들 수도 있으니 감자가 더 좋다는 이론은 그의 아내에게 먹혀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감자를 심을 계획을 말하자 반대 하지는 않았다. 그가 수미감자 씨를 인터넷에서 구입하여 감자를 심었을 때 그의 아내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 혼자서 감자를 심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가 감자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 것은 내몽고를 여행할 때 말을 타는 투어를 할 때 말을 투어를 이끄는 현지인의 집에서 우유로 만든 과자를 먹다가 발견한 것 때문이었다. 텃밭 수준이어서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사막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것을 본 후에 사막의 한 쪽에서도 감자가 자라는 것에 놀랐다. 그리 기름지지 않은 땅이었고 물도 많지 않았는데 오아시스가 멀지 않으니 그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곳에서 감자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이드는 독일의 예를 들어가면서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말을 하였고 그의 머릿속에 그의 말이 살아있었다.
  
  그가 아내가 텃밭을 가꾸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가 보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그가 여행을 할 때 보았던 사막의 땅과 그가 가꿀 텃밭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곳은 과수원이 있던 자리인데 수익성이 없어 사과나무를 캐내고 밭으로 일궈놓았다고 했다. 그러니 땅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은 지하수 물을 끌어 올려준다는 말을 하였고 일 년에 5만원을 주고 임대하기로 했던 것 이었다.
  
   그의 아내가 먼저 텃밭을 하자고 했는데 밭을 가꾸는 일은 그가 90% 이상을 해야만 했는데 그의 아내는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더 바쁘기 때문이었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 특별하게 반대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었다. 그가 그의 아내가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집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갱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이라는 그의 생각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가 감자를 심던 날 옆 텃밭을 가꾸는 미스강이 그가 감자를 심는 것을 보더니 그에게 씨감자를 조금만 달라고 했다. 비닐도 함께 주면 더 좋을 것 이라는 말을 했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감자씨 스무 개와 그녀의 텃밭에 감자를 심을 수 있도록 퇴비와 비료를 뿌린 후에 비닐을 덮고 3일 후에 심으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왜 3일 후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는 비료나 농약의 독성 때문이라는 애매한 말을 하였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녀는 김교수는 이론적이라면 그는 실질적으로 행동을 하는데 강하다는 묘한 말을 하였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밭의 일을 도와주고 그의 밭으로 왔다. 사실 밭이라고 해 봐야 열 평도 안 되니 혼자서도 충분히 경작을 할 수 있었다. 미스강은 삼십대 중반으로 D중학교 행정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일부러 혼자서 텃밭을 가꾼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언젠가 그가 그녀에게 텃밭을 가꾸는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그녀는 싱싱한 채소를 가꿔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고 그는 과연 그녀에게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밭을 고르면서 감자씨를 잘 관리하라고 말 했고 그녀는 땅속에 묻어두면 어떨지에 관해서 물어보았지만 그 말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되도록 깊게 파 묻어두라고 말을 하였다. 그녀는 낑낑거리면서 구더기를 파서 그 안에 감자씨를 묻었다.
  
  그가 말한 3일 후가 토요일이었다. 그는 텃밭이 궁금해서 가 보았는데 A시에 살고 있는 그녀는 일부러 감자를 심기 위해서 와 있었다. 생각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그녀를 도와서 그녀가 감자를 심도록 해 주었다. 땅속에 묻혀있던 감자는 얼지 않았고 그대로 심기에 좋았다. 감자를 한 뼘 반 사이에 하나 씩 심고 흙으로 덮어주었다. 그의 밭에는 아직 어떤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감자를 심는데 그가 도와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했고 그들은 각기 자동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는 매운탕을 좋아한다면서 민물고기 매운탕을 시켰고 그는 잠시 기다리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이혼을 했다는 말을 하였다. 그는 깜짝 놀랐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딜 수 있었지만 남편이 그런 시어머니의 생각에 암묵적으로 동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은 후에 더 이상 결혼의 의미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혼을 하고 지금은 혼자 사는데 불편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왜 그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그에게 말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을 하였고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였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여자들에게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해해주는 척 하면서 공감을 하는 것 대신에 불쌍한 사람으로 몰고 가며 갑이 을에게 하는 위로를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위로가 아니라는 말 이었다. 그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이야기 중에 소주를 마시면서 그녀를 이해하려고 했다. 사실 과격한 공감도 지나친 위로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들어주기만 했다. 그는 하마터면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뻔 했다. 자신도 문제가 있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하려다 꾹 참았다.  
    
  식사가 끝난 후에 그들은 각자의 자동차에 올랐으나 잠시 후 그녀가 그의 자동차 앞좌석으로 와서 앉았다. 술을 마셨으니 운전을 하는 것 보다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강변을 걷기로 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강에는 햇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초록빛 세상이 올라와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공감의 의미라고 그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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