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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판
홍예영01-25 10:58 | HIT : 98
겨울 들판
      
홍예영


  버스는 더 이상은 갈 수 없다는 듯 갑자기 멈춰버렸다. 오랫동안 숨을 몰아쉬고 내쉬며 내뱉던 거친 숨소리도 잠잠했다. 차가 멈춰 언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승객 중에서 누구도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차창 밖 눈 덮인 들판은 햇살만을 품었다. 눈이 빛을 받아 청결하게 난반사되고 있었을 뿐, 들판은 살아 있는 어떤 것도 거부했다. 생각조차도 얼려 버릴 것 같은 거대한 공간 앞에 승객은 숨을 죽였다.
  살아가는 것에서 요란한 소리가 그치지 않을 때 나는 그 겨울 들판을 떠올려 본다. 주변을 정돈하고 들판의 겨울처럼 마음을 다잡는다. 소란의 근원을 차갑게 바라보려고 침묵에 빠진다.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는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중략)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우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조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 박목월, 「빈컵」 일부

  내가 기억하는 겨울 들판은 위에 인용한 시와 잘 어울린다.
  누군가는 신앙의 샘물로 빈 컵을 채우는데, 매혹의 상징인 조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빈 컵에 꽂는 시인의 떨리는 손짓 너머에서 나는 그 겨울 들판의 정결함을 본다.
  사소한 것을 일시에 얼리는 겨울 벌판의 중심에서 다가드는 조세피느 불르느스의 치명적인 향기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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