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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가뭄2
mount ( HOMEPAGE )12-14 07:27 | HIT : 141
  그녀는 자신의 자동차로 돌아갔고 무의식적으로 그녀와 함께 걷고 있는 그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것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고 그녀의 다음 행동이 궁금했다. 그녀는 커버가 빨간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더니 펼치면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흥미롭게 그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기사를 한참동안 정리하였고 어디론가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작은 글씨로 홍미래 기자라는 이름까지 쓴 후에 전송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그녀가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자이기 때문에 먹잇감을 찾아서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을 하면서 조소를 보냈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보라고 했다. 순식간에 누군가 보면 성희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순간에 그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손을 빼고 그의 자동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자동차를 몰고 그의 자동차 앞으로 왔다.

  왜 그리 놀라느냐는 말로 그는 더 무안해졌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의 가슴 속에도 가난이 가득하다고 말하고 분화구가 세 개는 있다는 말로 이어갔다. 어떤 사실을 보이는 대로 믿지 못하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불신의 분화구가 있고, 두 번째는 그의 마음속에 가뭄이 들어서 푸석거리는 먼지만 가득하여 사막과 같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공황의 분화구가 있는데 그 분화구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는 깜짝 놀랐다. 심리학을 전공한 자신보다 그녀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껌뻑거리는 커서만 바라보다가 이곳으로 도피를 한 모습을 그녀는 읽고 있다고 생각하며 세 번째 분화구에 대해서 들었다. 그에게 정답이 있으니 그녀에게 말해보라는 말을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들켜 버렸고 그 말은 아껴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껄껄 웃으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녀는 용기 있으면 자신에게 뽀뽀를 해보라는 돌발발언을 했다. 그녀는 그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세 번째 분화구임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 용기가  없는 그에게 누군가가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하라는 편집장의 말에 코웃음 치면서 자신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일이나 책임을 지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그 말에 그들은 용기가 없는 것을 미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에게도 세 개의 분화구가 있다고 말을 했다. 사실 얼떨결에 말을 했지만 수습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색깔은 붉은 색임에 틀림이 없으니 분명 질투와 뜨거움과 불신의 분화구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분화구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홍기자님에게는 세 개의 분화구가 있네요. 하나는 질투의 분화구 인데 그것은 두 번째 분화구와 연결이 되네요. 기자님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아도 질투가 일어나지요. 그래서 헤어진 남자친구가 몇 명 있을 것 같아요.”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제가 남자 친구를 많이 사귀거나 질투가 심한 편은 아니에요. 물론 여자들은 누구나 질투가 있는데 여자의 질투는 무죄라는 것 모르나요?”
“물론 맞아요. 두 번째는 너무 뜨겁다는 거 에요. 아마 누군가와 사랑을 하면 끝장을 보려고 할 것 같아요.”
“호호. 그것은 맞는 말이에요. 저는 미지근한 것을 싫어해요. 뜨겁던지 차갑던지 그것이 좋아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하는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소극적이지 않아요.”
“그 다음은 저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신의 분화구가 있어요.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에요. 아마 어떤 남자에 대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할 것 같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햇볕은 뜨거움을 담고 있었고 그들은 그저 멍하니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오랜 시간동안 사귀었다거나 알고 지내던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자신의 가슴속에서 꺼냈기 때문이었다. 그녀도 그의 말에 놀라면서 가슴속에 남아있는 생채기가 일어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멋쩍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지나간 버스라 생각하고 계면쩍게 웃었다.    

  그녀는 뜬금없이 바다에 가자고 했다. 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저수지를 벗어나 공용주차장에 그의 자동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 있던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왔다. 그는 아무 소리 없이 그녀의 자동차에 올라 옆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카메라 가방은 나란히 뒷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카메라 가방속의 카메라들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중간에 마트에 들린 그녀는 캔맥주 한 꾸러미와 건조된 오징어와 참외를 샀다.  

  자동차는 고속도로에 올라가 한참을 달렸다. 한 낮의 뜨거움은 그녀의 자동차 에어콘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로 달랠 수 있었으나 그녀가 이따금 그를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은 피할 수다 없었다. 그녀는 비틀즈를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머리를 끄덕이자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Let it be’가 선두에 섰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노래에 그들은 누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함께 흥얼거리고 있었다.

  비틀즈의 노래가 한 바퀴 돌았을 때 그녀는 한적한 해안의 소나무 숲에 자동차를 주차시켰다.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소나무아래의 그늘은 그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녀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플라잉 텐트를 꺼냈고 그는 사용법을 알고 있기에 공중에 집어 던지자 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 숲 아래 작은 집 한 채가 완공되었다. 사실 이만한 집이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시원한 공간에 세워진 공간은 그들만의 공간 이고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든가 혹은 갈매기들이 떼로 몰려오는 그런 일 조차 없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에서 뿜어대는 향기가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텐트 안으로 들어갔고 때 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릿속까지 맑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맥주 캔을 그에게 건넸고 그들은 캔의 아랫부분을 부딪고 한 모금씩 마셨다. 그들이 머무는 바닷가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생물학적 온도는 분명히 올라가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녀는 맥주를 비우고 눈을 감고 한 쪽에 누웠다. 바람소리조차 잠을 자고 멀리서 파도소리만 그들에게 들려왔다. 아직 바캉스 시즌이 아니어서 사람들의 발길은 거의 없었다. 텐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소나무와 바람 그리고 그들이 머물고 있는 텐트 밖에는 알 수가 없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밖으로 나가서 걸어보기도 했고 자갈을 던지면서 바다와 이야기도 나누었다.

  바다는 그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말을 솔직하지 않게 하는 것 보다 행동이 솔직하지 않은 것이 더 비겁한 것 이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최소한도의 도덕과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양심이 있었다. 아직은 이성이 감정을 누르고 있었고 그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가 학교를 일찍 퇴직하게 된 것도 어쩌면 자신에 대한 너무 솔직한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학 부모의 끈질긴 스토커와 같은 행동 등이 그를 어렵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교사는 ‘공공의 북’처럼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면서 그 직에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홀가분한 것은 그의 옆에 그에게 위협을 하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았고 많지는 않지만 매월마다 일정금액의 연금이 나오니 혼자 살아가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가 명예퇴직원을 제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였지만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철밥통이라고 말하는 직업을 그만 두었다는 것이 의외의 모습으로 비춰졌고 가족 모임이 있을 때도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의외로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존중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라는 말을 해 주었을 때 눈물이 스르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멀리 일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얼핏 그녀의 얼굴을 보았는데 아직까지도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름다운 일몰을 혼자서 만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살짝 그녀의 얼굴을 터치했다.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구름이 조금 있어 더 아름다운 일몰의 모습을 연출해주고 있었다. 그는 여자 친구를 사귀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일몰을 함께 바라보는 것도 버킷리스트 안에 포함되어있었다. 그 순간 그 일이 이뤄지고 있었다. 해가 멀리 있는 산을 넘어서 사라졌어도 붉은 노을은 그들의 마음까지 붉게 만들어주었다. 노을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평행선과 같았던 길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안에 존재하는 것이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자연에 관심이 있고 환경을 생각할 정도라면 그녀의 내면세계는 맑고 숲속의 향기가 가득하리라 생각하였다.  

  물론 그녀는 그에 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작가라는 것과 퇴직을 일찍 했다는 것과 혼자 산다는 것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쉽게 스캔하였고 가난한 곳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느낌을 함께하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깜짝  놀랐지만 자신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차 얼핏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한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누군가가 그에게 비난을 하거나 입주민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온 것은 어쩌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파란 어둠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텐트 안에도 그들의 주위에서 소나무 아래도 정적이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집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였다. 그도 집에 가면 평생 후회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서 서로 마주보며 웃고 말았다. 그는 하룻밤 머물기엔 텐트가 너무 부실하다는 말을 했고 그녀는 가까운 펜션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매뉴얼에는 하루 동안에 이렇게 가까워지고 하룻밤을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매뉴얼은 늘 수정이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 몇 년 전에 어느 박물관에 갔을 때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어 붙어있던  안내문을 떼어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연인이나 된 것 언덕위에 자리 잡은 펜션에 들어갔다. 피서 철이 아니라 사람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울타리에 해당화가 피어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그곳에는 그들을 제외한 어떤 사람들도 손님으로 머물지 않았다. 주인은 바비큐를 할 것인지를 물어보았고 그들은 바비큐는 다음에 오게 되면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짐은 카메라 가방뿐이었고 그녀는 화장품을 넣은 가방과 노트북 컴퓨터가 더 있었다. 이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천천히 파란 어둠으로 채색되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파도가 강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그들은 베란다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배가 고프다는 말을 했다. 그들이 소나무 숲에서 펜션으로 들어오면서 근처에 음식점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밥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그녀는 그의 뒤를 따라 나왔고 그들은 소나무숲속의 길을 따라서 오 분 정도 걸었다. 문을 연 음식점은 없었고 해변슈퍼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가게에서 라면과 소주를 샀다. 그리고 그들은 그 옆에 있는 막 문을 닫으려는 횟집에서 광어를 샀다. 그리고 그는 초고추장을 조금 얻었고 다시 슈퍼로 와서 마늘과 상추 그리고 쌀을 샀다. 그녀는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는 펜션으로 와서 살아있는 광어를 기절시키고 회를 뜨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회를 뜨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언제 무인도에 남을지 모르고 또 회를 떠야만 할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 했지만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껄껄 웃고 말았다.

  그는 회를 뜨면서 그가 섬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 학부형들한테 배웠다는 말을 했고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섬에 있는 학교의 근무여건은 참 열악하고 특히 여선생님들에게는 너무 견디기 힘든 기간이라는 것을 말했다. 그녀 또한 방송에 보도된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계획적으로 교사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관사를 침입하여 혼자 있는 여 선생님에게 못된 짓을 한 학부형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의 현 주소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에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벽지근무 플러스 점수 하나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은 비슷한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덥다고 하면서 먼저 샤워를 했고 그는 열심히 식사준비를 했다. 라면을 살 때 슈퍼 주인할머니께서 주신 김치가 있어 그런대로 매운탕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연신 그에게 맛있다는 말을 했고 생선회 또한 자신이 먹어본 것 중 제일 맛있다고 말하면서 엄지를 치켜 올렸다. 예의상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의 웃음을 담은 칭찬이 참 좋았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폭탄주를 만들었다. 맥주잔에 맥주와 소주를 섞어서 만들어 한 잔씩 마셨다. 그는 그녀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시는 것에 놀랐다. 설거지를 한 후에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두 사람에게 불어왔고 그들은 마치 연인인 것처럼 어둠을 담고 있는 바닷가를 걸었다.

  어둠 속에서 보여주는 하얀 파도가 바다의 이빨처럼 다가왔고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이런 여행이 좋다고 했다. 계획을 세워서 여행하는 것 보자는 어느 날 마음속에 여행을 하고 싶을 때 떠나는 것이 좋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머무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자신은 ‘사무형’이어서 계획을 세워 여행을 가는 것이 좋지만 여행을 하면서 일정을 바꿔서 가는 것은 좋다는 말을 하였다. 모든 사람의 성격이 같을 수 없지만 그녀는 진취적이고 자신은 사무적이고 봉사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통과의례인 것처럼 그들은 연인들이 처음에 만났을 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서 누구엔가 구속당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싫다는 말을 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웃으며 동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였 다고 말했다. 근무를 하다가 국장이 그녀가 파헤치려는 관련회사와 결탁을 하여 그의 원고를 신문에 올리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녀를 매수하기 위하여 돈 봉투를 건네주는 것을 받지 않았다가 미움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사표를 내고 나오면서 취재부 기자들에게 냉커피를 모두 돌렸다는 말을 하였다. 그의 생각에 그녀의 호탕한 성격은 무엇을 하여도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말을 하면서 웃었다. 스스로 자화자찬이라고 말하면서 프리랜서로 환경 분야를 취재하는 것도 위험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와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용감한 프리랜서와 소심한 소설가의 만남이 어쩌면 균형이 맞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충분히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에 그는 그녀의 노트북 컴퓨터를 빌렸다. 그녀에게는 방에 들어가서 피곤 할 테니 쉬라고 말 했다. 그는 편집장의 얼굴을 떠오르면서 그녀와 나눴던 이야기와 그가 가지고 있었던 가난한 저수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저수지가 왜 매년 똑같은 가난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물이 고여야 할 면적이 좁아들었기 때문이고 준설이 꾸준히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빠지고 난 뒤의 저수지는 황폐한 사막과 같았지만 그 때 바닥의 모래를 퍼내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게 된다면 분명 가둘 수 있는 물의 양은 더 많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십 여 년 전에 준설작업을 하는 업자와 직원과의 결탁으로 뜻하지 않게 아랫사람만 어려운 일을 당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과 연관된 이야기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어죽집을 하는 욕쟁이 할머니와 아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선 ‘욕쟁이 할머니’라는 단편 소설을 써 내려갔다.

  그가 몇 십 년 동안 보아왔던 아름답기만 한 저수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와 주변의 좌대와 얽힌 이야기 그리고 황금나무 이야기 까지 담아갔다. 그리고 새로 생기는 출렁다리를 바라보면서 노인은 저수지는 가난한데 더 많은 손님이 오면 안 된다는 말로 소설의 끝을 맺었다.
  
  잠을 자고 있던 그녀가 한밤중에 목이 말라서 거실로 나왔다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보면서 화면 가득한 활자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좋은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을 체크 해 주었다. 너무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데 좀 더 다듬고 구성에서 흐름이 너무 빨라서 독자들이 따라가기 힘들 것 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그녀가 말해준 것을 생각하면서 다시 다듬었다. 그녀의 충고가 소설을 좀 더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에 ‘끝’이라고 쓰고 원고료 나오면 막걸리 마시자는 말을 한 후 편집장에게 이메일로 그의 소설 파일을 보내고 나서 문자도 보냈다.

  잠시 후에 편집장이 그에게 전화를 해서 역시 믿을 사람은 그 밖에 없고 옆에 있으면 뽀뽀라도 해 주었을 것 이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는 원고료나 정확하게 계산해서 넣으라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그녀는 킥킥대면서 원교로가 얼마인지 물어보았으나 그는 노코멘트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사실 문예지의 원고료는 뻔 했다.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어도 시 한편에 20만원도 안 되었고 소설 또한 5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신인들은 작품을 내면 발간되는 책 두 권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편집장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어디서 그리 좋은 글의 소제가 생각났느냐고 말했다. 그는 머릿속에 웃음을 가득 집어넣고 전에 90퍼센트를 쓰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했다는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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